용산에 가면 시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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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두리반의 칼국수

박종주 기자 메일보내기

△ ‘칼국수 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는 혜원 씨와 조약골 씨.     ⓒ 프로메테우스 박종주
용산 문제가 일단락되자, 용산에서 노래하던 가수들이 마포구로 모여들었다. 그곳은 바로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두리반’이라는 식당이다. 세들어 장사하고 있던 건물의 소유주가 바뀌고, 철거가 결정되는 동안―땅값이 열 배가 올랐다는 그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세입자 부부가 80일 가까이 농성을 해 오고 있는 곳이다.

용산에서 넘어 온 가수들, 그리고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는 인디 가수들 덕에 두리반에서는 한 주에도 서너 번씩 음악회가 열린다. 화요일에는 영화 상영회가 있고, 수요일에는 기도회가 있다. 그 중 하루,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칼국수 음악회’ 현장을 찾았다. 칼국수는 농성을 시작하기 전 두리반에서 팔던 메뉴 중 하나다.

12일 저녁에 열린 칼국수 음악회는 라디오21의 DJ 혜원 씨의 사회와 가수 조약골 씨, 이씬 씨의 노래로 열렸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음악회에는 가수들의 노래 뿐 아니라 방청객들의 인사와, ‘두리반 사장의 남편’ 유채림 씨의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한켠에서는 책을 팔고 있다. 판매 담당은 안졸리나 졸리나(두리반 사장 안종려 씨). 그린비 출판사의 사회과학 서적들이 60% 파격 할인가로 판매되고 있으니 한 번쯤 둘러봐도 좋겠다. 한쪽 귀퉁이에는 조약골 씨의 신보 <용산에 가면 시대가 보인다> 역시 놓였다.

무대에서 노래하던 이씬 씨는 도중에 “다음주에 제가 바지락을 가져 올테니, 각자 밀가루나 채소들을 가져 와서 칼국수를 만들어 먹으며 음악회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여기저기서 좋다며 맞장구를 치는데 유채림 씨가 “두리반 칼국수는 반죽을 해서 하루를 숙성시키기 때문에 그렇게 즉석에서는 못 해요. 두리반 칼국수는 생면을 쓰는 다른 데랑은 맛이 달라요”라며 장사도 못하는 가게 자랑을 한다.

두리반의 칼국수를 맛보려면 아무대로 좀 더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오늘로 농성 79일 째, 봄이 완연해 질 때쯤이면 농성을 100일을 맞을 것이다. 가타부타 말도 없는 한국토지신탁과 시공사 GS 건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써가며 이어갈 농성이다.

무대 뒤로 “홍대 앞 ‘작은 용산’ 두리반”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그 옆에는 조금 작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는 이상을 꿈꾸지 않았다. 우리는 현실에 살고자 했다.”

2010.03.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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