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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옴 2011-07-27 15:40:40, Hit : 844
Subject   [잡년행진] 광화문 한복판을 비키니 섬으로 만드는 충격과 공포의 폭탄녀, 도심테러리스트가 되자!
원문은 http://suyunomo.net/?p=8278 에 있습니다.

광화문 한복판을 비키니 섬으로 만드는 충격과 공포의 폭탄녀, 도심테러리스트가 되자!
- 황진미



‘잡년행진’, 제목 좋다. 확 들어온다. slut이라 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원초적이고 육체적인 느낌이 촉각적으로 들어온다. 욕이 지닌 속성이다. 일단 주목받는데 성공! ‘쌍년’이나 ‘창년’이라 쓰자는 의견도 있었다는데, 잡년이 마음에 든다. 욕의 강도가 문제가 아니라, 잡스러움이라는 지향이 살아있다. 여성주의는 통일되지 않는 ‘잡스러움’을 포괄하며 또한 지향한다. 여성들 사이의 차이가 커서 여성주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 간의 차이가 커서 그 차이에 주목하기에 새로운 정치학이 가능하다. 본래 단 하나의 성(性)인 ‘남성’이라는 표준기표로부터의 온갖 차이와 차별과 소외를 탐구하고 고찰하는 것이 여성주의이다. 그렇다, 여성은 단일한 성이 아니라, ‘비남성’으로 배제된 자들의 불균질한 집합이다. (‘비정규직’안에 청소년알바, 여성노동, 노인노동, 이주노동, 하청노동 등의 불균질적 노동군이 들어가는 식이다.) 따라서 여성주의는 ‘대의’(represent)를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의의 불가능성을 드러낸다. 다 다른데 누가 누구를 대의하나. 다만 차별과 폭력 앞에 저항의 연대를 펴나갈 뿐이다. 각자 잡스러움을 드러내며. 그러니 싸움은 리좀적이고 게릴라적일 수밖에 없다.



카피는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 같은 잡년은 어디든 간다.” 이다. 원래 있던 표어의 재활용이지만, 잘 뽑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디든’ 이다. 천국의 대립 항을 지옥이나 현세로 맞추려하지 않고, ‘어디든’이라 말하는 호방함과 발랄함. 여성주의가 지닌 개방성이 잘 드러난 표어이다. 그렇다. 여성주의는 형식 논리적 이분법이나 변증법적 종합을 지향하지 않는다. 어디든 간다, 그게 답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또한 ‘간다’ 이다. 즉 이행과 실천을 지향하는 것이 여성주의다. 어제의 여성주의 다르고 오늘의 여성주의 다르다.

‘잡년행진’은 오늘의 여성주의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90년대 영페미니스트라는 그룹이 있었다. 과거의 시민권적인 평등, 즉 호주제 폐지나 상속법 등 법적 평등을 이루기 위해 ‘유림할아버지들’과 싸우던 선배 여성주의자들과 색깔을 달리하는 젊은 그룹을 말한다. 이들은 섹슈얼리티나 욕망의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고, 사적 관계 내부에서의 성적 불평등을 문제 삼았다. 물론 이런 흐름은 20세기 초반의 여성주의와 68이후의 여성주의 등 서구의 흐름과 일치한다.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피임과 낙태, 성 상품화, 성형과 다이어트 등 다룰 의제는 넘쳐났다. 문제는 이러한 의제에 대한 대응이 그다지 공격적이지도 발랄하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여성부로 대변되는 제도화된 여성주의는 여성주의의 운동으로서의 활력을 깎아먹었다. 성매매에 대한 여성부의 관료적 대응은 일종의 스캔들처럼 남았다.

1. ‘듣보잡년’ 들이 사고를 치다

모든 시민운동이 그러하듯이, 여성주의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급진화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세상이 전혀 좋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나빠지고 있었음을 자각’한 것이다. 다시 길바닥으로 쫓겨나 보니, 정신이 번쩍 난 것이다. 그런데 정신을 차린 자들은 전 정권 시절에 단물을 직접 맛보았던 사람들이 아니다. 새로운 주체들이다. <잡년행진>은 기존의 영 페미니스트 집단과는 전혀 다른, ‘듣보 잡년’ 들의 작품이다.



‘듣보 잡년’들은 트윗으로 서로를 알아보았다. 5월에 있었던 고대 성추행 사건이 가장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현대차 성희롱 해고 등 전후로 비슷비슷한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2011년 1월에 있었던 캐나다 토론토 경찰의 망언에 대한 반발로 4월 3일 토론토에서 3~4 천명의 여성들이 야한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한 것이 보스톤, 시애틀로 번지는 동안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에 알려졌다. 우리도 해볼 만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트윗에서 오갔고, 스무명만 모이면 진짜 하자는 농담처럼 던진 말이 진담이 되어 갔다. 요즘엔 다들 이런 식이다. 신호탄은 고대 앞에서 한 여성이 몸에 딱 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다음 중 성추행을 해도 되는 여성은?”이라는 우문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것이다. 꽤 크게 언론을 탔다. 입질이 왔다.

잡년들이 명동철거 반대 농성장 ‘마리’에 모였다. ‘두리반’에서 자주 보았던 ‘철새(?)활동가들’과 인디밴드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잡년’들과 이미 친숙한 분들이 많다. ‘잡년’은 ‘잡놈’과 친한 법이니까. 활동가들의 무법천지이자 문화콘텐츠 공작소 같은 그곳에서 <잡년행진>의 준비는 후딱후딱 해내려갔다. 기존 여성단체라면 논의와 기획에 두 달, 실무준비에 두 달이 걸렸을 일들이 첫모임을 가진지 불과 20일 만에 뚝딱 나왔다.



7월 16일. 비는 무섭게 내렸다. 2시에 고대 앞 항의 행진을 시작으로, 3시 반부터 원표공원에서 막춤과 플레시 몹으로 본 공연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말 미칠 듯 내리는 이 장대비를 뚫고 몇 명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 것인가. 참가자는 적고 구경꾼만 많은 뻘쭘한 행사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과거 이대축제에 난입하여 깽판을 놓았던 고대생들처럼, 마초 꼰대집단들이 ‘잡년’들의 판을 엎겠다며 몰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슬슬 걱정되는 마음을 뒤로하고, 3시 반 원표공원에 도착하여 보니, 웬걸, 꼰대스러운 기우였다. 원표공원은 이미 살짝 흥분이 감도는 분위기이다. 참가자와 구경꾼을 정확히 가르기도 어렵지만, 열정적인 옷차림과 호의적인 눈빛을 가진 여성과 남성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다. 거기에 취재진들이 북새통이다. 최소한 망하진 않았다. 그리고 깽판을 놓으러 온 겁 없는 마초집단도 없다. 무대 위는 홍대 거리무대 분위기이다. 천막에는 반짝이 옷들과 가면 등 원하는 경우 얼굴을 가릴 소품이 마련되어 있었고, 색색 매직으로 손수 피켓을 쓰고 있었다. 반쯤 벗은 사람들과 비에 젖어 김을 뿜어대는 사람들과 알록달록한 옷과 장신구를 단 사람들이 뒤엉켜 해수욕장 탈의실 같은 분위기이다. 무대 앞에는 몇 명이 음악에 맞춰 막춤을 추며, 잡넌들 잡놈들 앞으로 나와 같이 춤추자며 불렀다. 때마침 김조광수 감독이 와서 예쁜 원피스차림으로 무대에 합류해 끼를 발산했다. 웬 환자용 원피스 같은 독해 불가능한 옷을 입은 조약골도 시종 무대에서 춤을 추었다. 가장무도회 혹은 페스티벌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카메라를 든 취재진들도 바쁘게 따라붙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취재진들에 가로 막혀 잡년들이 앞으로 나오지 못한다며 기자들에게 뒤로 빠져줄 것을 요청했다. 빨간 띠로 표시한 사람은 얼굴을 찍지 말아달라는 특별한 요청도 했다. 하기야 취재진 중에는 행사의 취지에 공감해서 오기보다는 뭔 선정적인 쇼를 한다니, 기사는 되겠다 싶어서 되도록 야한 사진을 찍어 올리려고 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자면 흥이 깨지고, 스스로 정당성이 없냐는 비난이 날아오기 일쑤이다. 예상하고 감수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조금 곤란한 문제들도 있다. 적극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활약하는 잡년들 중엔 갑갑한 관료주의 직장문화를 강요받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일종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사는 이중생활자가 이곳이라고 왜 없겠는가.

다행히 비는 약간 소강상태였다. 흥겨운 막춤과 아바의 ‘댄싱 퀸’ 플래시 몹으로 분위기를 확실히 띠우고, 무대 옆으로 조금 이동하여 남근석을 깨뜨리려는 ‘레드 걸’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레드 걸’은 과감하게 상의를 속옷까지 벗었고, 바디 페인팅과 스티커 등으로 최소부위만 가렸다. 눈을 무섭게 칠하고, 망나니가 죄인의 목을 치기 전 간보는 동작처럼 남근석 주위에서 악녀 같은 춤을 추었다. 이어서 선언문이 낭독되었다. “강간은 남성의 본능 탓이다 라며 마치 성범죄가 자연스러운 인간 본능인 양 포장하는 그대들에게 묻는다. 여성의 옷차림에 따라 성욕을 참지 못하는 그대들은 과연 사람인가, 짐승인가! 당해도 싼 사람은 세상에 그 누구도 없다! 우리는 ‘자유롭게 입을 권리’뿐 아니라, 성범죄의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를 외친다. 꼴리냐? 어쩔 건데! 내 몸이야 손대지 마! 벗어라, 던져라, 잡년이 걷는다.”

2. 아름다운 연대

사람들은 한결 늘어났다. 란제리 차림으로 분위기를 살린 앳된 학생, 퇴근하고 바로 온 듯 한 오피스 걸, 아기를 업거나 동반한 아줌마까지. 가만 보니 중년여성들도 꽤 많다. (아차, 나도 40대 중년이지) 모인사람들의 잡스러움 역시 한층 늘어났다. 이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덕수궁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다시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폭우에 좁은 인도를 따라, 우산들을 맞대며 걷다보니, 참가자들끼리 오붓한 정이 느껴졌다.



대한문 옆에는 한진중공업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천막이 있다. 심상정, 노회찬의 앉아서 이 행렬에 손을 흔든다. ‘잡년’들도 천막안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훈훈한 연대이다. 대한문 앞에서 다시 플래쉬 몹이 행해졌다. 그리고 발언들이 이어졌다. 현대차 비정규직 성희롱 해고에 대한 규탄발언이 나왔다. 넓은 대로 나오니 서로의 모습이 더 잘 보였다. 요란한 분장은 하지 않았더라도 참가의 의사를 가지고 행진을 하여 대한문 앞까지 온 사람들이 대략 5백 명은 되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앞에 나가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즐거움과 해방감이 환하게 번져갔다. 다시 인도를 따라 원표공원으로 행진하였다. 공식적인 행사는 원표공원에서 해산하는 것이었다. 원표공원에 도착하여 행사 종료를 발표했지만, 전혀 끝날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때 자진 해산하였다고 난 기사도 많다.) 해산된 상태로 삼삼오오 지하도를 건너, 여성가족부 앞으로 향했다. 그곳은 현대차 비정규직 성희롱 사건을 항의하는 천막농성장이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노숙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노조활동가를 만났다. 나도 마이크를 잡았다. “꼴리는 것은 본능 때문이나, 덥치는 것은 권력 때문이다”라고 쓴 손 피켓을 들고, 현대차 사건의 어이없음에 대해 발언했다.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하자, 피해 여성이 해고되었고, 해고심의위원회에 가해남성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기막힌 이야기. 노조활동가 역시 마이크를 잡고, 반가움을 표했다. <잡년 행진>은 그간의 한국 여성주의 운동사에서 좀처럼 보지 못한 맑스주의 페미니즘과 급진주의 페미니즘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접점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었다. 생각해보면 여성노동자로 잔뼈가 굵은 김진숙 언니인들 살면서 성희롱 한번 당한 적이 없었을까, 사측으로부터 진보마초 득실거리는 노동운동 내부로부터 ‘잡년’이라 욕 들어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을까. 남성들의 시선에서 고분고분하지 않은 년은 모두 ‘가랑이를 찢어죽일 잡년’이 아니던가.

3. “꼴리냐? 그럼 구애를 해라”

지하철로 뒷풀이 장소인 홍대로 이동하였다. 광화문에서는 발칙한 시위로 보였지만 똑같은 차림으로 홍대로 이동하니 참신한 퍼포먼스 가득한 공연이었다. 긴장은 줄어들었고 흥겨움은 커졌다. 비가 그쳤다. 피켓은 다 찢어졌다. 그대로의 난장을 즐길 일만 남았다. 브래지어를 엮어서 만든 “꼬마야, 꼬마야” 줄넘기를 하는 동안 해방감은 커졌다. 체형을 보정해준다는 이름으로 몸을 검열하고 옥죄는 브래지어는 양가성을 지닌다. 아름다운 몸은 나의 욕망인 동시에 억압의 내면화이다. 브래지어는 그 내면화된 억압을 상징하는 유연한 구속물이다. 브래지어는 자연스러운 가슴 선을 인공적으로 ‘단도리’하는 물건이자, 그 자체가 남성적 페티시의 대상이다. 즉 안하고 다녀도 헤픈 년이고, 보이게 하고 다녀도 헤픈 년이다. 내 몸을 알아서 꼭꼭 단속하고, 그 단속했다는 사실마저도 단속해야 한다. 이제 그 이중적인 ‘금기의 선’을 미친년마냥 풀쩍풀쩍 타 넘는다. 전선으로 삼아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줄넘기로 타 넘으며 유희한다. 비가 그치니 날씨가 더웠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공연으로 몸이 더워진 언니들은 옷을 훌떡훌떡 벗어던졌다. 행사와 무관하게 구경 온 홍대거리의 젊은이들이 늘어났다. 다들 떡 벌어진 난장에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잡년행진>은 여성의 옷차림과 성폭력의 상관관계에 관한 억압적 논리에 저항하기 위해 시작된 시위이지만, 처음부터 정교하고 일관된 논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 여성주의 단체가 통일적인 입장을 가지고 기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 중에는 ‘여성은 남성을 흥분시키기 위해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옷을 입는다’ 거나 ‘옷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식의 수세적인 구호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잡년행진>을 통해,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음이 명백해졌다.

성폭력의 문제를 남성의 성욕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가부장제의 논리이다. 그 함정에 같이 빠져 성욕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여성의 옷차림은 남성을 유혹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유혹과 성욕 유발이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어떠한 성욕도 유발되지 않는 금욕적 사회가 아니라, 유혹하고 유혹받는 성욕 충만한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문제는 성욕이 아니라, 성욕을 남성의 전유물로 특화시키고 특화된 남성 성욕을 성폭행과 직접 연결시키는 성 권력의 구도이다. 남성중심 사회는 성욕, 음란성, 성관계 등을 성폭행과 구분하지 않고 뒤섞는다. 직장 내 성희롱, 사이버 성폭력, 마광수의 성애론, 한양대 <성의 이해> 강의 등은 음란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적인 것이 문제이다. ‘여자들도 음란함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성폭력적인 것이 문제다’라고 말해도 통 알아듣지 못한다. 성관계와 성폭력을 구분하지 못한 채, 여성들이 ‘내숭’을 떤다고 헛갈려한다. 계속 항의하면 순진한 여성들을 음란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접근이 이루어진다.



남녀모두의 유혹->성욕->구애->상호교섭->선택->성행위에 이르는 것이 생물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인간남성들은 이 과정에서 중간 항을 모두 생략하고 성욕을 곧바로 성행위와 등치시킨다. 그리고 여성의 성욕을 예외적인 것(창녀의 욕망)으로 만들어, 성욕으로부터 여성을 배제한다. 그 결과 성욕은 남성만의 것이며, 중간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성행위는 성폭행과 구분되지 않는다. 결국 ‘남성의 성욕’과 ‘성폭력과 다름없어진 성관계’만 남는다. 이 둘은 필요충분조건으로 맺어진다. 즉 성관계는 남성성욕의 발현이다. 여기에서 과정상의 좋고 나쁨은 없다. 오직 나쁜 것이 있다면 주어인 ‘남성성욕’이 잘못되어 있을 때, 즉 동성애나 소아성애 등 잘못된 대상을 향하는 ‘변태’만이 문제가 된다. 성인여성을 향한 남성성욕의 발현은 잘못될 것이 없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충족되어져야 할 무엇이 된다. 이에 따라 성매매를 통해서건, 매매혼을 통해서건 남성성욕을 해소해기 위한 사회적 해결책이 강구된다. 성폭행을 막기 위해서란다. 그러다 성폭행이 일어나면 남성의 성욕은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무엇이기 때문에, 그 불가항력적인 ‘남성성욕을 일으킨’ 책임을 ‘음란한 여성’에게 묻는다. 피해자 책임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도는 참 야비하다. 남성들이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개발하고, 거절을 무릅쓴 구애를 하고, 상호소통능력을 함양하고, 최종적으로는 여성의 선택에 승복해야 하는 수고스러운 짓들을 모두 하지 않고, 유일한 성욕의 주체로 성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지배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여성은 성폭행의 위협 없이 야한 옷을 입을 자유뿐 아니라, 야하게 행동할 자유, 유혹할 자유, 음란할 자유를 지닌다. 야하게 입었다고 성폭행당하지 않을 수세적 권리뿐 아니라, 옷차림과 행동을 통해 여성의 성욕을 당당하게 드러낼 공세적 권리를 선포해야 한다. “꼴리냐? 어쩌라고!”가 아니라, “꼴리냐? 그럼 구애를 해라. 그러나 선택은 여성이 한다!”고 말해야 한다.

P.S 여름이 가기 전에 <잡년행진> 한 번 더 하자. 그러면 반드시 수영복 입고 가겠다. 광화문 한복판을 비키니 섬으로 만드는 충격과 공포의 폭탄 녀, 도심테러리스트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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