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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옴 2011-08-13 13:55:10, Hit : 902
Subject   제주지방법원에 보내는 평화활동가 최성희의 최후진술
최후 진술

사건: 2011 고단 318 업무방해(2011 고단511 병합)
피고인: 최성희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 최성희는 시각 예술인인데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진주라 불리는 제주도에, 또 그 제주도의 다이아몬드라 하는 강정 마을의 생태계가 잘 보전된 아름다운 자연에, 또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자연을 지키려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순박함에 끌렸습니다. 또한 그들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 받았고, 고향을 지킴으로써 제주도민의 주체된 평화의 역사를 만들려는 그들의 내재적 역사 인식에 깊이 감명 받았으며 그들의 그러한 숭고한 의식은 반드시 범국민적이고 범세계적인 지지를 받아야 하며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주민들의 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비폭력적, 평화적 저항을 굳게 지지하고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불법, 편법, 탈법으로 강행되는 해군기지 공사장의 건설회사 트럭 밑에 누울 때마다 저는 제 선배 세대들이 얘기한 두 가지 모토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하나는 ‘여러분이 지켜주지 않는다면 누가 저 말 못하는 산호, 물고기, 조개들을 위해 말해줄 것인가’였고 또 하나는 ‘이 땅은 우리가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다’였습니다.

제가 보호하고자 했던 지역은 환경부 지정 제2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가 서식하는 공사장 현장과 더불어 무엇보다 2011년 3월 15일 도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안 취소라는 재의결로 법적 근거를 지닌 중덕 해안이었습니다. 더구나 주민들이 제기하였던 국방, 군사 시설 승인처분 무효 확인 소송, 절대보전지역 소송, 공유수면 소송 등에서 여전히 항소심이 진행되는 등, 법적 소송이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서 그리고 문화재 발굴 사업이 충분히 주민들에게 전달, 공유되고 공사와 관련해 법적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서 강행되는 공사는 불법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새만금의 경우, 소송 중엔 공사를 중단하였다 하는데 왜 유독 제주에서는 공사가 강행된 것일까요? 건설 회사들은 공사 중단 시 피해를 운운하는데 정작 많은 하도급을 쓰는 건설회사들이 스스로 피해를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건설회사들과 해군, 그리고 검, 경은 그러한 저를 ‘업무방해’라는 죄목으로 20여 차례 가까이 고소했으나 저는 그것이 ‘업무방해’ 아닌, 그들이 더 이상 불법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불법행위 방해’, 나아가 타인을 희생시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죄악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돕는 ‘악법방해’라 주장합니다. 입법, 사법, 행정 등 모든 공권력의 기재가 가진 자의 편에 서 무소불위의 불법적 폭력을 휘두르며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도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한 행위는 최후의 수단으로 행해질 수 밖에 없었던 합법적 ‘정당방위’요 ‘무죄’였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5월 19일의 사건에 대해 저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서귀포 경찰서와 제주지검은 5월 19일 ‘업무방해’란 동일 죄목으로 저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당시의 상황은 건설업체와 경찰이 주위의 시설물 등을 ‘대집행’ 등 적법한 절차 없이 불법으로 철거하고 이미 7명의 주민 및 시민 운동가들을 불법, 강제 연행한 후로서 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항의하며 다른 여성과 함께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들지 마라’는 문구가 쓰인 푸른 현수막을 들고 침묵으로 서 있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미란다 고지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저는 기억이 없으며 기억하는 것은 ‘최성희씨,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5~6명의 사복을 입은 여경들이 완력으로 저에게 달라 붙어 경찰차로 실어 나른 것입니다. 그리고 경찰과 제주 지검은 ‘업무방해’로 저를 구속 기소까지 했습니다. 5월 19일 저를 현행범으로 체포, 구속까지 한 근거가 ‘업무방해’라는 것인 데 현수막을 들고 침묵으로 건설업체의 불법적 재산 손괴에 항의한 것이 업무방해입니까? 더구나 5월 19일의 ‘체포’와 5월 21일의 ‘구속’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가 ‘공사장 덤프 트럭 밑에 들어갔다’고 하다가 그 이후 저의 항의를 받고 공소장에서 ‘현행법’이란 단어와 더불어 그 문구를 뺐습니다. 저를 ‘구속’ 시키기 위해 저를 일단 ‘체포’하고 ‘허위’로 ‘기소’한 것입니다. ‘구속’ 자체가 목적이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정마을회와 제 평화단체들은 그래서 ‘최성희씨의 영장실질 심사 과정에서 검찰은 허위 사실을 기재하며 기소했다’며 ‘최성희씨가 하지도 않은 공사 저지를 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한 것’이라고 5월 23일 성명에서 진상을 밝히며 검, 경의 불법을 비판한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공권력의 남용을 지속적으로 폭로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도민의 세금을 받는 공무원인 서귀포 경찰서와 제주 지검에 대한 처벌과 징계 또한 중요하다 보는데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저와 같은 공권력 남용의 희생자들이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검, 경의 강정 주민들에 대한 소환장 및 피해액 보상 청구가 난발되고 있으며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그 피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볼 때 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을 의도적으로 분리, 이간시키려는 작전으로 보여집니다. 청구되는 액수가 2억 8천 9백만이라니 그야말로 벼룩의 등 짝을 훔치는 것도 모자라 내려치는 공권력 탄압입니다.

저는 이러한 검, 경의 태도에서 일제의 잔재, 그리고 외부의 폭력적 침탈의 절정이었던 4.3 당시 도민을 학살했던 공권력의 잔재를 봅니다.

제주도의 역사는 외세와 외부 공권력으로부터 끊임없이 도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지키려 투쟁해 온 고난의 역사이기도 하였습니다. 중앙 정부와 해군이란 외부로부터의 폭력에 빌붙어 중립적인 공무원의 임무를 수행하기는커녕, 같은 도민을 탄압하는 서귀포 경찰서와 제주 지검은 퇴행적, 매국적, 매도적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희생양이 된 저의 고통도 해군 기지 이슈로 마을 주민의 44%가 강박증 등 자살 충동을 느끼고 34.7%가 자살을 시도하고 계획한 강정의 고통에 비견하겠습니까? 최근 6월 17일에도 제초제를 먹고 음독 자살까지 시도한 강정 주민이 있었습니다. 6월 20일에는 비폭력, 평화적으로 항의한 시민들과 주민들에게 해군이 급기야 폭력까지 휘두르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현애자 전 국회의원은 ‘전시에도 군인이 민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범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중앙 정부는 피해자인 주민들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긴커녕 오탁막 파손으로 천연 기념물인 연산호 문화재 현상 변경 조건이 고려되어야 함에도 불구, 불법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의 행태를 방조, 묵인하더니 현재 공사 현장 내 국유지로 되어 있는 주민들의 농로를 용도 폐기 하도록 서귀포시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해군으로 하여금 공사를 강행하게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설촌 400년 고향을 뺏길 수 없는 주민들에게 물리적 충돌 불사란 막다른 골목만 선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손해 배상 청구와 소환장 남발로 정신적 고통을 급증시키면서요.

우리나라 헌법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 강정에서 헌법은 무참히 유린되고 짓밟혀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재판장님께서 헌법과 함께, 그 헌법이 뿌리를 둔 정의와 양심의 목소리를 들을 능력을 가지셨다 확신합니다.

한편,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시스템에 편입되어 제주도 전체를 참화로 몰고 가며 후손을 멸망시키리란 것을 이미 많은 논자들이 지적한 바 있습니다. 또한 침략적 전쟁을 막기 위한 비폭력적 평화적 저항은 국제법과 헌법에 따라 권리이자 의무라고 알고 있습니다. 6월 10일 1차 심리 때 전 세계에서 많은 이가 연대 단식을 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전파하고 있지만 천 여명의 사람들이 워싱턴 소재 남한 대사관에 전화해 강정 마을에서 강행되는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그 만큼 국제적으로도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사관 직원은 전화한 이들에게 제주 해군기지를 밀어 붙이는 것은 남한 정부 아닌 미국 정부이니 미국 정부에 전화해야 한다 말했다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왜 제주 해군기지 싸움이 제 2의 4.3이 되어가고 있습니까? 큰 이유 중의 하나는 4.3과 제주 해군기지 모두 미국, 즉 외세의 침탈과 관련되어 있고 이로 인해 도민의 생존권, 평화권, 주권이 모두 위기에 처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외세의 침탈에 누구보다 저항했던 제주도민들이, 그리고 강대국들의 전략적 요충지인 한반도의 국민들이 제주 해군기지의 폭력성을 자각하고 반드시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최근의 미국과 중국간의 고조되어 가는 갈등 상황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뒷받침하며 제주 해군기지 반대 싸움의 정당성을 더욱 입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6월 21일 미-일 국방 외교 회담에서 대 중국 봉쇄를 위한 미-일-호주, 미-일-인도, 그리고 한-미-일 삼각 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미국의 네 번째 무기 회사 레이시온과 일본 미쭈비쉬가 공동 개발한 스탠다드 미사일 3의 한국 판매 가능성이 높이 암시되었습니다. 7월 9일, 미-중 갈등이 높아져 가는 동남아 브루나이 근처에서 미-일-호주 군사 훈련이 있었습니다. 같은 날 우리 나라에는 미국의 핵 잠수함 USS 텍사스호가 진입,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한-미 공중 급유 훈련이 6개월마다 실시될 계획이 발표되었는데 전문가들은 그것이 대 중국용임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 미국 급유 비행기는 오키나와 미 공군기지에서 출항한다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예정된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된 것으로 조심스럽게, 그러나 엄중하게 경고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8월 4일 전 공군 참모총장이 미국 무기 회사 락히드 마틴에게 군사 기밀을 유출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락히드 마틴은 전투기뿐만 아니라 제주 해군기지에 정박할지도 모를 미 이지스 구축함의 제조 업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습니다.

국방부가 ‘대양 해군론’을 폐기하고도 그것을 명분으로 한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밀어 붙이는 그 배경에 과연 미국의 압력이 없었을까요? 제 귀에는 락히드 마틴, 보잉, 레이시온 등 미국 무기 회사들의 탐욕스러운 즐거운 샴페인 소리와 강정 주민들을 비롯한 도민들의 비명 소리가 벌써 중첩되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경제적 도산을 겪은 미국이 자신의 제1 수출 품목인 무기의 활발한 거래로 그 경제적 부흥을 꾀하기 위해 봉 만들기 쉬운 지역과 국가가 어디입니까? 바로 대한민국 제주도입니다. ‘평화의 섬’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도민이 뽑은 대표자가, 국민이 뽑은 대표자가 도민과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 못하고 매도적, 매국적 모습을 보일 때, 그것은 또한 자기 기만과 모순의 모습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으니 우근민 도지사의 최근 제주 유네스코 3관왕과 관련, 7월 8일 입법 예고한 ‘제주 특별 자치도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 자연 유산 및 세계 지질 공원 관리에 관한 조례안’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상황과 충돌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제주도민일보 7월 12일자는 조례안의 3조는 도지사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대한 지정, 등재, 인증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면 4조는 ‘도민의 책무’ 규정을 통해 도민들이 유네스코 자연 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자연 유산 지역 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사업 및 시책 등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유원일 창조 한국당 의원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에서 불과 1.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해군 기지를 건설하면 등재 취소는 불 보듯 뻔하다며 강정 마을에서 멀지 않은 문섬, 범섬, 섭섬이 제주도 생물권 보전지역 중 핵심지역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근민 도지사는 이런 너무도 명백히 모순적인 조례안을 추진하면서 중앙 정부에 발맞추어 해군기지를 밀어 붙이는 것도 모자라 엄청난 상술로 지탄받는 세계 7대 경관 사업을 또한 도민의 혈세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국방부와 업무 협약을 맺어 국방부의 세계 7대 경관 사업 홍보에 대한 적극적인 도움을 약속 받았다는데 해군기지 건설업체의 하나인 삼성도 이미 그 홍보에 뛰어든 것을 볼 때 7대 경관 사업은 제주도민들 가장 많은 다수가 도의 비전으로 지향하는 생태, 환경 보전의 목적보다는 행정-군-자본의 합작으로 도민을 기만한 사행성 목적을 지녔음이 명백해집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저와 같은 희생자들이 강정주민들과 평화 활동가들에게서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여쭙고 싶습니다. 재판장님의 양심을 믿습니다. 평화의 섬을 지키기 위해 비폭력적으로 정당 바위를 한 제가 이 자리에 서는 것이 옳습니까? 아니면 도민의 뜻을 저버리고 도를 중앙 정부와 군, 자본에 판 도지사, 또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국가를 외세에 넘기는 김황식 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이 자리에 서는 것이 옳습니까? 후자는 누구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있으면서 저와 같은 힘없는 국민들을 무소불위로 탄압한단 말입니까?

미국의 저명한 평화 활동가, 하워드 진의 말을 인용해봅니다.

‘시민 불복종이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문제는 시민 복종이다. 우리의 문제는 그들 전부의 지도자들의 독재에 굴복하며 전쟁에 나선 전 세계에 걸친 사람들의 숫자다. 그리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 복종 때문에 살해되었다. 우리의 문제는 전 세계에 걸쳐 사람들이 가난, 기아, 어리석음, 그리고 전쟁과 잔인함에 굴복하여 복종적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감옥들이 작은 도둑들로 꽉 찬 반면, 대 도둑들은 나라를 이끌고 있는데 사람들이 복종적이라는 사실이다. 그게 우리의 문제이다.’

저에게는 평화의 섬이 이름만이 아닌 실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쟁 기지인 해군기지 대신 평화공원과 유엔평화학교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젊은이들, 그리고 그 자손들이 징용과 등록금으로 고통 받지 않고 자신의 다양한 꿈을 펼치면서 함께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 생각만 해도 흐뭇하지 않습니까? 그 희망이 저로 하여금 정의로운 분노를, 그리고 용기를 갖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성희 올림

제주 지방법원 귀중

2011년 8월 5일



*위 진술은 7월 15일을 위해 준비되었으며 후에 8월 5일 진술을 위해 부분적으로 보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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