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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 2009-07-26 23:43:43, Hit : 2074
Subject   행동하는 텃밭 일기 - 진딧물과의 싸움
용산참사 현장에 마련한 행동하는 텃밭에서 오늘은 열무와 상추 그리고 고추를 수확했다.
지난 금요일에 비가 내린 뒤에 열무들이 많이 자라서 1차로 수확을 했다.
상추와 고추, 깻잎 등은 이미 여러 차례 수확을 해서 철거민들과 나눠 먹었지만, 열무를 수확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열무는 뽑아서 겉절이 해먹거나 그냥 밥에 넣고 고추장과 비벼 먹거나 또는 비빔냉면을 만들 때 그냥 넣어먹으면 된다.
뽑은 열무들을 내가 직접 다듬어서 씻어서 가져가려고 했더니, 철거민분들이 어차피 자기가 또 씻고 다듬고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두 번 하게 된다면서, 나보고 씻지 말고 그냥 가져오라고 극구 말리셔서 그냥 가져다드렸더니, 아삭하고 새콤하면서 약간 매운 열무 겉절이를 만들어주셨다.
저녁엔 그것을 반찬으로 밥을 세 그릇이나 비웠다.
이것들은 화학비료도, 농약도 치지 않은 그야말로 친환경 유기농 채소들이다.
상추나 깻잎이나 열무나 얼갈이 배추나 그냥 따먹어도 아삭아삭 맛있다.

용산 철거민과 함께 하는 행동하는 텃밭을 만들자마자 진딧물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진딧물을 구제하려고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봤다.
인터넷에 나온 방법은 모조리 사용해봤다.
요구르트와 우유를 물에 적당히 희석해서 뿌려보기도 했다.
진딧물들의 땀구멍이 요구르트와 우유로 막혀서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왠걸.
진딧물들은 죽지 않았다.
철거촌에 사는 진딧물들이라 질길 거라고 누군가 한 마디 한다.

그래서 담배를 물에 가득 풀어 이틀 동안 담궈둔 다음, 담배가루를 걸러내 버리고 걸죽하고 진한 니코틴 추출액을 만들었다.
니코틴 액을 분무하면 진딧물들이 죽는다고 했다.
가지와 오이에 달라붙은 진딧물 위에 니코틴 액을 듬뿍 뿌린다.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진딧물들은 죽지 않고, 점점 늘어만 간다.
서울 도심에 만들어놓은 텃밭에 사는 진딧물들이니만큼 독종들만 모였을 것이다.
대도시의 매연을 뚫고 몰려온 진딧물들이 아닌가.

그렇게 한 달이 지나는데, 진딧물들은 여전하다.
보다못한 용산4상공 철대위 위원장님이 내게 목초액을 준다.
목초액을 뿌리면 간단히 진딧물들이 구제된다고 했다.
옳거니 해서 목초액을 뿌려주었다.
이젠 가지와 오이 이파리 뒷면마다 시커멓게 달라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진딧물들이 좀 없어지게 될까?

일부러 친환경 방법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뭐 얼마나 작물이 많다고 농약까지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딧물을 잡아보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목초액으로도 진딧물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젠 철거민 가운데 한 분은 아예 "왜 농약을 치지 않냐?"며 "친환경도 좋지만, 이래서야 어디 오이와 가지를 제대로 수확이라도 할 수 있겠냐"며 핀잔을 준다.
진딧물들이 하도 달려들어서 체액을 빨아들이니 잎사귀들이 오그라들고 있다.
오이도 조그맣고 귀여운 것이 달리면 달리는 족족 진딧물들이 달려들어서 그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녀석을 사정없이 빨아먹는다.
이건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진딧물 때문에 죽겠다고 호소를 했더니 디온이 내 말을 듣고는 막걸리를 뿌려보라고 조언했다.
수유+너머의 텃밭에서 막걸리를 사용해봤는데 효과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막걸리를 진딧물 위에 뿌려주면 얘네들이 취해서 죽거나 떨어진다고 했다.
너무 진한 막걸리를 뿌리면 식물들에게도 좋지 않으니 적당히 물에 희석해서 뿌리라고도 했다.
말한 그대로, 막걸리에 물을 타서 (이것이 바로 물타기, 요즘 나는 수십번 물타기를 한다) 가지와 오이 위에 정성껏 뿌려준다.
이파리를 하나하나 뒤집어서 그곳에 붙은 진딧물 위에 소복하게 눈이 내려앉듯 막걸리를 분무한다.
천 명의 노동자들이 옥쇄투쟁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도장공장 위로 경찰 헬기가 날아올라 스티로폼도 녹이고 사람 피부에 물집을 잡히게 만드는 독성 최루액을 뿌려대는 장면이 생각나, 잠시 마음이 아팠지만 이대로 오이와 가지를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막걸리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여간 오이와 가지가 진딧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이 다른 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진딧물들을 먹으러 파리가 달려들고, 꽃이 핀 오이와 고추와 가지에 꿀벌들이 날아온다.
무당벌레들도 날아와 진딧물들을 잡아 먹는다.
오오, 놀라운 자연의 조화여라.
원래 무당벌레를 일부러 잡아와서 진딧물 구제에 활용하려고 했지만, 진딧물의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나는 분명히 그놈들을 먹이로 삼을 천적이 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배고픈 자는 언제나 먹이가 있는 곳에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그랬더니 역시나 어느날 행동하는 텃밭에서 무당벌레들을 발견한 것이다.
동그랗고 빨간 무당벌레보다 약간 작고 약간 더 갸름한 모양의 갈색 비슷한 색깔의 무당벌레들이 진딧물을 잡아먹고 있다.
무당벌레 한 마디가 하루 동안 먹어치우는 진딧물이 약 8백마리라고 하는데, 아직은 무당벌레 숫자가 부족한 것인지 진딧물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용역의 폭력만이 존재하던 곳에 이제는 무당벌레와 꿀벌과 파리와 진딧물까지 모여들어 공생하게 됐다.
이 정도면 행도하는 텃밭 그럭저럭 성공한 것이 아닐까?
유가족인 전재숙 어머니가 이 텃밭을 볼 때마다 무럭무럭 채소들이 자라나는 모습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면서 기뻐하시는데, 오늘도 텃밭이 잘 지켜지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정말 대성공이 아닐 수 없다.
유가족들의 마음도 아주 약간 달래고, 열무도 뽑아 먹고, 무당벌레까지 불러들였으니 말이다.
열무를 뽑아먹은 빈 자리에는 다시 씨를 뿌려두면 또 곧 자라나올 것이다.

투쟁은 이렇게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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