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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온 2008-10-13 18:45:27, Hit : 2051
Subject   같이 읽고 싶은 책,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페미니즘, 당신의 계급을 묻다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안나  


벨 훅스의 <행복한 페미니즘>에 크게 공감한 기억이 있어 이 책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계급” 요즘 한국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신분제 사회가 아닌 한국에서 무슨 계급?’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여러 상황들-부와 출생의 차이를 통해 고착화되는 주거와 교육, 건강-을 본다면, 단연코 한국은 계급의 심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계급이 없었던 한국의 과거 역시 생각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계급이 왜 중요할까? 나와 그녀의 차이

계급이 성, 또는 인종의 차별과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신분제(사회적으로 드러난)가 없는 한국에서 계급은 개인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뛰어넘을 수 있는 반면, 태생에서 결정되는 특징인 여성 또는, 인종 간의 연대는 본질적이며 피할 수 없는, 너무나도 강한 연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성이라는 범주 안에도 너무나 많은 관점과 위치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속한 생활영역 속 여성들의 생각과 내가 만난 여성주의자들의 생각 간의 차이에서 심리적 부적응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주의자이지만 여성운동이 생활이 아닌 사람들은 공통으로 느끼겠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 속에서 가끔 나도 여성주의자임을 드러내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왜 그 여성들과 나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계급이 왜 중요할까? 벨 훅스는 책의 서문에서 “모든 인종의 여자들과 흑인남자들이 빠른 속도로 가난하고 혜택을 박탈당한 계급으로 유입되고 있다. 계급 문제를 직시하고 더 많은 사실을 깨달아 경제적 정의를 위해 제대로 투쟁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관심이다. (…) 계급 충돌은 이미 인종과 성의 측면을 띠고 있으며, 많은 분리와 이탈을 만들었다. 계급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제일 먼저 공정한 경제체제부터 만들어야 한다.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제일 먼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내가 왜 어떤 여성들과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해답은 여기에 나온다. 내가 그 여성들과 같은 직장에서 같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그 여성들과 다른 관점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나의 계급’을 무엇으로 정체화하고 있느냐에서 발생한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여성노동자’로 보고 있지만, 그 여성들은 스스로에 대해 굳이 ‘여성’을 붙이지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종종 분노케 하는 ‘여성’문제와 ‘노동’문제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부유한 흑인이 가난한 흑인에 대해 가지는 마음

이 책은 벨 훅스가 노동계급에서 특권을 지닌 계급으로 이동한 경험, 즉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학생시절 이야기, 그리고 강의를 하고 글을 쓰면서 겪게 되는 계급의 이동과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어린 시절 벨 훅스의 엄마는 “여성의 기회를 앗아버리는 것”을 “계급의 문제가 아닌 성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또한 거의 모든 백인과 흑인이 차별의 원인에 대해 ‘인종’이라고만 생각했지 ‘계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끊임없이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흑인들 사이에도 계급에 따라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글을 배운 흑인은 그러지 않은 흑인에 대해, 부유한 흑인은 또 그렇지 않은 흑인에 대해 “깔보는, 차갑고 비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인들 사이의 이러한 차이가 곧 흑인의 지위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일부 여성들이 곧 여성의 지위 향상을 그대로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부 상위 계급으로 진출한 여성과 흑인에 대해 벨 훅스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언론은 미국이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자수성가할 기회가 무궁무진한 곳이라는 인식을 선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스포츠나 연예계에서는 부자의 대열에 진입한 흑인들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부와 권력을 거머쥔 계급에 들어선 뛰어난 백인여성과 유색인종들은 그들을 배척했던 보수주의자들이 세운 기존의 사회와 경제 구조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는 향상되었으나, 그 향상의 정도도 해당 여성이 속한 계급에 따라 다르다. 굳이 숫자로 비유하자면, 제일 가난한 계급의 여성들이 이전보다 10%의 지위가 향상되었을 때, 가장 부유한 계급의 여성들은 이전보다 30% 지위가 향상되는데, 이 30%가 모든 여성의 지위 향상으로 오인되어, 마치 가난한 계급의 여성들은 그들의 노력이 부족하여 가난한 상태로 있을 뿐이지 더 이상 성차별이 그리 만연한 것은 아니라고 인식되고 있다.

왜 여성들이 성매매 시장에 가는지, 왜 비정규직에서 여성이 다수인지-역으로 왜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인지- 왜 여자가 많은 회사에서 중간관리자 이상의 여성을 찾기가 힘든지, 왜 결혼이주여성이 이리도 많은지에 대한 답은 바로 ‘계급’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계급은 왜 심화되는가? 탐욕과 소비에 대한 경고

그럼 왜 계급은 심화되는가? 벨 훅스는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왜곡된 모습이 끊임없이 사회, 특히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있고, 더불어 탐욕과 소비를 권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흑인을 비롯한 노동계급 사람들”이 “복지정책의 수혜자는 단지 놀고 먹으려는 게으른 식충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노력하면 밑바닥에서부터 신분의 수직 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새로운 신화에 억압층과 피억압층과 같은 낡은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세했다. (…) 대중이 순진하게도 누구나 권력과 특권을 지닌 계급에 진입할 수 있다고 믿기만 하면 공동체주의나 자원의 공유, 지속적인 사회 정의 실현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 탐욕은 수많은 부자와 빈자를 공통으로 연결하는 끈이 되었다”고 지적한 부분에서는 한국의 현 대통령이 생각났다. 가난한 사람들이 그의 숱한 전과와 무능함에도 그에게 표를 던진 것은, 단지 ‘몰라서’ 그랬던 게 아니라 한국사회에 만연한 ‘탐욕’이 아니었을까?

계급이 심화되는 것은 인종과 성을 넘어선 어떤 사람들의 성공을 통해, 계급의 문제, 인종의 문제, 성의 문제를 더 이상 논하지 않게 되어서이다. “인종차별 폐지는 호전적인 시민권 운동과 흑인인권운동의 결과인 흑인들의 급진화를 약화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급진적이고 똑똑한 소수가 흑인 대중을 선도해 반란과 문화혁명을 일으키는 것보다 이미 특권을 부여 받은 흑인들에게 기존의 사회구조에 편입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편이 나았던 것이다.” 그 결과 상위 계급으로 진출한 흑인은 다른 계급의 흑인에 대해 백인과 같은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여성들 사이에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 “특권계급의 여자들이 같은 계급의 남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경제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자, 계급에 대한 페미니즘 논의는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게 되었다. 대신 부유한 여자들의 경제적 성공이야말로 모든 여자들에게 좋은 징조라는 격려를 듣게 되었다. 실제 부유한 여자들의 경제적 성공이 수많은 가난한 여자들과 노동계급 여자들의 운명을 바꾸지는 않았다. (…) 결국 특권계급의 백인여자들과 지위 향상에 성공한 다른 인종의 여자들은, 자신과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다른 여자들의 자유보다 같은 계급의 남자들과 똑같은 계급 특권과 사회적 권리를 원했다.”

요즘 알파걸 이야기에서부터 성공한 여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물론 30년 전보다는 여성의 지위가 상승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여전히 많은 여성들의 고통과 차별이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은 분명 여성의 빈곤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계급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벨 훅스는 가난한 노동계급에서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특권계급으로 이동하며 계급의 경계를 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동한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과 노동계급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알게 된 순간 분개했다. 그래서 그녀는 “나는 가족과 내가 속한 공동체 사람들에게 설령 세상에 나가 특권계급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그들에 동화되지 않고 내 존재의 바탕이 된 것들을 내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결심했다.

이 점이 그녀의 글과 생각이 다른 학자들의 글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여성들, 흑인들과 연대하고 글을 통해 세상에 알리겠다는 결심. 사실 벨 훅스는 나에게도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여성인 나, 노동자인 나는 가난한 여성, 이주여성, 비정규직 여성,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2008/10/05 [23:16] ⓒ www.ildaro.com

김민경
(2008-10-13 21:46:34)
이 책 저희 집에 있는건데 내용이 꽤 좋더라구요^^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아요~
김디온
(2008-10-14 14:05:40)
김민경님, 반가워요~ 요즘 피자매 활동하면서 같이 읽을만한 책 찾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혹시 또 좋은 책 있으면 추천해주셨으면 해요. ^^
돕헤드
(2008-10-14 18:29:56)
나도 이 책 읽어보고 싶었어. 벨 훅스가 쓴 다른 책을 읽어봤는데, 아주 좋았거든. 같이 읽기모임을 해도 좋고, 언제 날을 잡아서 세미나를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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