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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3-07-26 01:53:05, Hit : 3874
Subject   함께 만들어가는 저항의 거점, 인포샵
대학생신문에 실린 '인포샵' 기사입니다
http://www.stuzine.net/sz/view.php?id=sznews&no=2864&session=6695&how=right


[기획연재] 함께 만들어가는 저항의 거점, 인포샵

한국의 아나키스트를 찾아서② - 인포샵 가디스

유재명 기자

  한 때 대학 앞마다 ‘사회과학서점’이라 불리는 서점들이 하나 이상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곳에 가면 동네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집 대신 소위 ‘불온서적’들과 각종 운동단체의 기관지며 유인물이 그득히 쌓여있었다. 9시 뉴스가 ‘땡’하는 소리와 함께 독재자의 일과를 보도하던 시절, 사회과학서점은 허위의 사막 가운데 있는 진실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90년대를 경유하며 학생운동이 쇠잔해지면서 그 많던 사회과학서점은 하나 둘씩 사라져가거나, 아니면 대학교재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따위를 팔면서 목숨을 이어갔다.


[사진 : 선언]
  아나키스트들의 주도하에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발생한 ‘인포샵(infoshop)’은 여러 면에서 80년대 한국의 사회과학서점들과 비슷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과학서점은 인포샵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아나키스트 커뮤니티인 Infoshop.org에 게재된 Chuck Munson의 글 “Your Friendly Neighborhood Infoshop"에서는 인포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인포샵은 사교 공간, 잡지 문서고와 도서관, 회합 장소, 탁아소, 콘서트장 그리고 서점을 한 자율적 공간에 결합시킨 것이다. 인포샵은 주로 아나키스트들에 의해 조직되지만, 후원자들과 참가자들이 반드시 모두 아나키스트는 아니다. 인포샵은 ‘스스로 하기’(DIY: Do It Yourself) 윤리에 근간한다. 혁명에 대해 앉아서 떠드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 과정이 일어나도록 만드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이 인포샵을 만들어 간다.“



  한국에도 생긴지 막 한 달되는 인포샵이 있다. 한국 첫 인포샵 ‘가디스’는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서 마을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다. 한 쪽 벽면에 각종 아나키즘 서적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걸 빼면 한 눈에 보기에는 여느 카페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인포샵 가디스’는 <환경과 반차별>이라는 매체의 편집동인들이 중심이 되어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인포샵이 참가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곳이라서인지 <환경과 반차별> 편집동인에게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들 중 한 명인 ‘등대2’ 씨는 이곳을 어떻게 꾸며나갈 계획인 묻자 “글쎄요, 계획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서.”라며 아직 만들고 있는 중일 뿐이라고 말했다. ‘가디스’라는 이름의 뜻을 묻자 “인수할 때 원래 이 카페 이름이었어요. 굳이 간판을 바꿀 필요도 없고. 인도네시아 말이라던가?”라고 대답해서 묻는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환경과 반차별>은?


<환경과 반차별>은 생태주의와 아나키즘을 주제로 부정기 발행되는 매체다. <환경과 반차별>은 현재 6호까지 발행되었고, 그 외에도 <폭력론 노트 - 비폭력직접행동이란 무엇인가>, <오늘의 아나키즘> 등 소책자를 발행하기도 했다. <환경과 반차별> 편집동인은 <오늘의 아나키즘> 서문을 통해 “‘오늘의 아나키즘’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일탈과 왜곡의 역사로 인해 혼란과 오해에서부터 조롱, 외면, 배척의 대상으로까지 취급되어져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아나키즘을 전쟁, 세계화, 환경문제 그리고 온갖 차별의 문제 등에 대해 저항하고, 투쟁위한 대안적 방법론으로 만들어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환경과 반차별> 소책자는 아나클랜(http://www.anarclan.net)에서 파일로 다운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인포샵 가디스’에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다. 생긴지 불과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나키즘 자료를 번역하기 위한 모임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회의도 열리고 있고, 오는 26일에는 팔레스타인에 관한 비디오를 보고 평화운동가 은국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열릴 예정이다. 물론 유럽이나 미국의 인포샵에 비하면 여러모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Chuck Munson은 ‘인포샵은 지역공동체가 필요로하는 장기적인 대항기관'이라고 요약한 바 있다. 자본주의가 봉건제에 승리를 거두기 수 세기 전부터 이미 봉건제 내부에 '코뮨'이라는 자유도시들이 존재했다. 자본주의와 싸우는데도 어쩌면 몇 세기가 걸릴지 모르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면 인포샵과 같이 자율적으로 만들어가는 '대항기관'은 아나키스트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포샵 가디스’는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자면 아직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무척 의미있는 시도인 것이다.


2003년 7월 17일 3시 49분
ⓒ대학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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