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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돕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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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그려내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음반리뷰] 조약골 《평화가 무엇이냐》

2007-03-16 오후 6:22:09                  [안석희 _ 작곡가]  






▲ 조약골의 새 앨범 《평화가 무엇이냐》

<박치기>라는 영화가 있다. 1968년 일본 교토를 배경으로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박치기>에는 줄곧 <임진강>이라는 노래선율이 흐른다. 영화의 주제가이기도 하며 스토리의 전개에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는 이 <임진강>은 원래 북한의 노래인데 일본의 포크 그룹이 다시 불러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나는 영화 마지막 부분, 주인공 코우스케가 방송국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참 좋았는데, 감동 속에서 멍하니 노래를 듣다가 머릿속에서 문득 영어 단어가 떠올랐다. Just folk. 그저 포크면 돼, 정도로 번역하면 괜찮을까?  

평택 대추리의 한 빈집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며 함께 싸워온 평화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조약골의 새 음반 《평화가 무엇이냐》를 들으며 나는 이 Just folk란 단어를 다시 떠올렸다. 이 음반은 한 가수나 창작자 개인의 모습이 드러나는 ‘음반’이라기보다 노래로 그려내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박수와 환호로 가득한, 평택 미군기지 철수를 위한 오랜 싸움에 늘 참여해왔던 문정현 신부님의 연설로 시작하는 이번 음반은 CD의 수록한계시간인 80분에 1초 빠진 79분 59초를 빼곡하게 채운다. 이 싸움에 참가한 사람들의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육성과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그 투쟁의 현장 느낌을 담아낸 노래들이 서로 교차하며 3년에 걸친 ‘평택평화항쟁’의 전모를 볼 수 있게 해준다.

《평화가 무엇이냐》는 노래와 나레이션으로 교직한 한편의 기록화다. 대부분의 나레이션은 연설을 직접 녹음한 경우나 원고를 읽은 것 말고는 조약골과 초대받은 평택 지킴이들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때 조약골은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어이기도 하고 일종의 호스트로 편안한 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가 던지는 질문에 사람들은 기억을 더듬기도 하고 이번 평택 싸움의 여러 경험들을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털어놓게 된다. 나는 사실 노래보다도 이 인터뷰가 훨씬 흥미로울 때가 많았는 데 이들의 이야기는 그 스스로 각 개개인의 특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개인 성장 기록이자 평택 싸움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씨줄이 되는 것이다. 만일 이 나레이션이 없고 노래만 있었다면? 이번 음반의 재미는 반감되었을 것이다.

이번 평택싸움에 참여한 사람들과 일일이 인터뷰를 해서 노랫말을 뽑아내 붙인 곡들과 나레이션의 배경음악들은 이 음반의 날실이 된다. 노래들은 노랫말들이 가진 힘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든다. 이 흐름이 익숙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억지는 없다. 소박한 노래들은 편안하게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내준다. 배경음악은 대체로 간단한 악기 편성으로 다음 노래의 주제 선율을 변주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자칫 건조해지기 쉬운 나레이션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음악들이 직접 연주를 녹음한 게 아니라 디지털 소스를 컴퓨터로 작업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것이 음반의 분위기를 바꿀 만큼 큰 요소는 아니다. 이 모든 작업이 조약골이 살고 있는 평택, 대추리, 불판집 파란방 녹음실에서 이루어졌다. 폐가에서 주워온 전축과 마이크 한 대 그리고 컴퓨터와 기타 이것이 다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만드는 작업 과정 자체가 하나의 평화운동이 되게끔 하고 싶었다고 한다. 기계와 석유에 대한 의존이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음반 복사도 손으로 일일이 작업했으며 심지어 서울경기지역이라면 조약골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배달까지 해준다.


조약골은 음악가이자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나는 대표적인 민중가요의 하나인 <님을 위한 행진곡>이 어떻게 널리 퍼졌는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야사 하나를 알고 있다. 처음 광주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를 보급하기 위해 광주 모처-소설가 황석영의 집이라 전해진다-2층방에서 노래를 녹음했는데 달랑 카세트데크 하나 놓고 통기타 한 대와 북 반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 테잎을 찾아 들었을 때 나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과 살아 펄펄 뛰는 힘에 새삼 감동했었다. 이 걸 둘로 복사해서 두 사람이 2, 3미터 간격을 두고 떨어져서 걸어 서울로 가져왔다고 한다. 혹시 앞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면 한 명은 튀어야 하니까. 이 테잎을 통해 비로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어쩐지 조약골의 작업방식과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나는 이번 음반 《평화가 무엇이냐》가 노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의 하나라고 본다. 여기서 어디란 단순히 장소 개념이 아니라 음악- 노래가 사람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의 문제다. 음악이 사람들의 삶에서 멀어져 전문가들의 것이 될 때, 사람들과 음악이 서로에게 더 이상 영향을 주고받지 못할 때 새로운 음악-운동이 시작된다고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민중가요를 만든 1970, 80년대 대학가 노래운동 역시 대중들의 삶과 노래의 거리가 멀어지자 당대 민중들의 생생한 삶의 언어를 길어 올리려는 움직임으로 시작한 것 아니었던가. 나에게는 이번 음반이 오랫동안 잊혀져있던 사람과 노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응답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이 음반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음반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했고, 한 장 한 장 사람들의 손에 건네지는 순간까지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소통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길긴 하지만 조약골이 쓴 앨범소개를 덧붙인다.  

이 앨범에 대한 소개는 수록된 노래와 인터뷰에 나오는 단어와 구절들로 대신하겠습니다.
유랑, 원직복직, 두꺼비, 도롱뇽, 장애인, 이라크 파병 철수, 대추리, 식을 줄 모르는 열기, 군대, 전쟁, 성폭력, 성차별, 서러움, 성매매, 빼앗긴 자, 농민, 노래, 희망, 힘없는 자, 골프장, 철조망, 배고픔, 국가폭력, 탱크, 총, 기지, 경찰, 푸른 기와집, 여의도 뚜껑, 권력자, 자본가, 노동자, 새 세상, 농민해방, 노동해방, 농약, 민중, 강제로 쫓겨나지 않는 세상, 이윤의 썩은 땅, 국경, 평택, 통일 목수, 통일 승리, 시작이 반, 기지 확장 막아! 황새울, 생명평화, 인권, 팽성주민, 도두리, 농사꾼, 가진 자, 전쟁놀이, 언니들, 무노조, 노동조합, 해고통보, 정직처분, 한국 일등 할인점의 추악한 속내, 얼어 터질듯 한 한겨울, 무더운 뙤약볕 거리, 삼류대우, 위협, 몰살, 혼자 남은 자의 파멸, 곡식, 눈물과 땀, 국방부, 활동가, 성명서, 시국제안서, 소주, 가난한 이들의 분노, 거리에서 매 맞아 죽은 농민, 아나키스트, 아파트분양권, 교수, 변호사, 전문직, 명함, 아나키즘, 혁명, 애국자,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요구하는 여성상, 에스페란토, 채식, 슬슬 실천, 핵무기, 국방의 의무, 군대훈련소, 꽃, 연인, 무지개, 지킴이들, 공동체, 이장님, 엽서, 허리를 가른 선, 차별의 높은 벽, 새만금, 방조제, 제국이 뿌려놓은 절망의 씨앗들, 억압의 김, 차별의 피, 무기를 녹여 쟁기를, 이윤이 아닌 생명을, 빈집철거, 웃음소리, 아름다운 노을, 평화대행진, 이 땅을 울리는 함성, 처절한 외침, 촛불행사, 속상한 마른 가슴들, 카메라, 농민가, 붉은 황홀함, 뼈가 아프더라도, 심장이 녹더라도, 마지막 남은 간절함
그래서 이 앨범은 절규와 분노와 사랑으로 한 줄 한 줄 써내려 간 시 입니다. 흐르는 눈물을 움켜쥔 주먹으로 닦아내며 어깨 걸고 함께 춤추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조약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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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희 _ 작곡가, 노리단 예술감독
유인혁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노래를 만들었다. 지금은 하자센터 노리단Noridan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나무를 깎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자르고 쇠를 갈아서 악기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L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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