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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21 |
| 이제 대체복무도 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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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체복무도 싫다"
정치권에도 징병제 폐지 논의 본격화… 헌법재판소에 소송 제기하며 모병제 앞당긴 젊은이들
최근 징병제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들끓고 있는 독일사회에서 뜻밖의 흥미로운 광고를 만날 수 있다. 신문광고 속에는 파란 작업복 차림의 S씨가 독일연방군 복무기간에 배운 기술이 제대 이후 자동차 정비업소를 차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독일연방군은 9개월의 짧은(?) 복무기간이 결코 세상과의 단절만은 아니라고 비싼 광고비를 들여가며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라퐁텐도 모병제 도입 거들어
사진/ 대체복무제도인 '시민봉사제도'는 '국방의 의무' 폐지와 함께 사라질 운명이다. 이의 공백을 우려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독일군 소식은 독일인들의 안방을 사로잡았다. 영국 특수부대의 활약상이 007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개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독일군의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비판이 방송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나토 회원국 중 폴란드·헝가리·체코 등 동유럽 3개국과 더불어 독일만이 징병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기도 한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이미 징병제를 폐지했고, 프랑스·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 등에서도 이미 모병제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보도들은 지난 4년간 보스니아, 유고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연이은 해외파병으로 충분한 몸고생·마음고생을 겪은 독일연방군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전 사민당 당수 오스카 라퐁텐도 한발 거들고 나섰다. 그는 최근 <슈피겔>과의 인터뷰를 통해 “징병제는 자국방어가 주요 과제이던 냉전시기에나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세계평화의 유지라는 경찰 임무가 오히려 군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모병제를 위한 시대적 여건은 충분히 성숙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미국식 개입정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입장을 취했다. 한편 모병제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집권 사민당은 이를 둘러싼 내홍을 겪고 있다. 3개주의 사민당 대표들이 징병제 폐지를 다가오는 9월 총선에 공약으로 내걸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민당의 차세대 정치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30대인 이들은, “최근 젊은이들의 정서를 고려할 때 사민당이 병역의무를 고집하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당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며 당내 지지세력의 결속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독일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 중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삶의 단절을 초래할 수 있는 9개월이라는 복무기간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는 해외 파병에 대한 반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젊은 유권자의 흐름을 의식한 듯 16년간 콜 전 총리와 함께 집권연정에 참여해온 꼬마정당 ‘자민당’은 아예 ‘징병제 폐지 서명운동’이라는 공격적인 선거 캠페인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보수정당인 기민·기사연합 내부에서조차도 모병제 도입 검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폴커의 험난한 여정
독일 판 오태양이라고 할 수 있는 33세의 폴커는 이러한 논쟁을 촉발시킨 주역이다. 구동독 출신인 폴커는 1992년 병역 대체근무인 ‘시민봉사제’를 포함한 국가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강제노역에도 반대하면서, 징집 거부의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99년 포츠담 고등법원은 그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기각하면서 상급법원인 헌법재판소에 병역의무가 위헌소지가 있다며 이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3년이라는 지루한 기다림 끝에 마침내 폴커는 지난 주 독일 헌법재판소 재판정에 설 수 있었다. 이 판결을 계기로 독일사회에는 징병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후끈 달아오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이번 소송이 법적 조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헌 여부’에 대한 판결을 피해갔다. 이로써 폴커는 재판 시작 10여년 만에 약 3개월의 실형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이미 이와 비슷한 10여건의 소송이 헌법재판소와 유럽연합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제2, 제3의 폴커와 함께 세계대전을 계기로 도입된 독일의 징병제는 마침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강정수 통신원 jskang@we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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