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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8-03-12 21:35:30, Hit :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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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미디어충청]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노동자의 삶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노동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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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08시03분 강수돌

이명박 정부는 기업 친화적인 조세 제도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는 물론 살림살이 경제가 아니라 돈벌이 경제다. 그렇다면 친기업적인 조세 제도가 어떻게 해서 경제를 활성화하게 될까?

2008년 2월 27일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강만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을 때, 그는 “규제의 최소화, 세율의 최저화, 금융의 글로벌 스탠더드화, 노사관계의 법치화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2008년부터 5년간 법인세율을 현행 25%(최고세율 기준)에서 20%로 낮출 계획이며, 이를 통해 기업들에게 총 8조 5000억 원의 세금을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라 추정됐다. 그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우리 기업 환경을 유리하게 하고, 해외자본 유치 및 투자·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친기업적 조세정책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요컨대, 법인세의 인하를 통해 직접적으로 기업의 조세 부담을 줄임과 동시에 간접적으로 해외 자본의 유치, 투자의 활성화를 유도해서 경제에 붐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이미 연초 신년사에서 한상률 국세청장도 새 정부의 시대적 소명인 ‘경제 살리기’를 지원하기 위해 친기업적 세정환경 조성, 300만개 일자리 창출 지원, 재정수입기반 확충, 예산절감 등 세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친기업적 세정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세무조사 운영방식을 쇄신하기로 했다. 그는 “세무조사 전 과정에 걸쳐 기업에게 부담되고 불필요한 절차는 없는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조사 건수는 성실신고 유도에 필요한 적정수준인지, 조사기간은 조사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기업들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성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컨설팅 위주의 간편 조사를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와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나아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기업이나 고용효과가 큰 산업의 경우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세무조사 유예 여부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모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섬김의 리더십’을 이어받는 것으로, 이때 말하는 섬김이란, 한마디로 ‘기업의 돈벌이’를 섬기겠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기업의 조세 부담 완화, 세무조사 간편화 및 면제, 그를 통한 자본 유치 및 투자 활성화, 이런 것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는 과연 그렇게 절세된 자금이나 유치된 자본이 진정 생산적 (재)투자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비생산적 투기나 부의 유출로 연결되는지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생각컨대 많은 경우 한국 기업은 생산적 투자보다 비생산적 투기로 인해 더욱 큰 이익을 얻고 있다. 거대한 해외 자본들도 사회경제적 질적 수준의 고양에 도움 되기보다는 시세 차익을 통한 천문학적 이윤만 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한 비윤리적 행위를 가리기 위해 체계적인 로비도 하고 은밀한 비자금을 관리하며 그를 위해 수많은 차명 계좌를 활용한다. 최근의 삼성 사태가 비단 삼성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둘째는 기업 부담의 완화라는 맥락에서 제시되는 세무조사 방식의 개선이란 다른 말로, 기업들의 변칙 상속이나 변칙 증여와 같은 행위에 대해 눈을 감아주겠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라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만 해도 국세청은 2007년 6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서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세무 조사 시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여부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자금출처조사 강화, 신종 탈세유형 적극 발굴 등을 통해 변칙상속·증여를 차단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방지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어느새 사라졌다. 모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실용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란다.

이명박 정부에서 친기업적 행정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아이디어는 조세 행정에 그치지 않고 노동 행정에도 확장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역의 노사화합 내지 파업 방지 정도와 고용실적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고용보험금을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무파업 지역에 대해서는 교부금을 늘려주고 파업이 심각한 지역에는 교부금을 깎아 노사관계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높여 지역민의 참여도 자연스럽게 유도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대선 전에 공개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등 정부와 밀월 관계에 있는 한국노총마저 이런 아이디어엔 비판적이다. “지자체를 압박해 노사평화 선언을 유도한 뒤 준수 여부에 따라 차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노사관계를 너무 편의적이고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지역마다 여건이 제각각인 현실에서 노동계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갈려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모든 논의들이 당사자인 노동계는 물론 기존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와도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깨 놓고 말하자면, 돈벌이 경제에서는 노조가 눈엣 가시다. 노동자도 권리 의식에 무장된 노동자여서는 안 된다. 단순한 일벌레로서의 근로자에 머물러야 돈벌이에 도움이 된다. 결국 돈벌이 경제의 활성화란 이미 그 자체가 생명력이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노동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이미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대부터 외치기 시작했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오늘이 오기까지 그 이전의 두 정부는 ‘터 닦기’(삽질하기) 작업을 열심히 해 왔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더욱 쉽게 ‘실용’을 강조할 수 있게 된 것이리라. 그러나 실로 불행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와중에 갈수록 노동자, 농민의 삶이나 자연 생태계의 보전 따위는 시야의 밖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을 거치면서 심화한 ‘20대 80 사회’라는 사회적 양극화가 갈수록 ‘10대 90 사회’ 아니, ‘5대 95 사회’로 변해갈 것이다. 참된 자아실현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진정한 학습권이나 참된 행복추구 관점에 입각한 진정한 노동권은 갈수록 억압될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강행되는 날, 한반도 대 멸망의 시대가 시작될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운동과 운동 사이에 소통과 연대를 활성화해야 한다. 돈벌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보다 소통과 연대를 활성화하는 것이 풀뿌리 민중에게 필요한 ‘삶의 관점’이다. 그래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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