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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닉 2003-10-06 10:21:42, Hit : 808
Subject   여기 가고 싶어요. 같이가요
대항지구화 행동 Counter-Globalization Action을 위한 준비모임과 설명회를 제안하며

1. 반세계화를 넘어 대항지구화로

신자유주의 지구화란 첫째, 금융 자본이 자유롭게 횡단하며 착취할 수 있는 팽창이며, 둘째, 무산 대중에게는 빈곤의 지구화를 뜻한다는 것, 셋째, 그 팽창 운동의 명령을 관철하고 보호하기 위한 전쟁 시스템을 동반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좌파 또는 저항 운동의 최소 기준은 신자유주의 지구화와 전쟁 시스템에 반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지구화는 자본의 일방적 의도일 뿐만 아니라 끈질기게 이어진 계급 투쟁의 성과로 노동을 더 이상 국민-국가의 차원에서 통제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지구화는 국지적, 민족적 저항이 가질 수 있는 내부 억압적 성격과 퇴행성을 극복하는 지구적 저항의 조건, 그리고 자유 시간의 확장과 자유로운 연합을 가능하게 할 생산과 교류의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자본이 주도한 지구화에 맞서는 운동은 반세계화 운동으로 통칭되었으며, 반전 운동은 지구화에 맞선 운동과는 다소 구분되는 민족주의 맥락이나 휴머니즘 맥락에서 진행되어 왔다.

우리는 우선 Globalization에 대한 번역어로 ‘세계화’ 대신 ‘지구화’를 택한다. 93년 김영삼 정권 시절에 확산된 세계화론이 국민-국가 차원의 경쟁력 이데올로기로 협소하게 이해된 면도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계’, ‘정신 세계’ 등의 용법에서 드러나듯 ‘세계화’가 지구라는 공간 안에서 더 이상 외부가 없는 자본의 횡단을 표현하기에 부적절한 개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본 주도의 지구화에 맞서는 운동은 다양한 관점과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해외 매각 저지 운동, 스크린 쿼터 사수 운동, 농업 개방 반대를 중심으로 한 WTO 반대 운동, 경제 특구 반대 운동 등으로 벌어졌으며, WTO 반대 운동은 칸쿤 시위에 참여하는 등 지구적 저항 운동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반세계화’, ‘국민 기업 살리기’, ‘문화 주권’ 등의 이름으로 전개되는 운동의 한계는 명백하다. 그 운동들은 초국적 자본의 횡포에 맞서는 대항-지구화 운동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주권의 이름으로 국민적 차원의 심각한 불평등과 차별을 낳을 수 있으며 삶의 다양성을 실현하는데 한계를 갖는다. 또한 한국을 피해 민족 또는 주변부 국가의 관점에만 둠으로써 한국의 자본과 그 권력이 외국에서나 국내의 이주자들에게 저지르는 착취와 폭력을 간과할 수 있다. 지구화 시대에 더 이상 주권 논리가 저항적 의미를 갖는 것은 어려워지고 있다. 저항적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는 그 실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구적 무산 계급의 저항, 연대, 그리고 기쁨의 생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우리는 아직 미미한 단계이지만, 반지구화 운동의 성과를 Counter-Globalization, 즉 대항지구화 운동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지구화의 대안에 관한 무수한 논의와 정책들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들 중 일부는 국민-국가의 권력을 다시 강화하는 퇴행을 주장하며, 일부는 UN을 비롯한 몇몇 초국적 기구의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섣불리 대안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리 해고와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노동자 운동의 역량이 이주 노동자의 기본권 쟁취로, WTO와 경제 특구에 반대하는 민중 운동의 역량이 아시아 전역에서 한국 기업이 저지르는 비인간적 착취에 대한 고발로, 일본의 태평양 전쟁 범죄와 미국의 한국 전쟁시 양민 학살을 고발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민족 운동의 역량이 베트남과 이라크에서 저지른 한국의 전쟁 범죄를 규탄하고 보상하는 운동으로, 스크린 쿼터 사수를 중심으로 문화 주권 운동을 벌인 문화 운동의 역량이 문화 다양성 운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지구화를 넘어 대항지구화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대항지구화의 관점은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에 있어 국가주의와 군사주의에 반대한다. 자주국방론에 입각한 미군 철수 주장, 국익을 위한 파병 반대 주장 등은 지구화와 함께 구축되는 세계 전쟁 시스템에 맞설 수 없는 반전 운동이다. 북한의 반미 군사주의가 주변 강대국의 무장과 핵 확산 기도에 기여하고 말듯이 국가 안보 논리는 그것이 방어적인 성격이라 하더라도 지구화 시대에는 더 이상 저항적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제 전쟁은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경쟁이나 식민지를 만드는 침략이 아니라 자본의 지구적 횡단과 착취를 위한 명령을 관철하는 수단이자 공포의 효과를 창출하는 수단이다. 결코 국민-국가 차원의 무장력으로 이러한 전쟁 시스템에 맞설 수는 없다. 세계 시민의 힘으로 전쟁 그 자체에 대한 반대 뿐만 아니라 무력이 재생산되는 사회 시스템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 반대를 위한 국제 공동 행동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병역 거부 운동, 징병제 폐지 운동, 군비 축소 운동, 무기 구매 반대 운동 등 국내외에 걸친 폭넓은 반군사주의 운동을 벌일 것이다.


2. 파벌 운동을 넘어 급진적 사회운동을 정치적으로 정립하고, 잡종적 사회운동의 지구적 연대로 나아가기 위하여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한국 좌파가 운동의 발전을 위해 인식한 가장 절실한 조직적 과제는 정파의 극복과 당 건설이었다. 세계적으로 맑스-레닌주의 당이 더 이상 저항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시기에 때늦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反정파건, 超정파건, 정파연합이건 간에 당시 정파 극복의 핵심 과제는 정치 노선과 조직 노선에 따른 분립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민족주의와 개혁주의를 배제하는 무산계급 혁명주의가 사상 노선에 따라 단결하는 것.

지금 한국의 좌파는 소멸 위기에 있다. 지구화된 자본의 파렴치한 착취와 제국의 일방적 점령 전쟁 속에서 지구적 저항의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고 있지만, 잔존하고 있는 한국의 좌파들은 그 저항 운동의 물결 속에서 주도성은 고사하고 능동성조차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 살아남아 있는 좌파 세력들은 대부분 더 이상 ‘정파’라 할 수 없는 파벌들이다. 한국의 좌파 파벌들은 정치적 정체성이 없다. 정치 노선에 따른 파별이라 하기엔 그 노선이 모호하거나 실제의 행동과 무관하며, 2002년 대선과 2003년 반전 운동에서 보인 무력함에서 드러나듯이 정치 행동의 역사성에 입각한 정체성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2002년 가을부터 2003년 봄까지 우리는 좌파들의 조직 보신주의적 태도를 신물나게 보았다. 정파라기보다는 인맥에 따른 파벌, 세력을 유지하는데 급급한 파벌의 모습이었다. 또한 한국 좌파의 파벌들은 운동의 통일된 최고 지도부라는 고전적인 당 건설 노선을 확신하고 있지 못하기에 더 이상 당이 되기 위한 정파 극복 운동이라고 볼 수도 없다.

우리는 정파의 극복과 당 건설이라는 고전적 맑스-레닌주의 관념이 한국의 좌파에게는 파벌의 정당화 기능만 할 뿐 더 이상 어떠한 긍정적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파벌이 조장하는 조직 물신주의와 편 가르기는 사회운동의 정치적 정립은 물론이고 급진적-대중적 전개에 장애가 될 뿐이다. 또한 운동의 통일된 지도부, 전국적-전계급적 지도력 따위의 일원적 당 관념이 우리 시대의 대중적 사회운동을 급진화시키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탈-포드주의화, 정보화, 이미지화되어가는 생산과 소비의 시대에 무산계급 대중은 권위적, 일원적 조직에 종속되지 않는다. 그리고 개혁적 방식이건 혁명적 방식이건 일국적 집권을 향한 당 기획이 지구화된 자본의 시대에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한다. 대항지구화 행동은 세계 혁명을 향한 운동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정치적으로 정립하고자 한다. 한국 좌파의 관성이자 민족주의와의 타협 지점인 제국주의론, 반세계화론을 넘어서는 대항지구화 운동을 통해 급진적, 지구적 좌파로 스스로를 정립하고자 한다. 우리의 정립은 최고 지도부로서의 당 건설이란 목적을 전제하지 않는 사회운동으로의 정립이란 면에서 정파가 아니다. 하지만 사회운동이 언제든 당, 전선, 단체, 동맹 등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는 점, 우리의 사회운동 주제인 대항지구화 운동이 한국적 차원이건 세계적 차원이건 자본의 주권 형식과 맞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파벌, 정파라 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당을 비롯한 운동의 여러 조직 형태들이 갖는 차이는 관계 맺기의 방식이거나 법적 형태를 지칭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들 사이의 관계 맺기 방식으로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를 택하며, 법적 형태로는 비정당적 형태를 택한다. 이런 형식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지만 이런 형식이 어떤 발전을 위한 예비 단계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저항적 사회운동이 만들어내는 활력에 따라 관계 맺기 방식과 법적 형태는 다양하게 생성될 것이며, 우리도 변화할 것이다.

우리는 운동에 성과주의와 경쟁을 유발해왔던 목적론을 배제하지만 ‘잡종적 사회운동의 지구적 연대’라는 지향, 바로 지금 우리의 행동을 통해 펼쳐나갈 지향을 분명히 한다. 그것은 ‘인터내셔널’, ‘국제 당’ 등의 목적을 부여하기 위한 지향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혁명은 결코 일국 차원의 집권이나 일국적 정치투쟁으로 실현될 수 없다는 인식을 뚜렷이 반영하는 지향이다. 우리는 지구적 좌파 또는 지구적 무산계급 운동의 일부다.

우리는 모든 사회운동을 과제로 하지 않으며, 그 모든 과제의 정치적 표현을 집약하려고 자임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대항지구화라는 하나의 운동 주제로 시작하는 단체, 참여하는 행동주의자들의 자율과 소통을 중심에 두는 하나의 네트워크다. 우리는 제국의 이라크 침공에 맞선 반전 운동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를 통해 모였다는 점에서 초기에 반전 국제연대 운동에 주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맞서야 할 대상이 전쟁의 화신으로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대항지구화란 말이 이미 이 시대 자본의 운동 형태에 대한 정면 대항의 의미를 띠고 있는데서 드러나듯이, 우리는 지구화된 자본이 노동자, 여성, 이주자 등 우리 시대의 무산계급에게 퍼붓는 모든 착취, 파괴, 차별에 맞선 저항으로 우리의 운동을 넓혀가는 일에 적극적이다. 그것은 우리의 과제를 확장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운동과의 연대를 넓혀가는 것일 수도 있고 새로운 잡종적 사회운동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일일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대항지구화 행동에 착수하는 이유가 전쟁에 반대하거나 초국적 자본의 착취에 맞서는 등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행동 욕구에만 한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생한 분노와 직접 행동이 결합되는 운동을 벌어지만, 사물과 폭력을 통해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모든 경향에 반대하는 급진적 좌파, 코뮤니스트다. 우리 시대에 지배는 무엇보다 지구화된 자본에 의한 폭력, 착취, 파괴며, 우리는 지구적 저항을 통해 이에 맞서고자 한다.


3. 행동을 시작하는 우리의 한계와 연대 의지

대항지구화 행동을 시작하려는 우리는 지금 행동과 토론을 하는 하나의 작은 집단이다. 우리는 당장 위에서 지적한 대항지구화 행동의 과제들도 다 수행하기 어려운 규모와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를 지구적 좌파의 일부, 급진적 한국 좌파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가 당장 착수할 수 없는, 또는 앞으로도 착수하기 어려운 행동들에 대해서도 우리의 행동처럼 생각할 것이며 힘닿는 최대한 함께 행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항지구화 행동의 취지가 전통적 좌파 운동과 구분되는 신사회운동의 취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명백히 반자본주의 무산 계급 운동의 혁명주의 전통 속에 있다. 노동조합주의, 경제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편협한 이익 논리나 승리를 위한 힘의 논리로 가두어놓은 무산 대중의 폭넓은 저항의 활력을 되살리는 세계 혁명 운동의 일부, 지구적 좌파 운동의 일부다.

하기에 우리는 한국의 반자본 노동자 운동이 노동조합주의와 사회개혁주의를 넘어 차이를 존중하는 가운데 급진적 반자본 투쟁을 통해 계급적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 대항지구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특히 노동 비자 쟁취를 핵심으로 하는 이주 노동자 기본권 운동, 차별화시키는 노동 통제 전략을 부수고 있는 비정규직 철폐 운동, 여성 노동조합 운동, 화물연대를 비롯 민주노조 운동에 새로운 투쟁 동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노동조합 운동 등과 함께 행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현 시기 반전 운동에 주력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힘을 쏟지 못하는 반핵 운동, 생태공동체 운동, 부가장제 폐지 운동, 성매매 반대 운동, 동성애자 인권 운동, 장애인 이동권 운동 등등에 대해 그 기치가 대항지구화나 반자본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세계를 함께 만들어갈 동지적 신뢰로 연대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4. 대항지구화 행동을 위한 설명회

설명회는 대항지구화 행동의 취지를 알리면서 함께 만들어갈 초동 주체들을 세워내고 교육하기 위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준비모임의 제안서를 확정짓고, 이를 기반으로 초기 회원을 모집하고 초기 운영 방안, 행동 계획 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설명회는 이후 준비모임의 정기 토론 자리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토론회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문제의식의 차이가 큰 만큼 설명회라 칭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설명회는 10월 12일 서울에서 시작해 관심을 갖는 주체들이 있는 각 지역을 돌며 가질 것이다. 지역 설명회가 다 끝난 후 회원, 체계, 사업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할 전국 준비모임을 시작할 것이다. 비서울지역에서 설명회를 열고자 하는 동지들은 연락해주기 바란다.


대항지구화 행동을 위한 서울 설명회

일시 : 2003년 10월 12일(일) 오후 3시
장소 : 봉천동 반전회의 사무실(서울대입구역 5분 출구로 나와 봉천역 방향 4분 거리. 조흥은행 맞은 편 SK텔레콤 건물 2층)
연락처 : 02-876-6896

발표 1 : 지구적 저항 운동의 현황과 한국에서 대항지구화 행동을 시작하는 의미 - 정성훈
발표 2 : 세계 전쟁 시스템에 맞선 반전 운동 과제 - 김정식


전쟁과 무장의 지구화에 맞서 평화와 인권의 지구화를 향하여!
착취와 이윤 경쟁의 지구화에 맞서 보장된 삶과 자율성의 지구화를 향하여!
핵과 화석 에너지의 지구화에 맞서 녹색 지구화를 향하여!


2003년 10월 2일

공동 제안자 김광수, 김덕수, 김정식, 나동혁, 송윤정, 이재철, 이지현, 장성희, 정성훈, 정현수, 허용만
(가나다 순이며, 이 제안의 작성과 토론에 직접 참여한 사람에 한정했습니다)



매닉
(2003-10-06 10:24:20)
"좌파적 상식"에 기댄 언어 사용 방식이 맘에 안들지만,
내용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거랑 그렇게 멀지 않을 것 같아서 한번 가보고 싶어요.
네그리 풍의 "잡종적 사회운동의 지구적 연대"라는 말도 맘에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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