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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3-09-21 17:37:06, Hit : 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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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군대반대운동 이슈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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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Korea 모임 2003년 9월 21일
군대반대운동 이슈 정리

조약골(zo@dopehead.net)

1.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막을까'를 고민한다.
그것 때문에 예를 들면 상비군을 만들고 젊은이들을 징집해 군사훈련을 시키고 무기를 개발하고 무기를 구매하는 등의 국가의 행위를 많이 사람들이 옹호하게 되는 것이다. 즉 북한이 쳐들어올 위협이 있기 때문에 남한에 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으로서 군대반대운동에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외적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한반도가 통일이 된 이후에도 중국이나 일본 혹은 러시아 등의 잠재적 적국이 한반도를 침략할 경우에 대비해야 하므로 군대는 앞으로도 장기간 (혹은 영원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비전(非戰)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이 가정, 즉 '전쟁이 일어난다면...' 또는 '적이 침략한다면...'을 문제삼아야 한다. 왜 남한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 가정을 가장 중요한 화두로 여기고 살아가는가? 학습의 결과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지배계급은 효율적으로 민들을 통치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갖가지 형태로 '일상적인 두려움'을 학습시킨다. 국가의 통치 기술이기도 한 두려움을 학습시키는 것은 여러 형태로 이뤄지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비를 통해서인데, 생산품의 소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임노동의 착취를 통한 잉여가치의 획득이 완전히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끊임없는 소비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아나키즘은 자본주의와 국가주의에 의해 갈갈이 찢겨진 개인들이 수평적인 연대를 통해 자발적으로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집단적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볼 때 이 두려움의 근저에 놓인 막연한 가정 즉 '외적이 침략하면', '전쟁이 발발하면'을 적극적으로 문제삼지 않고서는 비전 운동을 제대로 펼치기 힘들 것이다.
이에 대한 군대반대운동의 제안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즉 '전쟁이 발발한다면'을 오래된 패러다임으로 규정하고 이를 새로운 패러다임 즉 '전쟁을 어떻게 없애나갈 것인가'로 전환시키는 기획이다. 비전 운동은 '전쟁을 어떻게 하면 없애나갈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전면에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프로그램(혹은 로드맵?)을 만들어 실천에 옮겨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군대반대운동은 아직까지 화두의 제시 혹은 담론의 수준에서 단순히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전쟁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운동에는 다양한 형태들이 있다.
먼저 전쟁의 위협을 줄여나가는 운동들이 있다. 지뢰제거 운동 혹은 무기도입 반대 운동, 각종 군축 운동, 이라크 평화팀('인간방패') 등등. 이는 비교적 집단적인 차원에서 각 국가에 압력을 가해 전쟁의 위협을 줄이려는 목적을 갖는다. 또한 개인적 수준에서 군대와 전쟁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고귀한 양심의 외침인 병역거부 운동이 있다. 이보다 자세한 사항들은 wri-korea 연구 프로그램을 참고하자.
비전 운동을 해나감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이 여기서 도출된다. 많은 단체들과 운동가들이 '전쟁반대'와 '평화'를 화두로 내걸고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들을 아울러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원대한 목표를 공동으로 이뤄나감에 있어서 非戰은 충분히 키워드가 될 수 있다. 많은 전쟁반대, 평화 단체들에게, 운동가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파병에 반대해 길거리로 뛰어 나올 시민들에게 非戰의 이상을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
비전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지 논의해봐야겠지만 어떤 방향이 되든 비전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며 이를 통해 살찌워나가는 것은 항상 이뤄져야 할 과제라고 본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이 각 영역에서 일어날 때 비전 운동은 보다 대중적인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 군대반대운동은 일단 '전쟁을 어떻게 없애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본질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집단인 군대를 없애나가자'는 대답을 내놓는다.
이에 대한 가장 흔하고 강력한 반론은 ①'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와 ②'군대가 없어진다고 전쟁이 없어지는가' 이다. 먼저 ①을 보자. 각 국가들로 쪼개져있는 현재의 세계에서 남한이라는 한 국가에서 군대를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다른 국가의 먹이감이 되자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들먹이면서 한국은 국가의 힘이 약할 때 외적의 침입이 잦았다고 하면서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모두 국력이 약해서였다고 주장한다. 군대반대운동을 북한의 간첩이냐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잦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에 대해 군대반대운동은 일국에서 벌어지는 운동이 아니라 현 체제의 세계에서 모두 벌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남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남한에서,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자국의 군대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대답한다. 덧붙여 북한의 군대반대운동은 북한 민중들에 의해서 일어나야 한다고 대답한다. 이런 주장의 현실성을 의심하는 많은 사람들이 쉽사리 '부국강병'이라는 자국가중심주의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군대반대운동의 국제연대가 (외부적으로 보여지기 위해서라도) 매우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의 다양한 비전, 군대반대 운동 단체들이 일상적으로 연대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최소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같은 주장을 갖고 있는 단체들과 연대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특히 일본의 우경화와 자위대의 병력증강 및 해외 파병 문제와 관련해, 그리고 중국의 엄청난 경제적, 군사적 성장 등으로 향후 몇 년 동안 (혹은 수십년 동안) 동북아 지역에서 비전 운동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클 것이다. 긴 호흡으로 동북아 지역 비전 운동의 연대를 모색하고 이를 실천해나가야 한다.
현재의 국가 체제가 가진 모순을 까발리는 것이 非戰 운동의 한 가지 효과라면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를 통해 이를 실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군대가 없어져도 싸움은 인간의 본성이므로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비전 운동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어느 한 쪽의 입장을 채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비전 운동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사회의 구조를 바꿈으로서 인간의 폭력적 본성을 변화시키는 운동이기는 하지만 이는 보다 복잡한 역사적, 철학적 논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위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야기한 것도 非戰은 더 이상의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인류 생존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줄이고 군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남은 것은 절망과 파멸뿐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해온 것이다. 오는 국군의 날 시가 행진에 사상 최초로 주한미군이 이날 시가 행진에 참여하며 무인항공정찰기(UAV),  지대공미사일인 비호 및 신궁, 공대지 미사일(POP-EYE), 함대함 미사일(Harpoon) 등  최근 몇년 사이에 개발이 완료된 최신예 장비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라고 하니 특히 이를 통해 '자위권은 곧 자멸권'이라는 우리의 인식을 대중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다른 민족 (혹은 국가)에게 강한 위협을 가함으로서 무력도발의 꿈을 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강한 군대 전쟁억지론'이 군대반대운동에 대한 반론의 중심을 차지한다. 즉 한국의 강한 군대가 동북아에서 전쟁을 억지시킨다는 주장으로서 이는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적국들 속에 고립된 섬나라로서 당연한 자위권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며, 나아가 불안적한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은 (이스라엘처럼)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초우익 발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주장이 논리적으로 발전하면 바로 남을 공격, 괴멸시킴으로서 우리 민족(또는 국가)를 살린다는 주장(대표적으로 부시의 예방전쟁 논리)이 된다. 이것은 결국 전쟁의 위협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지만 '현실주의자'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전쟁억지력이란 무력을 통해 일시적으로 전쟁을 멈추자는 것으로 결코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여전히 지배자들과 이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첨단 무기와 강한 군대를 통해 전쟁을 막아내자고 주장한다. 전쟁을 막지 못해 전쟁이 일어나도 전쟁에서 이기면 되리라는 심산일까?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군대반대운동의 반박이다. 군축을 통해 전쟁의 위협을 차츰 줄여나가는 것이 유일하게 현실적이지 오히려 군대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은 전쟁으로 다가가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을 한다. 하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군대를 없애는 것이 현실적인 주장이냐'고 묻는다. 역사 속에는 20-30년간 전쟁없는 상태가 지속되어 마치 평화가 매우 장기간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1870년대부터의 유럽이 그러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각국의 군대가 힘의 평형을 이루어 전쟁이 억지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이 기간동안 유럽의 각 국가들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새로운 식민지를 건설하고, 이들과 제국주의 무역을 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축적시켰으며 이 축적된 부는 곧장 군사력의 증강으로 이어져 마침내 세계가 전쟁의 포화에 휩싸이는 20세기가 시작된다. 이는 가진자들의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못가진자들의 목숨이 무참히 대량 살상된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무력을 통한 전쟁의 억지가 얼마나 허구인지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의 경우 지난 50년간 대규모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기에 주한미군의 남한 주둔을 통해 이룩한 북한과의 군사력의 평형이 전쟁을 억지시켜온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남한과 북한에 전시동원체제, 병영국가를 만듦으로써 수십년간 자국의 피지배자들에 대한 엄청난 착취와 폭력이 이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볼 때 역시 군대가 전쟁을 억지시켜 얻은 평화라는 것이 사실은 소수의 지배자들을 위한 체제를 형성시켰으며,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위에서 사는 삶은 운이 좋아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군대반대운동의 주장이다.
군대반대운동은 힘이 있어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에게 필요한 힘은 첨단 무기와 군사력을 늘린 군대의 힘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평화의 논리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지혜의 힘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범죄자의 눈에는 범죄자밖에 보이지 않고, 군대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약한 군대를 가진 국가와 강한 군대를 가진 국가밖에 보이지 않으므로 군대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전쟁은 이미 예견되어 있기에 우리는 非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아나키즘 정치철학의 출발이 '국가와 개인의 자유는 양립할 수 없다'는 명제라면 非戰 운동의 출발은 '전쟁, 군대가 아닌 것으로 전쟁을 없애자'가 될 것이다.

3.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평화를 지킬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전쟁을 없애나갈 것인가를 보여달라는 많은 의견 혹은 반론이다. 군대반대운동 홈페이지의 주장에 일부 동의하는 사람들도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이 전쟁의 위협을 줄이고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군대를 없앤다고 평화가 온다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것이 아니냐는 점잖은 충고부터 아직 나이를 먹지 않은 어린아이의 주장이라는 일방적 욕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구체적인 길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한다. 이에 군대반대운동은 먼저 군축의 길을 대답으로 제시한다. 이에 대한 몇 가지 반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군축을 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이 합의하여 동시에 군축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군사력의 과시로 체제를 보장받으려는 북한의 전략으로 볼 때 쉽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이에 대해 군대반대운동은 남한이라도 선도적으로 나서서 군축을 한다고 주장을 했으며, 예를 들어 엄청난 국방비를 사회보장과 복지 등의 분야에 사용한다면 군축의 긍정적 효과가 당장 나타나 다른 나라들도 군축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각 국가들로 나눠진 현재의 국가체제의 세계에서 한 국가는 기본적으로 다른 국가를 잡아먹어 국력을 키우려는 유기체적 존재라는 생각을 근본에 가진 많은 사람들은 역시나 다른 나라(예를 들면 북한)가 군축을 하지 않는 가운데 남한만 먼저 군축을 할 경우 이는 역시 남한을 다른 군사대국이 밀집해있는 동북아에서 먹이의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반론을 편다. 한 마디로 군대반대운동의 주장이 실정을 무시한 몽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非戰과 군대폐지라는 길을 걷지 않으면 가뜩이나 위험한 동북아 지역은 더 위험한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답변을 한다. 사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논리로 모든 문제에 답변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사실 군대반대운동 홈페이지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군대반대운동의 주장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기도 한다. 코스타리카 등의 상비군을 폐지한 나라들에서 배우자, 800년 동안 군대가 없었던 티벳에서 배우자 혹은 영세중립국의 길을 택한 스위스에서 배우자는 등의 주장을 귀담아 듣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역시 막상 남한이 나서서 군대를 폐지했을 경우, 만에 하나 다른 나라가 침략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장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인데 군대반대운동은 이를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비판을 한다. 군대가 없다면 전쟁 시 자기 가족은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물음을 단지 민족주의적 혹은 군국주의적 질문이라고 치부한 채 무시하지 말고 속시원한 대답을 해보라는 이야기다. 군대반대운동 홈페이지에서는 위기 상황의 경우 자발적으로 조직된 시민군이 형성되어 침략을 방어할 것이라고 답변을 했는데, 이는 군대는 평소에 전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과 훈련을 하고 이를 통해 만약에 있을 전쟁에 대비해 싸울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급작스럽게 조직된 시민군이 어떻게 잘 훈련된 군대를 막아낼 수 있냐며 반박을 한다. 또한 군대라는 것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생존의 기술을 가르치기 때문에 필요한 것인데 군대가 없다면 전쟁이 터져서도 대처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상비군을 당장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군축의 과정을 통해 차츰 전쟁에 대한 군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대응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대응을 하지만 부족한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군대반대운동과 관련되어 지금까지 제기된 논점들은 크게 보아 위와 같다. 非戰 운동의 논리를 앞으로 더 깊이 개발하는데 있어서 군대반대운동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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