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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7-06-06 23:49:18, Hit : 782
Subject   [오마이뉴스]양심적 병역 거부는 '시기상조'인가?
[오마이뉴스]양심적 병역 거부는 '시기상조'인가?

양심적 병역 거부는 '시기상조'인가?
[주장] 국방부 주장의 허구와 실상, 연구위원회의 1년간 연구실적을 밝혀라
    정재영(jy830) 기자    


2005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의 도입과 관련한 정책개선 권고를 하자, 국방부는 5년간의 '시기상조'라는 주장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 각계의 전문가로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연말까지 신중하게 검토하여 결정을 내리겠다면서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애초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위원들의 면면에서 그대로 묻어 나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양심'이라는 법률 용어에 대한 기본 이해조차 없는 일부 위원들에게 국방부는 이단(?)을 성토하는 멍석을 깔아 주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정해진 목표는 숨겨 놓은 채, 그때그때 국내외로부터 도입 여론이 일 때마다 시간을 벌면서 유야무야하기 위해서 형식이 갖추어진 위원회의 존재는 연구 토의보다 존재 자체를 길어지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을 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심사숙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병역과 같은 무거운 정책일수록 돌다리를 두드리듯이 해야 한다. 복수의 연구위원회를 구성한들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연구를 위해서 시간을 허비할만한 주제가 아니다. 이미 35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전시에 혹은 종전 후에 국방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도입을 하여 성공적으로 안착을 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징집제 폐지 여론이 비등하지만, 사회복무제도의 유용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모병제를 하지 못할 정도다.

대한민국이 독일의 사회복무제도를 밴치마킹하여 비전2030을 채택한 것도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그런데 독일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사회복무제의 핵심인데도, 우리는 그 제도를 도입하면서 구성원으로 가장 적합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제외시키고 있으니 정녕 이를 두고 '정자 없는 불알'이라고 하지 않던가?

"사회복무제도는 부작용이 전혀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고안된 사회복무제도는 인간이 만든 제도 중 부작용이 전혀 없는 제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선택자의 대부분이 양심적인 사람이었고, 또 병역의 면제가 아니라 더 긴 기간 고강도의 사회복무를 하도록 했기 때문에 악용자가 눈여겨볼 달콤한 것이 아니다.

수박껍질에 단물이 나오는 한 개미가 붙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사회복무제는 이기적인 병역기피를 바라는 자들에게는 독극물과 같다.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는 선용의 대상이지만 병역기피자에게는 회피와 저주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대한민국의 청년 모두가 악용을 하려고 하는 이기적인 범죄자로 단정지우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취급을 당하는 청년들이 국방부를 성토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징역 대신에 공동체를 위해서 삽을 들겠다는데도 말이다. 병역거부의 인정은 차지하고라도 국가인력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국방부가 될 수 없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선택권을 주면 병역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논리 역시 허구이다. 사회복무제와 군대입영을 개인이 선택하게 하는 대신에 국가만이 배정할 수 있다는 사고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이 독점권 때문에 병역비리는 원천적으로 사라질 수 없었고 앞으로도 병역의무 이행과정에서 병역장사라는 원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국가가 이것을 포기해야만 대한민국의 군대가 바로 될 수 있다. 대만은 2000년부터 군 인력을 감축하면서 장정들에게 군입영과 대체역(사회복무제)의 선택권을 주었고 그 결과 구타가 성행하던 군대가 민주군대로 탈바꿈을 했고 병무행정도 투명해졌다.

이렇듯 일석삼조인데도 배분권 독점을 고집하는 것은 그동안 단맛에 너무 오래 중독된 것이 아니겠는가? 거기에 덧붙여서 국가마다 특수성을 운운하면서 우리는 안 된다로 일관하고 있으니 국방부 관계자의 시각이 더 특수하지 않는가?

국방부는 언제까지 '시기상조'라고 할 텐가

대체복무개선연구위원회가 연말까지 다소 여유 있게 기한 설정을 했지만, 2006년 11월 UN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대법원의 유죄선고를 받은 2명에 대해 국가배상을 권고하자 다급해진 국방부는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연구위원회의 시한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는 급조된 변명을 서둘러 발표했다.

사실은 지난 11월을 마지막으로 매월 열렸던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는커녕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초여름인데도 아직 동면에 빠져있는데 느닷없이 실무자가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하니 이거야말로 시기상조가 아닌가? 위원장조차 아무런 결정을 내린 바 없었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어떤 일을 하기에 때가 이르다'는 뜻의 '시기상조'라는 말을 속전속결의 속성을 가진 국방부가 해서는 안된다.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1만300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징역을 살았고 지금도 매년 900여명이 수감되어 있는데 대체 언제까지 시기상조라고 할 것인가?

진정 시기상조라면 UN에서 2년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을 중지하라는 결의안에도 정정당당하게 반대를 해야 하는데 왜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가?

이러한 국방부의 행태는 공명정대, 멸사봉공의 군인의 구호와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관성도 합리성도 없는 비겁한 태도가 아닌가? 연구위원회의 연구 과정의 전체를 공개하여 병역거부 인정의 반대 논거를 제시하고 설득을 해야지 막연하게 '시기상조'라는 말로 비켜가서는 안 된다. 실무자에서 결정라인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행여 종교적인 감정 때문에 본질이 흐려지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존재하는 한,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심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계속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다.

국방부 덕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반사이익 얻어

그동안 국방부가 보여준 논리적이지 못한 주장 덕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상당한 반사이익을 건졌다. 병역거부를 양심 비양심의 구도로 몰아간 국방부의 의도는 각종 토론에서 논쟁을 격렬해지게 했고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많은 정보가 노출되고 교류되면서 지난 60여년간 일반인들에게 각인된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병역거부가 7년여의 공론화에 힘입어서 상당한 수준으로 정상화되었다. 국방부조차 스스로 처음에는 '무조건 안된다'에서 이제는 '시기상조'로 바뀌었으니 상전벽해가 아닌가?

그 과정 속에서 철학적, 도덕적, 자연생태의 생명존중과 같은 다양한 이유의 병역거부자들의 출현은 한 몸으로 받았던 비난의 목표물을 분산이 되게 하여 그 강도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 비록 소수의견이지만 대법원의 무죄, 헌법재판소의 위헌까지 이끌어내었으니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따라서 반대가 깊은 만큼 찬성 또한 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이 더는 행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당당한 권리로서 공동체에 기여하게 될 것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들이 마치 특혜를 바라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는 것으로 국방부가 일반인의 감정을 충동질하여 여론몰이를 하는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이는 지난 4월 18일 울산지방법원에서 예비군으로서 훈련을 거부한 양심적 거부자에 대한 향토예비군설치법의 관련 처벌조항을 위헌법률심판제청한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

민주주의 헌법의 본질에 대한 원론적인 법해석에 충실한 전향적인 판사들에 의한 판결문은 틀림없이 해결책을 강요하게 할 것이다. 대법원의 유죄판결과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처럼 계속 이어지는 하급심의 판결은 도도한 물결이 되어 양심적 병역거부의 인정을 이끌어 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은 새로운 불쏘시개가 되기 위해서 잠복해 있을 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처벌이 국제인권규범, 나아가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에 배부른 흙담이 무너지듯 필연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기회들을 모두 다 놓쳤다. 상명하복의 집단으로서 건전하고 합리적인 제안의 수렴이 불가능한 구조적인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오한 신념에 대한 이해 자체가 되어 있지 않은 구성체로서 무는 있으되 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가 전세계적인 인권보호의 국제표준에 걸맞은 법해석으로 행정부에 대해서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다. 무죄선고와 위헌결정을 단호하게 내려서 분단국으로서 호전적인 상대의 절박한 위협에도 인권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을 사법사의 큰 획을 그어주기를 고대한다.  


  2007-06-06 16:4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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