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판결과 아래 약골의 글을 읽으며 생기는 몇 가지 논의점을 나열해 보고 각각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1. 인권운동 중심의 병역거부운동과 급진적 반군사주의운동 중심의 병역거부운동
2. 징병제 폐지운동과 모병제
3. WRI-Korea의 병역거부운동
1. 이번 판사의 판결은 무기를 들 수 없다는 종교적인 신념에 한정하여 양심적 자유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접근은 다분히 인권중심적인 것으로, 판결문에서 군대와 전쟁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겨레 사설도 마찬가지로 인권의 문제로서 대체복무를 제안하고 있고요. 강철민씨를 비롯하여 비종교적 입장의 병역거부자들도 인권의 테두리 안에서 재판이 다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군대와 전쟁은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유지하고 지배계급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병역거부를 하였다면 이번 판결의 양상은 어떠했을까요?
급진적 반군사주의운동로서의 병역거부운동에서는 결국. 군대의 존재이유는 국가 안보가 아니라 지배계급의 기득권 유지라는 주장에 대해서 타당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권운동중심의 병역거부운동에서는 인권에 촛점을 맞춤으로써, 군대와 전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WRI-Kore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지금의 한국의 사회상황에서 군대폐지를 직접 주장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지만, 그러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그 주장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할 것입니다.
2. 대체복무를 넘어서는 징병제 폐지운동을 약골이 제안했는데, 그렇다면, 결국 모병제로 논의가 넘어가지 않을까요? 징병제를 폐지하자고 하는 순간 모병제인지 군대해체인지 선택의 문제가 바로 생길테니까요?
국가가 강제로 권한을 행사하는 징병제에서 돈의 논리로 직업군인들을 불러 모으는 모병제로의 전환은 이른바 다른 선진국들의 예를 봐서도, 조만간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병제는 군대가 철저히 자본주의화함으로써, 국가자본주의사회에서 어찌보면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징병제에서 제대로 자리잡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징병제 폐지운동의 이유가 모병제의 전환이 아니고, 군대폐지로 가는 과도기에, 우리의 사회의 정서를 고려하여 이전단계로서 징병제폐지를 제안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조금 애매한 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징병제 폐지운동이란 말은 쓰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WRI-Korea의 활동은 이미 소개란에 있듯이, 크게 세 가지 - 탈군사화, 글로벌 정의, 환경정의 - 로 나눌 수 있을텐데, 병역거부운동은 탈군사화의 영역에 가장 가까울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병역거부운동을 해나갈 수 있을까요? 약골이 얘기한 것처럼, 이 부분은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며, 더 구체적인 활동에 대해 각자 의견을 정리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활동이라는 단계로 가는 것이 정말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서로 함께 고민해보고 직접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되겠죠.
그리고, 약골이 지적한, 언론중심의 여론형성운동에서 벗어나 어떻게 풀뿌리적 접근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풀뿌리적 접근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으로 논의가 있었으면 합니다.
결론적으로, 첫째, 군대의 존재이유와 전쟁의 근본원인에 대해 나름의 논리를 정리해보고, 둘째, 풀뿌리적 접근방식을 가진 WRI-Korea구체적 활동내용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같이 해보았으면 합니다. 언제나 제안만 있고 실질적인 결과물은 없다는 우려는 있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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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를 위한 군대? 전쟁을 막기 위한 군대? 한국을 지키기 위한 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