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Article     
Name
  보스코프스키 2006-10-25 22:48:22, Hit : 2246
Subject   [한겨레21]고농축 우라늄, 소름돋는 이야기
고농축 우라늄, 소름돋는 이야기

1960년대 후반까지 전세계에 나눠주다가 지금 회수에 열올리는 미국…25kg만 확보하면 핵무기 제조 가능, 미국의 신형 핵무기로 탈바꿈할 수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미국은 핵테러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마치 평화의 수호신이라도 된 것처럼 어디에서든 ‘고농축 우라늄’(HEU)의 사용을 억제하고 누적된 재고를 없애려고 한다. 지난 2004년 발족된 ‘세계 위협제거 이니셔티브’(GTPI)에 따라 각국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회수하고 있다.


△ 옛 소련의 지원으로 설립된 우크라이나 핵연구학회의 원자로(왼쪽). 이런 연구용 원자로는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 원자로 임계조절장치에 쓰이는 원반형 우라늄 함유 장치.

지난 2년 동안 세르비아·루마니아·우즈베키스탄 등지로부터 23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회수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폴란드 와소 부근의 민간 연구소의 원자로에서 무기급 우라늄 45kg을 제거해 러시아로 수송했다. 미국이 무기급 핵물질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해 안전한 형태로 희석해 관리하려는 것이다.

“아직 위험정도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60개의 연구시설의 원자로에 50여t의 고농축 우라늄이 분산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농축 우라늄은 과학 연구와 산업 개발,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등에 쓰이는데,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우라늄-235가 무게비로 20% 이상 농축돼 있다. 이에 견줘 핵발전소의 발전용 우라늄 연료는 농축 비율이 크게 떨어진다. 대체로 우라늄-235가 3~5%가량 함유돼 있을 뿐이다. 물론 이것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우라늄 농축 과정에서 생긴 찌꺼기로 만든 열화우라늄탄에서 나오는 분진만 흡입해도 백혈병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사실 고농축 우라늄의 세계적 보급은 미국과 소련이 남긴 유물이다. 양국은 1960년대 후반까지 평화적 이용을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자국에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하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 해외에 보급했다. 당시 1800여t의 고농축 우라늄이 전세계에 퍼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우라늄은 조잡한 대포형 폭발장치만 이용해도 도시를 불태우는 공격용 핵무기로 바뀔 수 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회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 원자관리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 앤서니 웨어는 “아직 연구용 원자로의 위험성이나 위험 정도조차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핵물질 회수는 걸음마 단계에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방식으로 회수된 고농축 우라늄은 다양한 방법으로 전용된다. 우선 회수된 고농축 우라늄의 80%가 해군 함정의 연료로 사용된다. 핵탄두잠수함이나 항공모함 등이 거대한 재앙을 품은 핵물질을 싣고 바다를 누비는 형국이다. 남은 고농축 우라늄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사능 물질을 함유하는 우라늄-238로 희석된다. 이른바 ‘저농축 우라늄’(LEU)으로 바꿔 핵무기 제조에 이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비축되는 고농축 우라늄도 있다. 항공우주 개발과 연구용 반응로용이라는 명목으로 10%가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있는 국립 안보시설에 저장된다. 핵무기 저장량 감축 프로그램도 자국에서는 예외가 있는 셈이다.

이미 30여 년 전부터 미국의 고농축 우라늄 회수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연구용 원자로 연료가 핵무기로 전용되는 것을 막으려고 자국 설계 원자로가 저농축 연료로 운용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42개 원자로에서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20여 년 동안 수출한 원자로를 모두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10여 개의 대출력 연구용 원자로는 해마다 40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태우고 있다. 이들은 고준위 방사선 조사에 의한 중성자 산란 실험이나 물성 시험 등에 쓰이는데 지금까지 개발된 저농축 연료로는 필요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계조립물·펄스형 원자로는 속수무책

그렇다면 고농축 우라늄 전환과 회수 프로그램은 핵무기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일까. 최근까지 진행된 고농축 우라늄 연료의 전환과 회수는 주로 연료 재충전을 필요로 하는 연구용 원자로에만 집중되고 있다. 임계 조립물과 펄스형 원자로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임계치 조절장치는 새로운 원자로를 만들기 전에 노심이 설계자의 의도대로 분열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시험하는 실물 모형이다. 마치 알루미늄 피복을 입혀 원반처럼 생긴 이 장치는 소량의 무기급 우라늄을 함유하고 있지만 출력이 100W로 제한되어 별도의 냉각장치 없이 사용된다.


현재 러시아의 다양한 원자력 연구시설에는 지름 2인치의 우라늄 원반이 수만 개씩 보관되고 있다.

또 다른 고농축 우라늄의 저장고인 펄스형 원자로는 매우 높은 출력으로 1천분의 수초 동안 작동한다. 무기연구소에서 핵폭발이 이뤄질 때 발생하는 짧은 시간의 강력한 중성자 피폭에 의한 영향을 연구하는 데 쓰인다. 일반적으로 핵물질 취급자들은 철저히 차폐된 공간에서 원격조작으로 물질을 다룬다. 그런데 펄스형 원자로의 방사능 물질은 무기급 우라늄을 함유했지만 세기가 약해 취급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그만큼 보안에 취약한 셈이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과학과 세계 안보 프로그램’ 소속 연구자인 알렉산더 글레이저 박사는 “펄스형 원자로 연구시설에는 히로시마 원자탄 15개분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우라늄 25kg만 확보하면 핵무기 제조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 핵무기 기술 거래와 핵물질 도난 등을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핵무기 기술 밀거래 집단은 우라늄 농축공장을 특정 국가로 이동하려는 대담한 계획을 세웠다가 적발됐다. 이때 1998년 파키스탄 핵실험을 지휘한 압둘 칸 박사가 핵무기 개발의 노하우와 장비의 밀거래에 개입됐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핵물질 거래와 함께 도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옛 소련이 붕괴되면서 핵공단의 감시망이 뚫려 고농축 우라늄 도난 사건이 발각되기도 했다.

안전하게 보관만 한다고?

하지만 이런 위협은 새 발의 피일 뿐이다. 미국은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에 비준을 하지 않은 채 미임계(未臨界) 핵실험을 계속 벌이고 있다. 히로시마에서 첫 핵실험을 한 미국은 1996년까지 1032회의 핵실험(지구촌 전체: 2048회)을 한 뒤, 1997년부터 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5kg 미만의 플루토늄을 이용한 미임계 핵실험을 지난 2월까지 22회에 걸쳐 실시했다. 이를 통해 지구촌에 핵우산을 씌우고도 남을 핵전력을 가다듬었다. 반핵단체의 미임계 핵실험 중지 주장에 대해 미국 에너지부는 “저장 핵무기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보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머지않아 핵실험은 낡은 기술력의 상징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쉽게 제조할 수 있는 신형 핵무기를 개발할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파키스탄·북한 등이 실시한 핵실험은 30여 년 전에 설계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냉전에서 벗어난 현재의 군사적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까닭에 미국은 소규모로서 신뢰성이 높은 핵탄두를 2012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이때가 되면 미국이 회수한 고농축 우라늄이 소리 없이 핵무기로 탈바꿈해 전장을 누빌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우리는 지구촌의 핵을 염려해야 한다.

* 보스코프스키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10-25 22:49)

 Prev    [한겨레21]부시를 괴롭히는 지독한 역설
보스코프스키
  2006/10/25 
 Next    [프레시안/엠파스뉴스]노태우가 만든 찬핵 홍보기관이 아직도…
보스코프스키
  2006/10/23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life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