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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7-10-09 14:11:26, Hit : 1372
Subject   [프로메테우스]핵파국 시대, 평화주의의 선택

























핵파국 시대, 평화주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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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핵파국 시대의 개막


1) 53체제와 6자회담의 효력정지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 위기관리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던 정전협정체제(53체제)는 실질적으로 무력화되었다. 그러나 53체제의 무력화는 이번 핵실험과 더불어 시작된 일이 아니고, 북핵 국면 제1기부터 진행된 오랜 과정의 최종적인 확인일 뿐이다. 김영삼 정권의 ‘잃어버린 5년’을 경과하면서 북핵문제는 격화되었고, 불안정한 북미관계 속에서 북핵문제는 점점 더 판돈을 키워나갔다. 핵문제는 한반도 정치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기에 한반도전쟁을 억제하는 53체제로는 북핵문제의 해결이 원래부터 요원하였고, 지난 10여년의 한반도 위기관리는 동북아 위기관리로, 세계 군사정치의 위기관리로 문제해결의 주체와 대상영역을 확장시켜왔다.


근년에 다자간의 협상테이블인 6자회담이 53체제를 보완해 왔지만, 6자회담은 이미 뾰족해질 대로 뾰족해진 송곳날을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헐거운 옷이었을 뿐이다. 53체제가 그 본연의 목표인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반세기나 지연시키면서도 위기를 은닉할 수 있었던 반면, 6자회담은 더 이상 지연될 수 없는 과제를 떠안은 최후의 담판이었다. 이제 북한 핵실험을 통해 6자 회담은 재개 자체가 불투명한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파국 선언을 통해, 인내와 지연이 불가능한 문제를 세계 전체에 던져 놓았다. 그리고 우리 앞에 더 이상 제도와 합의에 의해 관리될 수 없는 위기, 대파국의 가능성이 엄존하는 위기가 불현듯 다가왔다. 위기와 파국, 그것은 늘 잠재해 있는 것이지만 어떤 시점에서는 마치 순식간에 다가온 듯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다.


2) 평화주의자의 입장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현금의 논의들은 위기를 발생시켜오고, 심화시켜온 상투어들로 가득하다. 낡은 진영론적 세계관에 기반한 채 여전히 북한과 미국 각각에 이념적 고향을 지니는 이들은 반미자주와 한미동맹이라는 무책임한 선동 속에 매몰되어 있으며, 이미 이라크 참전을 통해 평화주의라는 고향을 잃어버린 현 정권은 오래 전부터 실용주의를 택했지만 그 실용주의마저 파국의 예측불가능성 앞에서 쩔쩔 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현 상황에서 평화주의와 핵무기 비확산은 같은 말일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의미일 수도 있다. 특히 현 시점에서 북한 핵무기의 폐기, 곧 비확산의 방법이 무엇인가의 문제에서 그렇다. 평화주의는 비확산을 위한 무력 제재에 대한 반대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평화주의자의 현실적 개입은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매우 원칙적인 천명 이상일 수 있는가? 조성된 현 정세와 국제적 핵정치의 맥락에서 그 이상의 개입을 적절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분석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분석적 이해는 단지, ‘현실 정치의 맥락에서 평화주의적 개입의 폭이 협소하다는 것을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평화주의 원칙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입장을 재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대한 분석적 이해는 적극적인 개입의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II. 역사: 비극의 원인


1) 북한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미국을 상대로 신뢰할만한 수준의 실질적인 군사적 억제력을 갖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재래식 전쟁과는 달리 핵전쟁에서는 인간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무하다. 핵전쟁의 논리는 철저한 양의 논리이며, 핵물질 비축량, 처리 능력, 탄두, 운반체, 전자기술 등 핵전쟁에 관한 모든 능력은 양적 크기로 합산할 수 있다. 그래서 핵보유국은 핵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과 북한 간의 군사대결의 경우 북한에게 유리한 요소일 수 있는 어떠한 예측불가능성도 제거한 꼴이 된다. 북한의 핵독트린은 그저 우리도 적국의 도시 하나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과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이 때 적국은 공교롭게도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감안할 때 동북아 국가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보유에 집착해 왔다. 왜 그랬을까?


1.1) 북한체제와 핵무장의 필연성


북한 당국은 핵개발의 필연성을 미국에 의한 안보위협에 돌려 왔으며 핵개발은 자위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해 왔다. 한반도 전쟁기의 미군에 의한 파괴행위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북한 당국의 포퓰리즘 정치 때문에 전쟁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와 같은 불안의 역사적 구조 및 주관적 구조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와 같은 안보위협이 북한 핵개발의 유일한 동기 또는 유력한 동기일 것이라는 점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경제 파산과 고난의 행군, 그리고 대기근에 직면하여 체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해서 꺼낼 수밖에 없었던 카드가 ‘핵 카드’라고 생각해 왔다. 객관적으로 사태를 살펴본다면, 북한이 냉전종식 이후의 세계체제에 참여하기 위하여, 그러나 좀 더 유리한 지위에서 참여하기 위하여 꺼내든 카드가 핵카드였고, 이것은 북한에 대한 객관적인 안보위협과는 상관없는 문제였다. 오히려 세계체제로부터 북한 체제의 고립 그 자체가 안보위협이었다고 볼 수 있고, 이 경우에 안보위협이란 단순한 군사적 위협이 아니라 체제적 이종성에 기인한 고립, 그 때문에 발생한 체제 위기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핵개발은 복합적인 위기 타개책이었고 그 목표는 세계체제에 좀 더 유리한 지위를 가지고 편입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핵개발은 북한 체제의 위기 타개책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 시점에서 던져 보아야 할 질문은 그 반대의 경우이다. 즉 북한의 ‘핵 카드’가 북한을 둘러싼 위기의 ‘극복 카드’가 아니라 1990년대 초반 이후 위기 심화의 ‘원인’이었다고 파악하는 것은 핵실험으로까지 전개된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인민들에게 고스란히 기아 참상이라는 비극을 안겨 주었다. 북한이 은밀히 핵개발을 추진했던 1990년대는 파산, 대기근, 인권 상황의 악화로 상징되었던 시기였다. 북한에서 1990년대 초반의 핵개발은 고난의 행군으로 전개된다. 보통 이야기되어 온 것처럼 북한의 핵개발이 고난의 행군을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아니었던 것이다. 핵개발에 소요된 엄청난 비용이 바로 고난의 행군을 초래한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였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기아와 인권 상황의 악화가 나타났던 것이 현실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편으로 내부적인 체제 단속용의 성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내부적인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할 수 없다. 핵이 밥을 먹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이를 감행한 것이라면 북한 사회 내부의 이질화와 불안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그것은 북한 체제가 내부 위기를 주체적으로 타개할 수 없다는 사실, 위기의 원인을 한반도 전쟁 이후의 전통적 포퓰리즘의 어법에 따라 외부로 돌릴 때에만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의 반증일 수 있다. 핵무장은 국제적 고립을 깊게 하고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지만 위기의 원인을 외부로부터의 안보위협으로 돌리는 매우 적절한 상징이 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이 고난의 행군과 경제위기, 대기근의 책임과 원인을 스스로 시인할 경우 북한 정권 자신의 생존과 유지는 그만큼 위기에 봉착하기 때문에 모든 위기의 근원을 외부로 내몰려고 하는 것은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끊임없이 미 제국주의의 압살 책동을 내부에 선전하면서 현 시기의 모든 위기와 고통의 원인을 미 제국주의의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표현된다. 간혹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를 탓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북한 정권은 미 제국주의가 없었다면 위기가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를 끊임없이 북한 인민들에게 주입하였다. 미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기반으로 자위력의 확보라는 이름아래 군사적 대응을 추구하고, 이로 인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경제난과 이에 대한 내부적 반발을 다시 미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으로 봉합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군중동원 체제의 수미일관한 귀결이 바로 핵개발이고, 이와 같은 고립, 분리, 응축의 동원 체제는 핵실험을 통하여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압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인민 경제와 사회 내부의 궁핍화로 인한 저항을 예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이번 핵실험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인민 경제와 사회 내부를 더욱 궁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핵실험을 통해서 인민들이 일시적으로 체제에 통합될 수는 있지만, 이번 핵실험의 결과가 초래할 경제 압박과 각종의 거래 금지 조치는 북한을 더욱 더 내부의 궁핍화 상황으로 내몰 것이 명약관화하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서 외부에 핵 주권을 과시하는데 성공하였지만, 외부로의 주권 과시는 대단히 비대칭적으로 내부의 생존권과 인권을 볼모로 삼은 대가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이 주권을 통해서 인민의 생존권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거짓의 수사학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와 같은 거짓의 수사학이 오래 유지되기 힘들다는 점에 있다. 핵실험은 북한이 의도하지 않았던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즉, 북한의 국제적 고립의 심화와 경제적 어려움의 가중은 핵 주권 실현에 대한 자긍심으로 들떠 있을 수 있는 짧은 시기가 지나면 더욱 더 강력한 내부적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1.2) 북한의 핵외교 실패


북한 핵개발은 한 개의 화살로 두 마리 새를 잡는 효과를 노리고 있었다. 체제위기의 관리가 그 하나라면, 최대 적국인 미국과의 대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미국과의 안보관계 형성, 이를 통해 좀 더 격상된 지위로 세계체제에 편입하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활용하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그러나 두 번째 목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매우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고, 제네바 협정에 의한 핵포기의 대가는 적은 것이었다. 그나마 그 적은 대가조차 부시행정부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북한과 미국의 안보협력이라는 북한의 구상은 미국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하여 미국은 그저 북한에 대한 핵위협을 강화하는 전통적인 전략으로 대응했을 뿐이며, 이는 다시 북한의 핵 야망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구조를 만들었다. 북한이 미국의 긍정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핵 위협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면 할수록 미국의 대응은 더욱 더 냉담해질 뿐이었다. 이는 다시 북한의 보다 도발적인 대응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북한의 핵확산방지체제 탈퇴와 핵무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핵무기를 통한 세계체제 편입이라는 북한의 전략이 실패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실패의 원인은 부분적으로 미국에게는 북한 핵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다른 관심사들이 있었고, 북한의 핵위협을 현실적으로는 무시해도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여 북한이 제시한 조건으로 협상을 하는 것보다는 필요에 따라 힘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북한은 핵포기의 대가로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었던 일본이나 독일, 브라질 등의 나라들과는 동급의 국가가 아니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략적 차원에서 보면 미국과의 안보관계 수립을 위한 방법으로서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려 한 북한의 전략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협박은 불신을 키우고 관계를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북한은 경제적 파탄과 내부적 궁핍의 상태로 내몰리게 되었고, 핵실험 이후의 제재 조치 가시화 및 일련의 사태 흐름은 북한 정권의 장기적인 생존 전망마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에 대한 핵 압박을 통해서 지금까지 북한이 염두에 두어 온 것은 북미수교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 주변국의 협조가 없다면 이 구상은 전혀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동북아 주변국의 여론을 등지는 핵실험은 북한 핵전략의 실패임이 분명하다. 미국은 더욱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더욱 옅어지고 있다. 핵실험 전후를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서도 보였듯이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었다. 미국은 이러한 국세사회의 흐름에 더욱 편승하기가 수월해졌고, 북한의 선 핵 폐기를 보다 더 강력하게 주문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실험은 결과적으로 북한이 원했던 것과는 크게 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아울러 미국을 위시한 각국의 비군사적 제재 조치는 북한을 내부로부터 붕괴시킬 위험을 증대시킨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원하는 결과를 획득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2) 미국 핵 헤게모니 정책의 실패


핵패권 국가인 미국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미국은 북한이라는 조그만 나라의 핵위협을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에서의 지도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었다. 아울러 세계적인 핵확산저지 시스템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일련의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핵 헤게모니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일본, 대만, 한국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호주, 인도네시아, 심지어 미얀마까지 핵무장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국에게도 위협이 되겠지만 미국의 세계패권의 관점에서도 불확실성의 증대라는 환영할 수 없는 사태 전개일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 도전에 대한 대응으로 2003년 4월 6자회담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미국은 2005년 12월까지 4차례의 6자회담을 거치면서도 북한으로부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어떠한 구체적 약속도 받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의 완고함에 부딪힌 북한은 처음에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시사하다가 나중에는 급기야 이를 무기화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 양자협상을 거부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이 북한과의 핵 문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초강대국인 미국이 사실상 기권, 즉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회피하자 역내 국가들도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다. 이는 북한으로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나머지 국가들과의 협상은 커다란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미국의 주도적 역할 포기,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일방적 행동, 그리고 2003~2005년 동안 6자회담에서 아무런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말뿐인 외교 협상에 집착해 온 미국의 태도는 미국 핵 헤게모니가 최저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는 동북아시아 역내 국가들에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할 진정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비춰졌다. 그리고 이번 북한 핵실험은 사실상 미국이 이를 강제할 능력도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한편, 미국의 '레드라인'은 '핵 보유 금지'에서 ‘핵 확산 금지’ 쪽으로 은근슬쩍 경계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2003년 5월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한 지 2년 5개월 만인 지난 9일에 발표된 새로운 ‘레드라인’은 “핵무기와 핵물질의 이전은 미국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이었다. 부시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일관된 외면정책을 취한 나머지 비확산정책이라는 큰 목표에서 실패했다.


3) 역내 중국 주도력의 시험대


중국이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비난한 것은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북한의 핵보유가 불러일으킬 파장과 후폭풍은 직접적으로 중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와 MD체제의 구축, 일본의 핵무장 움직임 등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에 분명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자극할 수 있는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명백히 잘못된 선택이다. 그러나 핵실험 이후의 사태 해결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미국과 마찬가지의 강도로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 중국이 만일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체제의 내부 붕괴는 급속히 가속화될 것이고,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초래될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관리할 수 있기 이전에 중국은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없다. 일본이나 한국의 핵무장도 중국 안보에 위험이 되지만 북한의 예측불가능한 붕괴 역시 중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응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에 북한 당국은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태의 전개가 북한의 예상과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일단 중국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면서 적정한 수준의 압력을 북한에 행사하고 이번 사태에서 주도력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중국에게 그와 같은 영향력의 발휘를 주문하고 있었다. 따라서 중국은 이번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의 해법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III. 사태 전개의 방향


1) 미국의 대응책


미국은 UN을 등에 업고 대북 압박 정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미 고위관리가 이미 밝혔듯이 당장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 가능성이 더욱 옅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 내 정치지형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화와 협상의 숨통이 트일 가능성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레드라인’과 관련하여 핵물질 이전에 대한 강력한 경고는 미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해 취할 조치의 내용을 짐작하게 해준다. 현실적으로 군사적 공격이 어려운 이상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 봉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제3국이나 테러단체에 대한 핵물질 이전에 대한 경고는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를 강화하고, 한국 정부에게는 PSI에 대한 가입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 사태와 관련하여 ‘외교적 해법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외교적 해법이란 당장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군사적 방법에 의하여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안의 내용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이 속에는 북한을 출입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검색·군사적 물품의 무역 금지·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해외자산의 동결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2) 중국의 대응책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명시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중국은 또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 움직임에 대해서는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조만간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유엔 결의안에 경제적 제재를 넘어 군사 제재까지 들어간다면 중국은 이를 반대하겠다는 뜻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북중 관계의 악화가 일정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 악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정도로 유엔의 흐름에 동참하는 선에서 결정될 것이고, 사태의 해결에 있어서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중국은 군사적 제재가 빠진 유엔 결의안에는 찬성할 가능성이 높기에, 중국의 대북한 생존지원형 투자가 지속되기는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북한 전역의 공산품과 생필품의 거의 90%를 차지하던 부분이 사실상 극적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고 북한 인민들의 물자난은 급격히 가속화될 것이다.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체제가 붕괴된 이후 북한 사회에서는 장마당이 사실상 인민 생존의 토대가 되어왔지만 이번 핵실험으로 도매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던 중국산 물품이 사라지게 된다면, 북한에서 식량뿐만 아니라 생필품의 유통도 막히게 됨으로써 심각한 위기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사실상 이를 대체해줄만한 국가가 없기 때문에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북한에게 사활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중국이 중유 공급과 몇 가지 교역품에 대한 수입, 수출만 중단해도 북한은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고, 북한 체제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게 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붕괴의 위험에 내몰리게 될 경우 난민 문제를 떠안는 것은 물론 중국의 안보 또한 전략적으로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구상이 구체화되고, 주변 5국이 중국의 구상에 동의해 주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와 같이 강력한 경제재제 조치를 단행하는 것은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3) 일본의 대응책


일본은 인도적 대북지원 이외에도 북한에서 수입하던 어류 등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아마도 조총련계 조선인들의 북한에 대한 송금도 조만간 중지될 것이다. 북한의 핵폐기가  북일 관계에 있어서의 전제조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더 커짐으로써 북한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당장 일본은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호흡을 함께 하면서 대북 제재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동맹은 MD의 추진과 함께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 핵실험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우경화와 군비증강 움직임, 평화헌법 수정, 핵무장에의 열망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4) 한국의 대응책


이산가족상봉, 대북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 철도개설, 금강산 관광 등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치게 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를 통해 사실상 북한이 항상 외쳐왔던 남북공조의 가능성은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 여론의 지지를 받을 여지가 없다. 이제 한국은 미국과 유엔, 그리고 국제여론에 더욱 떠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으며, 그만큼 한국의 독자적인 목소리가 발현될 가능성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당장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의 여론에 밀리면서 기존의 남북관계 정책, 즉 포용정책에 따른 지원정책과 남북경협 등을 변경하라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보수 정치세력들의 강력한 대정부 압박 속에서 정부의 운신 폭이 더욱 좁혀질 것이다. 그 결과 정부는 대북포용 정책과 대북압박 정책 사이에서 혼선을 거듭하며 적절한 수준에서 이 문제를 절충하려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번 북한 핵실험으로 촉발된 문제가 국제 문제로 비화한 만큼 한국 정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이전보다 더욱 협소해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자신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냄으로써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극복하는데 앞장서야 할 책무가 있으며, 만일의 경우 ‘한반도에서의 핵 전장’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당사자로서 한국은 응당 더욱 큰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5) UN과 국제사회의 대응책


미국은 현재 유엔 헌장 7장에 따른 결의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엔 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과 파괴, 침략행위에 대한 대응 조치로 경제 제재는 물론 무력 제재까지 명시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우선 1단계 조치로 유엔 헌장 7장 41조에 따른 비군사적 제재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경제관계와 철도, 항해, 항공, 우편 등의 중단이나 외교관계의 단절 등이 포함된다. 특히, 미국은 이 41조를 근거로 중국에는 북한에 전기와 석유 공급 중단을, 한국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을 강행할 경우, 유엔은 추가 결의안 채택을 통해 42조에 따른 무력 사용권을 발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분명히 이에 반대할 것이기에, 무력 사용권의 사용 전망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10월 10일에 개최된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6개국 회의 직전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어떤 징계 조치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 조치는 단호하지만 건설적이고 적절하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V. 평화주의자의 비판


1) 핵용인론 비판


핵용인론에는 여러 가지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은 단순한 억지력의 확보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위험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게 전개될 것이 뻔하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심화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의 실제적인 군사적 위협 정도와 북한 핵실험이 가져올 향후의 파장은 두 가지 다른 사항이라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통일 이후 핵보유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북한 핵 자체가 통일 과정의 걸림돌이 되리라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는 견해다. 평화가 불가능하다면 통일도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대한 자위의 수단으로 핵을 가질 수 있고, 이는 주권 국가의 권리이기 때문에 용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몇몇 단체들은 이 입장에 서서 보편적 관점에서의 반핵 주장을 북미 간의 대립관계의 현실을 무시한 관념적 주장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야말로 동북아시아에서의 국제 정치 현실을 도외시한 관념적인 주장이다. 또한 북미간의 대립 관계가 북한의 핵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북한의 핵실험은 분명히 대내 정치적 효과를 노린 측면이 있기 때문이고, 북미관계의 개선에서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2) 군사주의 비판


현재의 시점에서 명시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국가나 정치세력은 없다. 이는 직접적인 군사적 제재 조치가 몰고 올 파장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모두가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여러 국내외 여건상 이러한 군사적 제재 조치를 현실적으로 취하기 어렵우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이 사태가 핵무장의 확산을 포함한 군비경쟁을 불러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대북 군사조치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자위수단으로서 자신도 핵무장을 하고 군비를 증강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 땅이 더욱 넓어졌다는 것이다. 당장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중국을 더욱 자극하고 동북아 전역에서 군사주의의 강화를 부추기길 것이기에 안보 정세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북한 핵실험 직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남한도 자체의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이 67%에 달했다는 것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 문제도 다시 거론될 수 있고, 한국의 MD 참여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국 동북아시아에서의 군비증강 움직임을 부추기고 안보 불안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군비증강 움직임과 군사주의 비판은 북한의 선군정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성역이 없이 전개되어야 한다.


3) 민족공조론 비판: 민족지상주의 담론, 통일지상주의 담론, 반제지상주의 담론 비판


 10월 9일 <이제 ‘핵실험’과 함께 미제 놈들과 사생결단을 내자!>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한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의 입장은 최소한의 정치적 이성도 마비된 극단적 수사로 가득하기에 논의할 가치도 없다. 통일연대의 경우 10월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핵실험 사태의 원인 제공은 분명히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통일연대는 북한의 핵실험 및 핵보유에 대한 가치 판단을 유보함으로써 북한의 핵실험이 자위적 성격을 지닌 정당한 행위임을 간접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민중연대 또한 성명서에서 마찬가지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의 이용대 정책위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노동당이 대치 국면에서 북핵의 자위적 성격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핵실험 직후 민주노동당의 논평에는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내용 중 “핵시험은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 내용의 삭제 여부를 놓고 발표 직전까지 논쟁이 벌어졌고, 이 문구가 삭제되는 일이 있었다. 결국 민주노동당은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미국에게 있다고 지적하는 수준으로 의견 차이를 봉합하고 절충했다.


 이러한 일련의 입장과 흐름은 사태의 반의 반쪽만을 지적할 뿐이다. 일단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태의 1차적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들은 북한의 책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평화주의의 관점에서 이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민족, 통일, 반제 지상주의에 입각한 이러한 입장은 사태의 한 측면만을 바라볼 뿐 사태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과 이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이들은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만 하지 사태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북한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한반도 전쟁의 경험이라는 특수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은 물론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공조는 비핵화를 위한 공조여야 한다. 북핵을 용인하기 위한 공조는 공멸을 위한 공조일 뿐이며 비핵화를 위한 공조는 아니다. 북핵이 용인된다면 일본과 한국 등 동북아 전체의 핵무장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의 자위가 동북아 전체의 공멸을 담보로 한 것이라면  일국의 자위를 빌미로 삼은 핵무기는 동북아 공동 파국을 위한 핵무기에 불과할 것이다. 현 상태에서 이와 같은 핵 파국을 회피하기 위한 첫 번째 조처는 북핵의 폐기일 뿐이다. 남북공조는 북핵폐기를 위한 공조여야 한다.



V. 평화주의의 선택: 3+3 비핵평화체제


1) 5자 합의


비록 북한은 6자 회담의 틀에서 벗어났지만 그 외의 5국은 북핵 폐기와 동북아 평화체제의 구축이라는 6자 회담의 본래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북핵을 용인하는 것은 결국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한국, 북한, 일본, 나아가서 대만까지 핵무장을 한다면 주변이 모두 핵보유국이 될 중국이 이와 같은 사태 전개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3+3체제 수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만큼 급할 이유는 없지만 핵무기 비확산체제를 통하여 핵 주도권을 유지해 온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우파는 자국의 핵무장을 위하여 북한의 핵무장을 내심 환영하고 있을 수 있다. 부분적으로는 한국의 우파도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생각은 북한의 핵실험만큼이나 위험한 생각이다. 북핵은 폐기되어야 하며, 폐기는 검증되어야 한다. 그런데 폐기의 방법은 무엇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앞으로의 협상은 1 대 5의 협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우선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자가 북핵 폐기의 방법에 대하여 어떻게 합의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된다. 즉, 무력 제재의 배격, PSI처럼 긴장을 고조시킬 기타 극단적인 제재 수단의 보류 등에 5자가 합의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5자 간의 그와 같은 합의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당장의 파국을 피하고, 궁극적으로 동북아에서 3+3 비핵평화체제의 수립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능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한국 정부가 이와 같은 적극적인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강제하기 위해서 한국의 평화세력은 즉각 나서야 한다. 평화세력은 핵 파국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 이 점에서 무력 제재론과 북핵 용인론 양자를 일관된 평화주의의 관점에서 모두 배격하는 것이야말로 그러한 개입의 출발점일 것이다.


2) 3+3 비핵평화체제


한국의 평화세력은 3+3의 비핵평화체제를 5자 합의의 목표로서 제시하고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제해야 한다. 3+3 비핵평화체제는 한반도의 남북 양국과 일본 등 3국(비핵선언 3국)이 ‘앞으로 영구히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동선언을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국(비핵화 유지 보증 3국)이 i) 비핵선언 3국의 비핵화 유지를 보증하고, 동시에 ii) 비핵선언 3국에 대해 핵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나아가서 iii) 이와 같은 두 가지 약속을 비핵화 유지 보증 3국이 상호 감시하는 체제이다. 이 체제의 핵심은 i) 한국, 일본, 북한의 상호 안전보장을 미국, 중국, 러시아가 공동 보증하고, ii) 비핵선언 3국의 핵보유 3국 중의 1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을 핵보유국 3국의 상호 감시체제를 통해 보증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북미, 북일 수교는 자연스럽게 포함될 것이고,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유지도 향후 자연스럽게 이 체제에 포함될 것이다. 나아가서 3+3 체제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비핵화, 즉 전 세계의 비핵화를 위한 일보가 될 수 있다.
 
3+3의 비핵평화체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평화세력이 우선적으로 결집하고 공동행동을 통해 현 국면에서 공통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리하여 전 세계의 시민사회 역량의 결집시키고 국가당국들에게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제해야 한다. 평화주의자의 선택이란 매우 분명하다. 그러나 이 분명한 길은 실로 지난한 길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지난한 길은 핵파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한국의 평화세력은 국민 대중의 정치적 이성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 대중은 분명 평화주의의 선택을 지지할 것이다.


금민 / 사회비판아카데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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