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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5-05-29 12:00:51, Hit :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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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한겨레/네이버뉴스/전쟁없는세상] 빼앗긴 학생인권―아직도 ‘선착순 뺑뺑이’가


빼앗긴 학생인권―아직도 ‘선착순 뺑뺑이’가

[한겨레 2005-05-12 19:54]  


[한겨레]

차렷으로 수업시작 교복입고 봉체조까지
병영인지 학교인지…길들여진 학생 요구

11일 오전 체육 수업이 한창인 서울 ㄷ중학교 운동장. 수업이 끝나갈 무렵 교사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학생들이 모였다. 학생들의 동작이 굼뜨자 “빨리 모여!”라는 교사의 고함 소리가 떨어졌다.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로봇처럼 일사불란하게 줄을 맞췄다. 순식간에 빈자리 하나 없이 ‘4열 횡대’가 이뤄졌다. 늦게 모인 탓에 화가 난 교사의 ‘선착순 뺑뺑이’ 지시가 떨어졌다. 학생들은 먼지를 뒤집어쓰며 운동장 구석까지 왕복달리기를 했다. 이들은 “하나 둘 셋, 야!” 하는 구호와 함께 오른팔을 머리 위로 쭉 뻗은 뒤에야 교실로 들어갔다.

이날 아침 서울 ㅈ여고. 정문을 지키고 선 교사와 선도부 학생들이 ‘교문지도’를 벌이고 있었다. 이름표나 교표를 안 달고 왔거나 규정에 안 맞는 양말을 신은 ‘불량 학생’들이 교문 통과에 실패했다. 곧이어 등교시간을 넘긴 지각생들이 줄줄이 붙잡혔다. 반과 이름이 적히고 손바닥 때리기와 양발 벗기기 등의 체벌이 뒤따랐다. 이 학교 ㅇ(18)양은 “교문지도에 안 걸리기 위해 1교시가 끝난 뒤에야 학교에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ㄷ초교는 월요일마다 1100여명의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사라진 ‘애국조회’를 연다. 조회 시작에 앞서 ‘오’와 ‘열’을 맞추기 위한 교사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오전 8시30분께부터 20여분 동안 진행되는 조회는 애국가와 교가 제창으로 시작해 교장의 훈화로 끝을 맺는다. 이 학교 5학년 이아무개(12)군은 “훈화 말씀은 주로 ‘공부 잘해라’,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라는 내용”이라며 “잘 듣지 않아서인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도 걷기 시작할 때는 ‘왼발’부터 나가는 학생들.

반공교육을 전면에 내걸었던 군사정권 시절의 ‘병영식 교육관’은 여전히 학교 현장을 지배하며, 통제와 순응으로 ‘길들여진’ 학생을 찍어내고 있다.

그러나 획일성과 집단성을 강조하는 이런 교육방식의 효과에 대해 대부분의 교사들은 고개를 내젓는다.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은 듣는 척하면서 딴 곳을 보고, 따르는 척하면서 속으론 으르렁거린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공립보다는 사립, 실업계보다는 입시에 목매야 하는 인문계 쪽이 훨씬 심하다.

학생들의 ‘반항’은 체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군대의 유격훈련이나 집단 얼차려를 방불케 하는 체벌도 흔하다. 인터넷의 한 체벌금지 카페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통나무를 들고 ‘봉체조’를 하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런 사진마다 ‘미리 가는 군대’, ‘삼청교육대’라는 댓글이 꼬리를 문다. 서울 ㅇ고 남아무개(18)군은 “일방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갖는 학교는 주입식 교육과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사회가 민주화됐다고 하면서 유독 학교만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군사문화의 유물이 아직까지 생명력을 이어가는 이유로 ‘관성’을 든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들이 ‘나라의 일꾼’, ‘근면’, ‘성실’, ‘협동’ 같은 판에 박힌 ‘새마을 교훈’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용어 자체야 탓할 수 없지만 그만큼 학교들이 변화에 둔감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일제잔재 청산의 하나로 시도했던 ‘차렷’, ‘경례’ 등의 ‘구령 없는 학교’ 역시 단단한 관성의 벽을 뚫지 못했다.

이에 대해 서울 ㄱ고 오아무개(42) 학생부장은 “체벌이나 교문지도 등은 군사정권 때 한 반에 70~8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순응시킬 때나 필요했던 ‘교사 중심’의 통제수단이었다”며 “한 반 정원이 30명 안팎으로 떨어진 만큼 학생 중심의 생활지도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애국조회 대신 한 달에 한 차례씩 학생들이 주제를 정해 ‘자치조회’를 열고 있는 서울 한성여중 고춘식 교장은 “군사문화식 교육제도를 한두 개 바꾼다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비민주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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