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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5-11-26 00:31:00, Hit : 1084
Subject   [민중의소리]김선일의 죽음을 보는 또 다른 시각
    김선일의 죽음을 보는 또 다른 시각

연합뉴스 강진욱 국제부 차장, "김선일을 죽인 것은 미국이다"

기사돌려보기 이정무 기자      






  "김선일을 죽인 것은 미국이다(?)"
  
  이 말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 때문에 김선일 씨가 목숨을 잃었다는 '흔한' 주장이 아니다. 실제 김선일 씨를 살해한 '주체'가 미국일 수 있다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강진욱 연합뉴스 국제부 차장 ⓒ민족통신
  

조심스럽게 이와 같은 주장을 내놓은 사람은 연합뉴스에서 국제부 차장으로 있는 강진욱 기자. 오랜 기간 동안 외신과 북한관련 뉴스를 다뤄왔으며, 미국의 세계 지배전략에 관련한 여러 글을 발표해 온 그는 <민중의소리>와 <자주민보>(www.jajuminbo.net)가 함께 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개입가능성을 제기했다.
  
  그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보를 치밀하게 추적하고, 그 공백을 과감한 추론으로 메워나간 결과이다. 지금까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만 결정적인 증거들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주장을 반박할 결정적인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주장을 접하기 전에 이번 사건을 보는 하나의 관점을 떠올려본다.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자들은 누구인가'
  
  빈약하기 짝이 없었던 이라크 추가 파병의 논리는 지금 강력한 버팀목을 얻었다.
  이라크 무장세력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는 당위.
  한 때 파병반대 움직임의 중심처럼 보였던 열린우리당은 이제 테러방지법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은 이 사건에서 제기된 모든 논란에서 벗어나 한국정부의 거침없는 파병강행 움직임을 즐기고 있다.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자들이 이번 사건에 직접적인 당사자일 수는 없는 것일까?
  
  <민중의소리>는 강진욱 기자의 주장이 이번 사건을 보는 데서 또 하나의 시각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강 기자의 주장을 가감없이 싣기로 했다.
  
  - 이번 사건을 보는 기본 입장을 말해달라
  
  김선일씨 억류 살해 사건이 미국이 말하는 대로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극렬 테러리스트들의 소행이고 따라서 우리는 마땅히 저들을 응징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복수심리를 자극하며 파병 강행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주장이 과연 사실에 부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미국을 절대선으로 보는 세계관에서 벗어나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미국의 주장을 한 번 더 검증해 봐야한다.
  
  만일 미국의 주장이 객관적 사실 또는 정황과 맞지 않는다면 김선일씨 사건을 '알-자르카위의 테러'라고 주장하는 미국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되고 마땅히 미국은 그 저의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국제테러리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파병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 우선 미국은 김씨 살해 사건의 배후로 아브 무사브 알 자르카위라는 인물을 지목하고 있다. 온 신문 방송도 자르카위가 그 배후라고 주장한다
  
  근거 없는 미국의 주장이다.
  
  많은 이들이 김 씨 살해 사건 등의 배후 인물이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자르카위라고 인식하는 것은 미국 선전매체들의 '반복 보도'와 이를 되풀이 하는 국내 매체들의 '광고효과' 즉, 세뇌 작업에 의한 착각일 뿐이다.
  
  미국 선전매체들이 김 씨 사건에 대해 배후를 자르카위라고 주장한 근거는 검은 바탕 한 가운데 황색 둥근달 모양을 한 살해 협박 비디오의 배경 깃발과 자르카위의 이름으로 떠돌아다니는 성명서이다.
  
  단언컨데, 깃발은 급조된 것이다. 우선 김선일씨 사건 직전의 '자르카위 테러'라고 미국이 주장하는 5월8일의 닉 버그씨 참수 사건때도 이 깃발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 미국이 검은 바탕에 둥근 달 문양의 깃발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닉 버그씨를 난도질한 자를 자르카위라고 주장하는 미 CIA의 주장에 많은 의혹이 제기되자 자신들의 주장을 '보강'하기 위해 '깃발'을 추가한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2002년 말부터 언필칭 '알-카에다'와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연결하는 고리로서 자르카위를 앞세운 이후, 자르카위에 대해서는 그때 그때 저들의 필요성에 따라 그가 이끄는 단체 이름을 바꿔왔다. 그러니 자르카위를 무슨 문양 또는 깃발과 연결짓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2002년 10월 미 대통령 부시가 어느 연설(신시내티)에서 그의 이름을 거명할 때부터 2003년 3월 그를 폭살할 때까지는... 나는 미국이 이 때 '끄나풀'로 써먹던 자르카위를 제거했다고 본다,'안사르 알 이슬람'에 속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라크에 이어 이란을 공격할 빌미를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지금의 '알 타우위드 왈 지하드(단결과 지하드)'를 들고 나왔고 이란이 그 배후라고 강변했다. 한 동안 이란 공격설이 나돌 때의 일이다.
  
  그러다 다시 미국 정보기관 및 신문과 방송 등 선전매체들은 자르카위를 이라크 침략전쟁 이후의 '새로운 테러리즘'의 대부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자르카위가 알 카에다 조직을 재건하고 있다고 떠벌리면서 이라크가 새로운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각본을 퍼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 그렇다면 알-카에다 관련 웹사이트에 올랐다고 하는 성명서는 어떻게 되나
  
  누구나 보낼 수 있는 것이 팩시밀리이고 웹사이트 게시문이다. 자르카위라고 이름 쓰고 적당히 서명한 이것이 자르카위의 필체인지 개똥이의 필체인지 누가 알겠는가?
  
  이 때 AP통신이나 CNN 등이 'CIA 관계자'나 '테러전문가 또는 해설가' 따위를 앞세워 "이것이 자르카위의 필체가 맞소!" 하는 것이다. 미 군산복합체의 꼭두각시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고 저들 핵심세력의 음모를 각색하며 대중을 속이는 것이다.
  
  전문가 또는 각국 매체들이 어떻게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있다. 닉 버그씨 참살 때 칼을 들고 버그씨의 머리를 자른 자가 바로 자르카위라는 여론을 조작하는데 앞장선 것은 다름아닌 미 CIA 내 '테러전문가'들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을 당해 의족을 달고 있다고 저들 스스로 한 동안 떠벌려 온 바로 그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칼로 생사람의 목을 자르는 비디오에 등장한다면 그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그 비디오를 보면 칼을 든 사람의 행동이 의족을 단 이의 행동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CIA가 그 살해범을 자르카위라고 강변한 것은 정말 웃기는 코미디였다.
  
  - 미국은 자르카위를 제거한다며 이라크 팔루자에 일주일 새 무려 세 차례나 미사일공격을 벌였고 지금도 자르카위를 반드시 체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국은 급조된 깃발과 성명서 따위로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김선일씨 살해 직전 한 차례, 그리고 사건 직후 두 차례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이라크 팔루자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면서 자르카위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폭격인 25일에는 '폭격 당시 누군가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고 갑자기 많은 동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그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자가 자르카위이고 자르카위가 죽은 것이 확실하다고 떠들었다.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 이를 여러 사람들이 데리고 갔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바로 '수많은 동료들을 거느리는 자르카위'라고 떠들어대는 저들의 논리가 얼마나 황당한가? 백주 대낮에 민가가 폭격을 당했고 누군가 건물에서 뛰어나왔다면 이웃들이 마땅히 그를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19일 미군이 비행기에서 주택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해 최소 20명의 시민이 사망했고 당시 미군은 자르카위를 목표로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라크 경찰과 주민들은 당시 그 집은 어떠한 이라크 반군의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미군의 만행을 성토했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자르카위가 팔루자에 새로운 근거지를 마련했다고 주장해왔지만 현지 주민과 경찰은 미국의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팔루자 폭격은 오로지 '실체가 없는', 사실로 말하자면 이미 미국에 의해 살해된, 자르카위라는 가공의 인물을 실존 인물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이라크 주민들을 상대로 한 학살 퍼포먼스일 뿐이다. 미군은 팔루자 폭격 이후에도 외신 기자들을 불러놓고 "반드시 자르카위를 체포할 것"이라는 등의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비슷한 인물을 하나 잡아 자르카위를 체포했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2003년 3월 가짜 '셰이크 모하메드'를 내세운 것이나 그 전해인 2002년 9월 똑같이 얼굴을 온통 수건으로 가린 가짜 램지 비날시브를 끌고 다니며 체포 쇼를 펼칠 때처럼...
  
  - 자르카위가 이미 죽은 인물이라는 것인가? 미국은 지금도 자르카위가 살아있고 그가 이라크내 모든 테러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르카위가 죽었다는 주장의 근거는 이라크내 한 무장단체가 자르카위 사망을 주장한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이 추정은 정황적 근거가 분명하다. 미국은 자르카위가 살아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의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사실 여부를 입증할 만한 어떤 증거나 정황도 없다.
  
  자르카위 사망을 주장한 단체는 '알라후 아크바르 무자헤딘'이라는 무장단체였다. 이 단체는 2004년 3월초 미국이 '자르카위가 쓴 편지'를 발견했다며 쇼를 벌일 때 팔루자 등지에 성명서를 뿌려 자르카위는 미군의 폭격으로 이미 오래 전 사망했으며 미국 측이 그의 것이라고 떠벌리는 편지는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자르카위는 한 쪽 다리를 잃어 의족을 한 상태였고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 북부의 술라이마니야 산맥의 한 기지를 초토화시킬 때 그곳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가 의족을 했기 때문에 폭격을 피해 도망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도 아주 오랫동안 자르카위가 의족을 달고 있다고 선전해 왔었다. 또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 침략 개시 다음날인 2003년 3월21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지역의 '안사르 알-이슬람'... 미국은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자르카위를 '알 타우위드 왈 지하드'라는 조직과 연결시키지 않았다... 안사르-알-이슬람 조직의 거점에 크루즈 미사일 50기를 발사, 이 일대에 거주하던 수 십 명 또는 수 백 명을 살해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자르카위가 죽었다는 주장은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세계일보에서는 쿠르드애국동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와 같은 사실을 보도했었다.
  
  나는 미국이 이라크 침략을 시작하면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 거점을 무차별 폭격해 현지 거주자들을 몰살시킨 것은 알 자르카위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그를 독가스 리신(또는 라이신) 제조 총책이라고 선전하면서 안사르 알 이슬람의 근거지를 폭격했다.
  
  이렇게 미국은 부상당한 미국의 끄나풀 자르카위를 제거한 것이다. (자르카위를) 뒷날 '제2의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유령으로 만들기 위한 수순이었다. 이라크 침략을 시작하면서 굳이 이라크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산악 지역에 특수부대를 보내고 미사일 50기를 퍼부을 이유가 있었을까? 미국이 스스로 자신의 꼭두각시를 제거해야 할 이유는 이들 꼭두각시야말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어떻게 조작하고 있는지를 아는'증인'들이기 때문이다.
  
  - 미국이 자르카위를 죽여놓고, 또 그를 이번 테러의 직접적 주체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왜 그래야 하나
  
  미 군산복합체 핵심세력들은 급기야 '자르카위를 만난 사람' 까지 조작해 내고 있다. 글로벌피스나우(globalpeacenow.com)라는 정체불명 단체의 카 폴 박사라는 자가 미국의 폭스 뉴스에 나와 자신이 알 자르카위를 직접 만난 경험담을 떠벌리는 따위가 그것이다. '자르카위 전문가'가 등장한 것은 그의 부인이 등장, '남편은 선한 사람'이라고 말한데 대한 '카운터액션'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이 이미 죽은 자르카위를 실체화하려는 이유를 몇 가지 지적해 볼 수 있다.
  
  우선, 최근 9.11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알-카에다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 사이의 연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부시가 위원장을 임명한 이 조사위원회의 활동은 9.11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지만 어쨌든 결론이 그렇게 나옴으로써 부시행정부가 곤경에 처해 있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그런데 바로 부시네들이 이라크전쟁을 시작할 때 후세인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한 연결고리가 바로 자르카위였다. 미국은 김 씨 살해사건까지를 포함해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자신들이 죽여버린 자르카위를 '되.살.려'낸 것이다.
  
  둘째로, 미국은 이라크 침략전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자르카위'를 거명하며 그가 이라크를 대미 투쟁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가 무슨 알-카에다 지도부에 편지를 보내 이라크 종족 갈등을 조장하는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공언했다며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바로 이라크 침략전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정의하면서 종족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이라크를 분열시키고자 했던 의도를 내 보인 것이다. 미국 내 중동 전문 싱크탱크들은 일찌감치 이라크를 연방제로 만들겠다는 설을 흘려왔다. 남부는 시아파, 중부는 후세인 세력의 수니파, 북부는 쿠르드족이 관할하는 자치지역으로 쪼개놓겠다는 흉계였다. 미국은 이미 1991년 걸프전 직후 소위 이라크 북부와 남부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서 이라크를 사실상 셋으로 갈라놨었다.
  
  이런 이라크 분열 정책과 갈등 조장을 위해 자르카위가 필요했다. 미국 측은 또 6월30일 이라크 주권 이양을 앞두고 이라크에 테러 사건이 빈발할 것이라는 설을 이런 저런 선전매체들을 통해 흘려왔다. 자르카위가 이라크를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 것이라는 미국측의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sy)의 실현 과정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앞으로 이럴 것이다 해 놓고 자기들이 그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셋째로, 미국은 새로운 '적'을 창출하기 위해 자르카위를 실체화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 및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지금 또다른 적이 필요한 것이다. 요즘 신문 방송에는 자르카위의 하부조직이라는 그래픽이 자주 등장한다. 자르카위의 조직이 아메바처럼 새끼를 쳐서 이 나라 저 나라로 침투해야만 미국은 중동전쟁계획을 계속 추구하면서 전 세계를 전장화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2003년 11월말 쓴 글 '한국의 테러범 잠입설을 우려함'(이글은 2003.11.30 인터넷 자주민보에 실렸다)에서 앞으로 미국이 이 자에 대한 체포작전을 벌이면서 이 자를 내세워 이라크를 테러의 온상으로 즉, 이라크침략전쟁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각색할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지금 이 말대로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이후 빈발하는 정체불명의 이런 저런 사건들의 배후가 자르카위라고 강변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파 사건인 3.11사건 때도 그랬다. 미국은 자르카위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이 자에 대한 현상금을 오사마 빈 라덴 및 후세인과 같은 금액으로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를 사담 후세인이나 빈 라덴과 맞먹는 거물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서서히 중동 전역을 전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 하에. 새로운 적 창출을 위한 치밀한 계략에서 나온 것이 바로 자르카위이고 그의 이름을 앞세운 사건들이다.
  
  - 미국과 자르카위의 관계에 대해 좀더 설명해 달라
  
  미국은 2004년 2월10일 자르카위가 이라크내 종족 분쟁을 유발하기 위해 테러를 사주하는 편지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전 세계에 이를 선전하기도 했다. 미국 펜타곤의 주장으로는 1월23일 바그다드의 한 안가(safe house)를 급습했는데 거기서 디스켓에 담긴 이 편지를 발견한 것으로 돼 있고 2월10일 미 군산복합체의 대표적 선전선동매체인 뉴욕타임스가 이 편지를 공개했다.
  
  그리고 3월초 이라크 바그다드와 카르발라 등지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이 터지자 미국은 '자르카위가 했다'며 그의 편지가 그 증거랍시고 떠벌리기도 했다. 위 편지에 대해서는 미국내 한 싱크탱크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 FPIF)가 2004년 2월20일 그 배후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이 단체 연구원인 짐 로브(Jim Lobe)가 쓴 '자르카위 편지, 알 카에다와 후세인, 이란을 한 통속으로 엮으려는 호전파 곤경에 빠뜨려'(Zarqawi Letter Complicates War Hawks Efforts to Link al Qaeda with Hussein, Iran)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이 편지는 미 국방부에 의해 유포됐으며 곧바로 뉴욕타임스에 흘러갔다.""이 편지가 그처럼 빨리 비밀해제 돼 일반에 널리 유포됐다는 것은 그 편지의 메시지가 바로 미 국방부가 퍼뜨리고자 하는 것이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가 퍼뜨리고자 했던 내용을 자르카위가 알아서 편지로 쓴 것이고 미 국방부가 이것을 입수해 널리 알리고 있다는 것 아닌가. '자르카위=미 국방부 선전원' 또는 '자르카위 편지=미 국방부 선전 문건' 이라는 등식 말고 달리 인식할 방법이 있으면 설명해 보라.
  
  이 편지가 유포되기 시작하면서 이 편지에 쓰여진 대로 이라크에서는 대형 테러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고 미국 측은 자르카위가 편지에서 주장한 대로 이라크내 종족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테러사건들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가에서 편지를 발견하고 이를 널리 유포시킨 뒤 실제 편지 내용대로 사건이 터지고 미국은 "그것 봐라, 이라크가 바로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떠벌리는 형국이다.
  
  이라크내 종족 분쟁이 유발되기를 가장 소망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미국이다. 이민족을 점령하고 통치하는데 있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이 그것이다. 미국이 1999년 유고전쟁을 통해 이 나라를 집어삼키기까지 10여 년 간 벌인 공작이 바로 종족분열과 갈등 조장이었다. 우리의 경우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1945년 해방 이후 미 군정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한반도 내 자생력 자주통일 역량을 말살하는 것이었음을 상기해 보면 이라크 상황을 이해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지금 노무현 정부와 미국 AP 통신이 진실게임을 벌이다 노 정부가 완패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씨가 살해된 뒤 AP통신이 뒤늦게 지난 6월3일 우리 외교통상부에 한국인 납치 여부를 문의했다고 밝히면서 노무현 정부가 궁지에 몰렸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은커녕 사태의 본질에서 한 참 벗어난 정치적 공방만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이 노무현 정부를 흔들고 있다고 본다. '완패했다'는 표현은 그야말로 상황을 단세포적으로 인식하는 몇몇 신문들이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는 언사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역시 이 말을 반박할 만큼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선 AP통신이 한국 정부에 뭔가를 문의한 것은 사실인데 그 문의가 답변할 만한 성질의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하는 문의에 대해 답변할 정부 관계자는 거의 없다. 물론 이런 사소한 문의에 대해서도 정부가 조금 더 예민하게 접근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만일 사건이 조금만 일찍 노출됐더라면 노무현정부가 '한-미 동맹을 위한 파병'을 결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노무현정부는 이미 파병을 결심한 상태였다. 사무관 한 둘 정신 차린다고 상황이 달라질 수도 없었다.
  
  문제의 본질은 AP통신이 6월3일 한국 정부에 뭘 문의했는지, 그리고 외교통상부 직원이 이 전화를 받았는지, 받아서 어떻게 했는지가 아니다. 이런 질문 공세는 사태를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리고 점점 의식을 축소시킨다.
  
  미국은 이런 수작에 아주 능하다.
  
  한 예를 들면 무슨 퓰리처상인가를 몇 번 씩 받은 미국의 '전설적 언론인' 봅 우드워드가 쓴 '플랜 오브 어택'이라는 책이 있다. 이라크 침략전이라는 극악무도한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에 온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자 그는 이 책을 썼고 또 미국과 온 세계 선전매체들은 일사분란하게 이 책을 선전해댔다. 이라크 침략전의 부당성에 관한 세계의 비판적 안목을 '백악관의 의사 결정 과정'으로 축소시키기 위한 의도된 선전이었다. AP 통신이 한국정부에 뭘 문의했다거나 하는 논란이 시작되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보다는 누군가를 문책하기 위한 조사 아닌 조사가 시작되는 과정은 이런 식의 여론조작 과정과 흡사하다.
  
  AP 통신 보도와 그에 따른 조사는 따로 벌이더라도 이 통신 보도가 나오기 직전까지 관심이 모아졌던 사건에 대한 의혹에서 의식을 떼지 말아야 한다.
  
  AP 통신의 한국 정부 문의 주장이 나오기 직전까지 논란의 초점은 김선일씨가 5월말 행방불명되고 나서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이라크인 변호사 또는 미국 측과 함께 김선일씨 행적을 수소문하면서도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이유 및 그에 따른 의혹에 관한 것이었다. 또 미군 또는 상급 회사인 KBR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미국 측과 함께 김 씨 석방을 위한 교섭을 벌였다는 말은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6월20일 알 자지라 방송이 보도한 것은 '한국인 1명 납치' 였지만 하루 뒤인 21일 연합뉴스 특파원이 가나무역 김춘호 사장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는 '김씨 외 이라크인과 미국인 동행' '미군 또는 미국 측과 협력' '석방 교섭 6차례' '유럽인 등 함께 억류' '김선일씨 일행이 타고 간 차량 목격' 등 놀라운 사실들이 새로 드러났고 사건의 의혹은 계속 확산됐다.
  
  미국 정보 기관의 플레이메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알 자지라가... 1996년 사우디아라비아 자금으로 카타르에 설립된 이 방송사는 때로 미국을 비난하지만 사실은 미국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흘리는 선전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아랍권을 대변하는 방송이라는 평가는 착각이다. 이런 알자지라가 퍼뜨린 '김선일 비디오 공작' 이상의 새로운 정보가 나오자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숨겨야만 했던 극비 정보가 한국 신문과 방송 머릿기사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김천호 사장이 말을 바꿈으로써 어쩌면 새로 밝혀진 사실들이 유야무야 처리됐고 급기야 APTN 비디오가 공개되고 AP 통신 보도로 노무현 정부가 직무유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건의 의혹은 뒤로 밀려나고 엉뚱한 논쟁만 계속되고 있다. 결국 APTN 비디오가 뒤늦게 공개되고 AP 통신이 또 한국정부에 뭘 문의했다고 주장한 것은 사건에 대한 의혹을 뒤로 밀어낸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노무현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매체들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할 일은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 발언 등으로 제기됐던 여러 의혹을 풀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미국이 바라는 대로 종료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국회가 6월30일부터 국정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정식 명칭이 '이라크내 테러집단에 의한 한국인 피살 사건 관련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이다. 이 명칭부터가 문제다. '김현희의 KAL기 폭파사건에 관한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어떻게 김현희를 의심할 수 있을까?
  
  -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말을 바꿈으로써 새로 밝혀진 사실들이 은폐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자신의 첫 인터뷰에 대해 '경황이 없어서' 말을 잘못한 것처럼 해명하고 있는데....
  
  그가 21일 연합뉴스 특파원과의 단독 인터뷰 때 한 이야기와 이틀 뒤 다시 만나 한 이야기의 차이점을 잘 살펴야 한다. 그가 처음 한 이야기 가운데 말을 바꾼 부분은 바로 미국 또는 미군과의 관계 부분이다.
  
  김 사장은 "김씨가 미군기지에서 KBR 직원들과 함께 출발했다 변을 당했다"는 이전 발언에 대해 "석방교섭을 위해 팔루자에 갔던 현지 직원이 저항세력으로부터 '우리가 KBR과 기자들도 억류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 그렇게 믿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또 "김씨 실종을 미군 측으로부터 통보 받았다"는 이전 발언에 대해서도 "당시 경황이 없어 그렇게 얘기했다"며 "미군 측으로부터 통보를 받거나 김씨 석방을 위해 미군 측과 직접 면담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해버렸다.(한국일보 2004.6.24)
  
  그러나 김 사장은 팔루자에 석방 교섭 차 갔던 현지 직원이 유럽 기자가 납치돼 들어오는 모습을 본 사실과 김 씨와 함께 갔던 이라크인 경호원이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미국 측과 협의하며 김선일씨 석방을 위해 노력했고 또 17일 미국 측이 자신을 급하게 불러 갔다고 말했던 사람이 다른 것은 다 그대로 인정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만을 부정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미국 또는 미군 측으로부터의 압력 때문이 아니면 달리 설명할 이유가 없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그의 발언은 당초 김선일씨 납치 살해 시나리오와는 전혀 별개이고 그의 말이 국내 신문에 1면 머릿기사를 장식함으로써 김씨 납치 사건과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과 논란을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틀만에 그가 말을 번복했고 그럼으로써 미국과 관련한 의혹과 논란이 잠재워졌다면 그가 왜 말을 번복했는지 뻔한 일 아닌가?
  
  - 자르카위에 대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김 씨를 납치 살해한 단체를 극렬 테러집단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이다. 또 김씨를 납치한 세력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 그룹이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가나무역 김 사장도 25일 다시 말을 바꾸면서 자신이 엉뚱한 단체와 교섭했음을 후회하는 듯이 말하기도 했는데.
  
  김선일씨를 억류하고 나서 20여일 간 시간을 끌다가 한국이 파병을 결정한 직후 '24시간' 이라는 있으나 마나 한 시한을 주고, 또 살해 직전에는 아랍 TV에 살해 시한을 연장한다는 언론플레이까지 할 정도라면 김씨를 살해한 것은 그냥 무장폭력집단의 소행으로 볼 수 없다. 특히 한국군 파병 시기까지 고려한 것은 한국군 파병이 갖는 국제정치적 의미를 십분 이해하면서 그것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세력이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김씨를 처음 납치한 세력과 나중에 그를 잔인하게 살해한 집단은 서로 다르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납치 초기 당시 찍혀 APTN에 전달된 비디오에 나오는 김씨 모습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고 또 김씨가 행방불명된 직후 가나무역 측이 중개인들을 시켜 납치세력과 협상을 벌일 당시 김씨를 살려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보면 그럴듯한 추론이다.
  
  그러나 김선일씨를 납치 살해한 집단은 한 개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 것은 김 씨 억류 기간이 무려 20여 일에 이른 이유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누군가 - 진상을 왜곡하려는 세력 등 -에 의해 조작된 인식의 오류이다. 진상을 왜곡하려는 세력에 의한 여론조작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APTN 비디오가 등장하고 AP통신이 한국 정부에 이를 문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인 6월25일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열린우리당의 무슨 조사단, 나는'진상조사단'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과의 전화통화에서 다시 말을 바꾼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그가 '마침내 진실을 고백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그가 이 상황에 맞춰 말하는 것이 진실일 수는 없다. 그는 5월말 김선일씨가 행방불명된 직후 납치세력과 계속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힐 때 '초기'와 '후기'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런데 뒤늦게 APTN 비디오가 공개되고 납치 세력이 하나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가 '엉뚱한 단체와 협상하다 실패했다'고 말한 것이다.
  
  6월21일 연합통신 특파원과의 첫 번째 인터뷰 때 했던 말과 23일 다시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말을 번복한 부분은 바로 미국과의 관련성이었다. '미군 또는 미 정보당국과 함께' 또는 '미군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부분을 극구 부인했던 것이다. 그리고 APTN 비디오 등장 등에 따라 억류 '초기'와 '후기'를 구분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몰이, 특정 신문 방송의 이런 보도는 여론이 아니라 여론몰이라고 해야 한다, 가 시작되자 그가 이런 흐름에 말을 맞춘 것이다.
  
  -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말은 처음 접촉했던 단체가 처음에는 '살려줄테니 안심해라' 라고 했다가 나중에 김 씨가 살해되고 이에 항의하자 접촉을 끊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일단 협상 파트너를 잘못 선택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몰고 갈 것이 아니다. 김천호 사장의 말속에 담긴 대단히 중요한 단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겨레신문이 6월26일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이 열린우리당 측에 밝힌 내용은 '김선일 씨 실종 사실을 6월3일 알았고, 10일까지 경찰이나 병원을 찾아다녔으며, 경찰들이 무장세력을 접촉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정보를 줬고, 14일에서 16일 사이 김 씨 억류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고, 이를 현지 직원 및 변호사를 통해 확인했으며, 변호사 1명과 이라크 직원 2명과 함께 석방 협상을 진행했지만, 엉뚱한 무장세력과 접촉해 석방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는 석방 노력과 관련, "17일부터 팔루자에 가서 그 지역 최대 무장세력을 2-3차례 만났다"며 "그들은 '곧 풀어줄테니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장세력이 '곧 풀어줄테니 가서 기다리라, 절대 무사하니 안심하라, 그 대신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문제의 알-자지라가 6월20일 살해 협박 비디오를 방영했을 때 협상팀에게 화를 냈고 협상팀 변호사가 무장세력과 전화로 접촉하려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것이 바로 김천호 사장이 말한 '엉뚱한 무장세력과의 협상' 전말이다. 주류 언론은 이를 '사건의 진상'으로 몰고 가면서 이번 사건을 미국의 주장대로 '자르카위 테러'로 그냥 간주하려는 분위기이지만 이는 김 씨의 말 속에 들어 있는 대단히 중대한 단서를 간과하는 것이다.
  
  - 위 김천호 사장이 열린우리당에 밝힌 내용으로 미국이 주장하는 테러집단의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면 달리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위 김천호 사장을 말을 김선일씨 납치 살해 사건이 극렬 테러집단의 소행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미국의 주장(A)과 석방 노력 실패라는 결과(B)를 단순 배열하지 말라는 뜻이다. 엄연한 사실 둘의 조합이라면 사건의 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A라는 주장에서 연유됐던 숱한 의혹과 실제 사실 또는 정황과의 비정합성 그리고 B라는 결과가 있기까지 제기된 수많은 의문을 무시하는 단세포적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숱한 의혹과 의문점은 모두 곁뿌리 훑어내듯 싹 잘라버리고 일관성도 없고 따라서 사실 여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방적 주장과 지극히 단편적 결과만 조합하면 이 사건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고차원 방정식 또는 미적분을 덧셈과 뺄셈 공식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처럼 A와 B를 단순 배열하면 IMF 이후 한국에서 빈발하는 생계형 어린이 납치 사건과 김선일씨 납치 살해 사건은 똑같은 것이 된다. 어떤 못된 자들이 김씨를 납치해 살해했다는 미국의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서 그가 행방불명될 당시의 정황에서부터 살해되기까지 걸린 시간, 그리고 그의 살해 시점에 때맞춰 '시한 연장', '석방 가능성'등의 거짓 정보가 흘러나온 배경 수많은 의문점들을 모두 풀고 그를 살해함으로써 득을 볼 수 있는 세력, 중동 정세 및 세계 정세 등을 복합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 그렇게 복합적으로 또는 고차원적으로 상황을 이해할 경우 김선일씨가 억류된 이후부터 살해되기까지 제기된 의문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20여일 전 납치 이유를 보자.
  
  사건의 경과를 되짚어 보면 '24시간'이라는 극히 짧은 시한을 주고 김씨를 죽이려 했던 자들이 무려 20여일 전부터 그를 억류한 사실을 서로 별개의 단체가 했다는 식으로 이해할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또는 드러났던 증언 또는 사실에 비춰 추론해 보자.
  
  김 씨가 바그다드에서 200km 떨어진 미군 기지 리지웨이 캠프에 출장을 다녀오다 변을 당했다. 가나무역 측은 캠프에 물건을 납품하고 돌아가는 길에 팔루자에서 억류됐다고 했지만 그것도 아마도 미군 측으로부터 전해들은 말일 뿐 경위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미군 기지에 출장을 갔다는 것이고 이라크 경호원 및 미 군납업체 KBR 직원과 함께 갔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6월21일 연합뉴스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미군기지에서 KBR 직원들과 함께 출발했다 변을 당했다"고 말했었다. 누구를 강제로 납치하는 것은 어렵지만 친구로 믿던 누군가와 함께 대상자를 특정 장소로 유인한다면 억류 또는 납치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람을 소리 소문 없이 억류할 수 있는 기회가 5월말 포착된 것이다.
  
  다음으로 석방 가능성 흘리기다.
  
  기회를 잡아 김 씨 등을 억류했지만 그를 죽인 것은 한국 정부가 파병을 결정한 이후여야 했다. 그래서 한동안 가나무역 측에 김 씨 석방 가능성을 흘리고 달래면서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김춘호 가나무역 사장의 의뢰를 받은 이라크 직원 2명과 변호사 1명 등과 접촉했고 김 씨 살해 후 종적을 감춘 그 '무장세력'은 바로 김 씨 납치 또는 억류 사실을 20여 일간 은폐할 임무를 띤 공작팀이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김 사장이 21일 인터뷰 때 "김씨 실종을 미군 측으로부터 통보 받았고 미군측과 함께 협상에 나섰다"고 말했다가 이틀 뒤에 이를 극구 부인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4시간'이라는 시한도 그렇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끌다 한국정부가 마침내 미국에 대한 신의 차원에서 파병을 결정하자, 이건 6월 18일이다, 납치자들은 즉시 '24시간'이라는 지극히 짧은 시한을 주고 그를 살해했다.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동맹국'으로서 자리매김 되면서 누가 봐도 한국인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애초부터 김씨는 이 '한-미 동맹'의 제물로 죽어야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항간에서 특정 신문 한 둘이 '파병 때문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또는 '아니었다'는 여론을 조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여론 조작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다음은 '살해 시한 연장'이라는 언론플레이다.
  
  납치자들은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6시 알-아라비아 tv 자막을 통해 '김씨 살해 시한 연장'을 알리는 고도의 심리전술도 폈다. 그로부터 불과 4시간만인 22일 오후 10시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된 것을 보면 '시한 연장 보도'는 정말 놀라운 언론플레이였다. 이는 김씨 사체를 몰래 버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는 달리 볼 여지가 없다.
  
  또 이 때는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도착해 막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로 '살해 시한 연장'은 이런 한국 정부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이라크에서의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효과도 발휘했을 것이다. 그래야 사체 유기도 쉽지 않았을까?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납치 배후가 한낱 무장세력 또는 무슨 테러집단이 아니라 아랍 전체 언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이라크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체 유기 장소야말로 결정적이다. 김선일씨 사체 발견 소식을 처음 전한 것은 CNN이었다. CNN은 6월25일 미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 '미군은 한국시각으로 22일 오후 10시20분 바그다드로부터 팔루자 방향으로 약 35km 떨어진 지점에서 동양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 우리 군에 연락했으며...'라고 보도한 것이다.
  
  사체 유기 장소가 왜 팔루자가 아니고 바그다드와 팔루자 중간 지점인지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미 군산복합체의 선전매체들이 거듭 '팔루자는 자르카위 근거지' '김선일, 팔루자서 납치'를 반복하고 또 특수공작조가 가나무역 협상팀을 팔루자로 유인하는 등 일련의 상징조작을 벌인 결과 '바그다드로부터 팔루자 방향으로 약 35km 떨어진 지점'은 그냥 팔루자가 되는 것이다.
  
  미국은 김 씨 납치 사건 전후 팔루자 민가에 미사일을 퍼붓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김씨 억류 배후가 팔루자에 거점을 마련한(?) 자르카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가 살해된 곳, 그리고 억류돼 있던 곳은 팔루자라면 사체가 바그다드와 팔루자 중간 지점에 있을 까닭이 없다. 그냥 팔루자에 있었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팔루자가 자르카위의 거점이고 그가 김 씨 살해의 배후라고 했던 미국의 주장이 맞는 것이다.
  
  팔루자 민가를 때려부수고 민간인을 살상하면서 자르카위를 잡으려고 그랬다는 주장도 합리화된다. 그런데 왜 사체가 바그다드와 팔루자 중간 지점에 떨어져 있었을까? 김씨 살해 장소는 팔루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팔루자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으로 사체를 옮겨야만 했던 것이다. 그래야 자르카위에 대한 미국의 주장이 그런대로 먹혀들 수 있으니까.
  
  - 김씨 억류 장소가 팔루자가 아니라면 실제 살해 장소는 어디이고 또 그렇게 추정할 근거가 있나
  
  바그다드일 것이라고 본다. 우선, 미국이 팔루자를 자르카위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심리전과 선전전, 민가 폭격 등 갖은 악행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 유기 장소가 팔루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면서 지난 5월 미국 시민 닉 버그씨가 살해됐을 때 제기된 많은 의문을 상기하면 그런 답이 나온다. 지극히 타당한 의혹(A)에 엄연한 사실을 더한 결과로 바그다드라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9.11 사건의 의혹을 다룬 책 <전쟁의 세계화>를 쓴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미셸 초스도프스키 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명 진보 사이트인 globalresearch.ca에 미국인 닉 버그씨가 아랍 민병대가 아니라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 내용은 5월29일자 <민중의소리> 기사에서 볼 수 있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발생한 이라크 포로학대 파문에 쏠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CIA의 조작극일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또 버그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에 매우 심각한 배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버그씨는 미국인들에 의해 체포돼 미국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고 미국인들에 의해서 심문을 받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고 그가 테러리스트 활동에 가담했는지의 여부를 묻기 위해 FBI 요원이 그의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닉 버그씨가 살해될 때 입고 있는 오렌지색 죄수복은 바로 미국의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입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라크에서 미국인 하나가 미국 감옥에 갇혀 있다가 풀려난 즉시 참수되는 일이 있었다는 정보가 있었다고 한다.
  
  다른 인터넷 매체인 'Infowars.com'도 '98%만 비밀인 미국의 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보도했다. 비디오에서 처형되기 전 닉 버그가 앉아있던 하얀 플라스틱 의자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이라크 포로들에게 고문을 행할 때 쓰던 의자들과 같은 것이었다. 또다른 진보 사이트인 aztlan.net도 버그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내에서 살해된 것이 틀림없다는 정황을 제시하며, 확실한 증거로 처형 직전 버그가 앉아있던 의자가 바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사용하는 의자라는 점을 들었다. 미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하얀 플라스틱 의자는 미군이 들여온 것으로, 이라크 일반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 그런데 김선일씨 살해 장면을 담은 비디오에는 그 문제의 의자가 보이지 않는다. 김 씨가 살해될 때 입고 있던 옷은 역시 오렌지색 수의로 닉 버그씨가 입고 있었던 것과 같은 것이지만 미국은 이 옷을 입힌 것은 바로 미국에 대한 보복심리를 표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앞선 닉 버그씨 살해 당시 의자와 오렌지색 수의에 대한 의혹이 일었는데 김 씨 경우에는 의자는 없고 오렌지색 수의는 계속 사용했다는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국 AP 통신은 납치세력이 오렌지색 수의를 입혀 김 씨를 살해한 것은 한국과 미국을 동일시하면서 미국이 이라크 수감자들을 학대한데 대한 보복심리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선전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보자. 국내 분석가들 또는 신문 방송들이 일사분란하게 이렇게 보도하게 된 것은 바로 AP통신이 그렇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의 엉터리 상징조작에 우리 언론과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껌뻑 넘어간 것이다. 도대체 미군이 이라크 수감자들을 학대할 때 입혔던 수의를 입혀 미국인 등을 죽이는 것이 무슨 보복이겠는가? 정말 유치한 해석 아닌가?
  
  아무튼 미국은 비록 엉터리이긴 하지만 자국과 제3세계 매체의 종속적 정보 유통 체계상 자신들의 엉터리 논리는 곧 '진실' 또는 '정설'로 받아들여져 널리 유포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고 실제로 저들의 상징조작은 금새 세계 여론이 됐다.
  
  그래서 저들은 어떤 상징성도 부여할 수 없고, 미국이 이라크에 들여왔다는 그 의자는 차마 다시 내놓지 못하면서도 이 오렌지색 수의는 계속 자신있게(?) 써먹는 것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 김선일씨 사건에 관한 감사원 조사가 곧 시작될 예정인데..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는가.
  
  6월28일자 한겨레신문은 이번 조사의 초점이 이라크 현지 한국대사관의 사건 대처를 둘러싼 의혹 규명에 맞춰질 것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절차상의 조사에 국한될 것 같으면 사건 발생 후 전 과정에 대한 의혹은 그냥 덮어질 개연성이 높다.
  
  특히 미국과의 관련 부분이 진상 규명의 핵심인데 노무현정부가 이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모든 정책의 기본을 한-미 관계에 맞춰놓고 있는 이상 ..... 2003년 11월 발생한 오무전기 직원 2명이 죽고 2명이 다쳤을 때도 그랬다. 미군 측은 오무전기 직원들이 타고 가다 총격을 받고 부서진 차량도 넘기지 않았다. '분실됐다'는 있을 수 없는 이유를 붙여서....
  
  미군 측은 사건 직후 부상자들을 미군 병원 등으로 빼돌렸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김 사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 자체가 김 씨에 대한 조사에 벌써부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또 김천호 사장이 귀국을 자꾸 미루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김 사장은 28일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30일 이후 귀국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연락이 잘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는 2004년 6월28일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지 않느냐는 추측마져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가 진행된 이후 6월 30일 김천호 사장은 귀국했다. 김 사장은 미군의 사전 인지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가 얼마나 충실하게 진행될지 의심스럽지만 몇 가지 짚어본다면 김천호 사장이 한국 외교통상부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6월10일 AAFES측에 김선일씨 억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고 진술했는데 이 부분이 특히 의심스럽다.
  
  원청업체가 김씨를 억류했거나 어딘가 억류돼 있음을 알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조심스럽게' 확인한 것이 아닌가? 이 부분이 명확해지면 미국과의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다. 김 사장이 21일 연합뉴스 특파원과의 인터뷰 때 "김씨 실종을 미군 측으로부터 통보 받았고 미군 측과 함께 협상에 나섰다"고 말했던 사실도 재차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밖에 알-자지라가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한 경위나 알-아라비아 TV가 22일 저녁 6시께 김선일씨 살해 시한이 연장됐다는 자막을 내보내게 된 경위 및 APTN의 비디오 입수 경위 등 사건에 관한 모든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 지금까지 설명을 들으면 김선일씨 납치 살해 사건을 미국의 소행으로 본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렇게 직접적인 표현을 삼갔해왔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야 하니까. 이렇게 말하겠다. 지금까지 김선일씨 사건의 흐름에서 수없이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다. 그것은 알-자지라를 통한 선전 외에 더 놀라운 사실들이 전해지면서 불거진 의혹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의혹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풀린 것이 없고 오히려 중요한 사실을 증언했던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말을 바꿈으로써, 그리고 '오렌지색 수위'등 납득하기 어려운 'AP통신발 가설'들이 정설인양 인식됨으로써, 또 미국이 연일 '자르카위 제거를 위한 미사일 공격', '자르카위 성명서', '자르카위 사망설' 또는 '체포 공언'을 반복 선전하는 '자르카위 실체화'를 위한 세뇌작업이 반복됨으로써 '알 자르카위의 극악무도한 테러'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이는 억지로 짜맞춘 결론 또는 억지춘향이라 해야 맞다.
  
  반대로 이 사건을 미국이 저질렀다는 인식을 갖고 이해하면 김선일씨 억류 사건 발생 초기부터 그의 살해 후 APTN 비디오 출현 및 AP통신의 노무현 정부 문의 보도에 이르기까지 불거졌던 모든, 아니 거의 모든, 의혹들이 한 줄에 무리없이 꿰어진다. 미군 군납업체 직원들과 함께 미군 캠프에 갔다 행방불명 된 것, 미군 측으로부터 김씨 납치 사실을 통보 받고 미군 또는 미 정보당국과 함께 석방 노력에 나선 것, 협상에 나서면서도 한국 정부의 파병 결정 때까지 김씨 억류 사건을 발설하지 못한 것, 팔루자 내 실체를 알 수 없는 조직의 석방 장담, APTN 비디오에서 보여진 김씨의 여유 있는 모습, 6월3일 AP 통신, 한국 정부 문의, 이후 김 사장의 미군 관련성 진술 번복, 미국이 내놓은 팔루자가 자르카위 근거지라는 선전, 팔루자 밖에서 발견된 김씨 시신, 바그다드 교도소를 연상케 하는 오렌지색 수의, 이 수의에 대한 AP 통신의 억지 해몽 등 갖가지 의혹과 의문점들이 상호 연관성을 띠면서 하나의 그림으로 결합되는 것이다.
  
  상황을 이해하는데 어떤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가?
  
  - 그러면 김씨 행방불명 초기부터 미국 또는 이라크 주둔 미 군 당국은 사건의 경과를 모두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 한국 외교통상부는 북미 국장이 미국 정부에 확인한 바대로 미국 정부도 CNN 방송을 보고서야 김씨 납치 사건을 알았다는 입장인데...
  
  미국이 이라크 주민들의 동향을 다 파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선일씨 일행의 행적은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믿는다. 분명 김선일씨는 미군 부대인 리지웨이 캠프에 출장을 갔던 것이고 이라크인 경호원과 미국 군납업체인 KBR 직원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김춘호 가나무역 사장은 김선일씨 행방불명 직후 미군 측과 교섭하며 김씨 석방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미군 관련 부분을 그가 번복하기는 했지만 KBR과의 관계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내일신문은 6월25일자 1면 머릿기사로 가나무역 원청업체는 미군 기관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해 미국이 김 씨 사건을 초기부터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가나무역의 원청업체로 알려진 AAFES 이사회 핵심 멤버 중 상당수가 미군 현역 장성과 정부 고위직 인사들이며 직원 중 1천명이 현역 장병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 미국이 이런 일을 저지를 만한 이유가 있나
  
  미국이 이런 일을 왜 저지르는지를 묻는 것은 미국이 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왜 이라크를 침략했으며 또 왜 이란과 시리아를 치기 위해 안달하고 있으며 또 왜 중동 전체를 미국식 시장경제질서에 편입시킨다는 소위 대(對)중동플랜에 집착하는지, 또 왜 도널드 럼즈펠드는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하면서 '곧 아시아에서도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부족한 때문이다.
  
  이런 사건들을 '미국이 저질렀다'고 표현하기보다는 미국 정부가 군산복합체 핵심그룹 및 이들에 직속된 초법적, 초국가적 특수조직으로 하여금 일을 저지르게 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라는 나라, 미국 정부, 대통령 선거, 군산복합체, 정보기관 및 특수조직들에 대한 이해가 앞서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한 가지 개념으로 간략히 설명해보겠다.
  
  P2OG라는 것이 있다. Proactive Preemptive Operation Group의 약자로 '선행적이고 선제적인 작전을 수행하는 그룹'이라는 말이다. 부시행정부의 선제공격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미국 미국 신문 LA타임스 2002년 10월26일자에 실린 '미 국방부, 암흑세계의 비밀작전 급속 확대'라는 부제의 한 기고문은 P2OG에 대해 'CIA와 군 비밀작전, 정보심리전, 위장과 속임수의 결합'이라고 정의했다. 아시아타임스도 2002년 11월5일자에 '미 국방부, P2OG로 더러운 전쟁 개시'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이들 신문이 요리조리 핵심을 피하고 있지만, '테러리스트들로 하여금 테러행위를 저지르게 만든다'는 말이 무슨 뜻이겠는가? 미국이 말하는 소위 '반테러리즘전략'이란 바로 이슬람 극렬 테러리스트의 테러 행위를 조장 또는 조작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미국이 주장하는 이슬람 극렬 테러 사건 열이 있다면 아홉은 '조작 또는 자작극'이고 하나쯤 '조장'된 것일 수 있다고 본다.
  
  - 김선일씨 한 사람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을 통해 미국이 무슨 득을 볼 수 있는가?
  
  그렇다면 김선일씨 살해 사건은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과 한-미 관계를 위한 파병 결정, 이라크 전쟁을 시작으로 하는 미국의 대중동플랜과 6자회담, 대한반도전략, 그리고 세계전략 및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테러리즘의 역학구도 속에서 이 사건을 살펴야 한다. 미국이 지금 이라크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또 세계 각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런 구도 속에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살해 사건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명제를 제시해 본다. 첫째, 미국은 전통적으로 중동과 한반도를 두 개 타겟으로 하는 군사전략, 즉 세계지배전략을 추구해 왔다. 둘째, 지금 미국이 서서히 한반도에서 패권을 상실해가고 있다. 그들이 철통같이 지키던 군사분계선 네 곳에 구멍이 뚫리고 급기야 한반도 분단체제 유지의 전위 부대인 주한미군 가운데 3천600명을 이라크로 빼내는 것을 시작으로 완전 철수가 거론되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국은 중동에서 대규모 전쟁을 시작했으며 이 전쟁을 아시아로 확대하려 안달하고 있다. 네째, 중동전쟁의 빌미는 바로 테러와의 전쟁이었고 미국은 이 테러와의 전쟁을 아시아 일대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저들의 '국가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동과 아시아를 전장화하기 위해 세계군사전략도 새로 만들고 세계 미군을 재배치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무너지는 한반도 패권을 어떻게 보전하느냐가 초강대국 미국이 봉착한 최대 난제인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패권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군사분계선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남북이 민족공조와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내걸고 하나의 조국을 외치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대북적대와 대남지배를 두 축으로 하는 한반도 패권 구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반도에 영향력을 보전할 수 있는 길은 바로 한국을 저들이 추구하는 '전쟁의 세계화' 전략 속에 묶어 두는 길 뿐이다.
  
  남북공조의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할지라도 어떻게든 한-미 공조라는 '앙시앙 레짐(구체제)'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전쟁에 미국의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전쟁공조보다 더 돈독한 관계는 없다. 전우의 관계보다 더 끈끈한 관계가 어디 있는가?
  
  - 미국의 대중동정책과 대한반도정책 등을 포함해 세계패권전략을 추구하면서 교묘한 속임수로 노무현 정부를 저들의 테러전에 끌어들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꼭 김선일씨가 죽어야만 그런 목적이 달성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파병만 기정사실화됐다면 그것으로 미국의 이익은 보전되는 것 아닌가? 왜 김씨를 죽이는가?
  
  김씨의 죽음과 동시에 한국군 파병의 의미를 열심히 선전해대는 미-영 매체들의 행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신문 LA 타임스는 6월24일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김선일씨 참수 사건은 한국민들에게 '9.11테러 이후 세계(the post-Sep.11 world)'로의 잔인한 시작이 되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이날 '살해사건, 안방에 새로운 국가적 위협으로 등장' 제하의 서울발 기사에서 참수 이전까지 한국은 테러리스트 공격을 먼 발치에서 지켜봤다면서 이제부터는 직접 테러공격의 타겟이 되고 테러전쟁에 참여해야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루 전날인 6월23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넷판 보도 역시 이와 똑같은 내용이었다. 이 신문은 '한국, 참수 계기로 국제적 목표 재음미(Killing makes Korea review international aims)'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주둔 연합군에 가담하는 데 따른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보호국인 미국'에 대한 충실성에 따라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것은 국제문제에서 더 큰 역할을 맡으려는 한국의 야망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민들의 안방까지 들이닥친 국제테러리즘 운운했다.
  
  이라크를 침략해 온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신문들이 이런 일치된 논조를 보이는 것은 미 군산복합체의 치밀한 선전공작에 의한 것이 아닌가?
  저들은 그냥 남의 나라를 짓밟는 것 뿐만 아니라 교묘한 최면술과 속임수로 세계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조셉 나이가 말한 '소프트파워'(soft power)이다.
  
  또 있다. 존 틸러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6월25일 워싱턴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린 6.25 54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미국인들은 김선일씨 피살로 큰 충격을 받았으며 한국을 크게 느끼게 됐다"며 "김씨 피살 사건이 양국민들로 하여금 한-미 동맹 관계를 다시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동안 노무현정부에 대해 '친북' '좌익' 운운하며 한-미 동맹 위기론을 퍼뜨려온 것과 수미쌍관을 이루지 않는가? 이제 니네 국민 하나가 미국을 위해 죽음으로써 위기에 빠진 한-미 동맹 관계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말 아닌가?
  
  이 말을 듣고 행복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상 이 말은 '너는 역시 내 꺼야!' 하는 말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이가 악마로부터 '너 참 잘했어' 하는 칭찬을 듣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미국은 한국인 참수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전쟁동맹화를 빠르게 추진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중동전쟁에 이어 시작할 신대동아전쟁에 한국군을 끌고 가려 할 것이다. 파병 결정이 미국이 파 놓은 함정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었다면 김선일씨 참수를 계기로 미국의 올가미가 조여지면서 저들이 이끄는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파병 철회만이 국민이 살고 민족이 사는 길이다.
  
  - 미국이 서둘러 이라크 주권을 이양했다. 김선일씨 살해 사건에 뒤이어 유사한 방식의 외국인 살해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은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이라크 주권 이양과 관련해 부시 미 대통령의 일성은 "자유가 지배하리라"(Let freedom reign)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르카위'에 대한 체포를 강조했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또 앞으로 이라크 치안은 자신들이 맡는 듯이 허풍을 떨고 있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미국에 대항해 미국을 몰아내고 세워진 것이 아니다. 그 대통령이나 총리나 각료들은 모두 미국을 후원자로 하는 미국의 대리인일 뿐이다. 미국의 후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경찰과 군대를 사실상 미국이 지휘하면서 주권을 이양했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미군 주도 연합군은 이라크 정부의 공식적인 거부권 행사가 없는 한 자유롭게 공격작전을 수행하고 이라크 주민을 구금하는 등 이라크 작전 수행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계속 갖는다고 공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또는 연합군 군인들이 이라크 법정에서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만들었다.
  
  꼭두각시 정부를 앞세워 이라크를 대리통치하는 구조는 1945년 식민지해방 이후 수많은 여운형 선생과 김구 선생 등 민족지도자를 포함해 많은 인사들이 죽어갔던 조선의 상황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이미 여럿이 죽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이라크인들 특히, 지식인과 전문인 및 공무원 경력자들이 죽어갈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미 죽은지 오래 된 자르카위가 이라크 총리를 암살하려 한다는 선전을 퍼뜨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지금까지 발생한 숱한 암살 또는 차량폭탄테러를 저항세력의 소행으로 몰았지만 이라크 혼란을 가장 소망하는 세력은 다름아닌 미국이다. 그런 행위들을 이라크 민중의 저항이 아니라 극렬테러분자들의 소행으로 각색하면 미군 또는 미군 주도 다국적군의 주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 지금까지 제시된 해석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대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답변이 궁할 것이다. 생각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막연하게 미국은 선량한 나라이고 미국이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해도 설마 그런 짓이야 하겠느냐는 식이라면 정말 곤란하다.
  
  오랫동안 미 대외정책의 야만적 본질을 추적해 온 윌리엄 블럼은 그의 저서 <불량국가>(Rogue State)라는 책에서 미국의 본질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얼마나 천박하고 일방적인지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지난 수 십년 동안 저지른 죄악을 폭로하면 사람들은 마치 연쇄 토막살인사건과 그 범인을 사랑하는 여인의 입장과 같은 상황에 서게될 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여인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남자가 그런 끔찍한 일을 벌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인이 토막낸 시체를 보여줘도 그 여인은 결코 자신의 애인이 그런 짓을 벌였으리라고 믿지 못할 것이고 설사 믿는다 해도 무슨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합리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 다수 한국인들 및 세계인들의 대미 인식이 바로 이런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아무리 미국이 김선일씨 사망의 진상이 어떠니 미국의 세계전략이 어떠니 설명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두 눈을 뜨고 있지만 실상을 보지 못하는 청맹(靑盲)의 상태라 할 것이다. 많이 읽고 듣고 느끼고 생각할 것을 권한다.


2004년07월01일 ⓒ민중의 소리

http://www.voiceofpeople.org/new/news_view.html?serial=1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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