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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돕헤드
Homepage   http://blog.jinbo.net/dopehead/
Subject   떼잔차질로 두물머리에 다녀왔어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두물머리에 다녀왔어.

떼잔차질이었지.

서울에서 팔당까지 차선 하나를 점령하고 약 25명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흘러간거야.



기억나?

2년 전쯤 당신과 갔을 때.

지하철의 종점인 팔당에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신나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팔당댐이 나오고, 신양수대교가 나왔었지.

그때 우린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무작정 자전거 여행을 떠난 것이었는데, 신양수대교를 지나다보니까 발 아래 두물머리가 참 아름다웠잖아.

그래서 다리를 건넌 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난다는 그곳 두물머리로 돌아와 자전거를 세워두고 여유로운 휴일의 오후를 보냈었어.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 그때는 2008년 9월 무렵이었는데, 이명박이 4대강 사업을 한다고 두물머리까지 모조리 파헤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기 이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팔당 유기농 농민들은 농성투쟁 같은 것을 시작하기도 훨씬 전이었을거야.

우리는 공원을 거닐고,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한가롭고 평화로운 오후를 보냈었잖아.



그런데 참, 1년여만에 세상이 그렇게 바뀔 수 있을까?

다시 가본 팔당 두물머리는 4대강 사업으로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거야.

30년간 유기농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면서 1년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나는 참으로 치욕스런 기분이었어.

이명박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을 따라 전국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주겠다고 선전을 했잖아.

그 자전거 도로가 바로 한강에서 두물머리를 지나 북한강을 따라 춘천까지 이어진다는데, 그 길에 놓인 팔당 유기농 단지는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된거야.

쉼없이 개발과 재개발 사업을 벌여 이윤을 늘려나가겠다는 토건자본의 욕망을 이명박은 4대강 사업으로 구체화시켜놓았고, 자전거 도로니 수변생태공원이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주겠다는 사탕발림을 하면서 이 자본가정권은 강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시멘트로 도배를 하고 있는거야.



나도 이런 이야기, 기사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많이 봤는데, 실제로 현장에 가서 보니 정말 느낌이 다르더라.

우리가 갔었던 그 평화롭던 두물머리 유기농 단지가 이제 농민들이 쫓겨나고 포크레인의 삽날에 유린당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런 폭력이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는 이름하에 진행된다고 하니까,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치욕스럽게 느껴지는거야.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구나.

자전거는 생태와 평화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토건자본가들이 녹색성장을 한다고 미쳐 날뛰며 온갖 지랄을 일삼아도 나는 그저 도시에서 나름의 투쟁을 하며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생활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두리반 투쟁에 올인하고 모든 사안에 연대할 수는 없으니까 말야, 이젠 가카께서 전국을 연결해 건설해준다는 그 자전거 도로의 치욕을 조금이나마 씻어내기 위해서는 이놈의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당장 나서서 하지 않으면 도저히 치욕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게 됐어.



팔당대책위 농민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어.

그래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 같아.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4대강 사업이 모조리 시작이 되어서 멸종위기종이 죽어나가고, 아름다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잖아.

사실 내 눈으로 그걸 보고싶지 않아서 일부러 회피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보면 눈물이 줄줄 흐를 것이 너무나 뻔해보여서 말야.

한  자락 남아 있는 이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 아름다운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그곳에 살던 것들을 죽이지 않으면 이 남한의 토건 자본주의 체제는 존속할 수 없겠지.

그 체제에 살고 있는 내게 어쩌면 애초부터 평화란 현실에 애써 눈을 감았을 때만 잠시나마 달콤하게 주어지는 것인지도 몰라.



두물머리는 참 아름답더라.

공기도 너무 맑고, 그곳에서 자란 딸기며 컬리플라워며 유기농으로 자란 온갖 채소들은 또 얼마나 달콤하니.

난 밥을 세 그릇이나 먹으며 그 야채들로 주린 배를 채웠는데, 문득 새만금이며 천성산이며 내가 그런 곳을 다녀온 뒤로 그 아름다움 때문에 그곳을 지키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

두 강물이, 두 문화가, 두 흐름이 만나 항상 새로운 기운이 솟구친다는 두물머리.

밤에 나가보았더니 커다란 두꺼비 한 마리가 엉금엉금 기어다니고 있더라.

그 두꺼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계속 그곳에서 살며 목숨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갑자기 목을 겨냥해 달려오는 재앙에 엉금엉금 대처해야 할까.

미안해졌어.

힘 닿는데까지, 지키고 싶어졌어.

자전거 도로 따위는 필요없고, 수변생태공원 같은 것도 필요없다고, 4대강 사업 같은 것은 필요없다고 더 크게 말하다고 다닐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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