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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훈인 2011-05-25 15:10:19, Hit : 1491
Subject   [re] 대북전단 관련한 논제
우선 답변 감사드립니다.

제가 괜히 북한의 미래얘기를 꺼냈다가 원래 주제에서 멀리 벗어나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드네요.

파리 코뮌? 글쎄요... 대의민주제 국가를 직접민주제에 기반한 공동체들의 연합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파리 코뮌이나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등을 예시로 많이 드시지만, 전 그에 대해 좀 회의적입니다.

물론 파리 코뮌을 비롯해서 러시아의 소비에트와 공장 위원회들, 칠레의 코르돈,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리안 서클 등의 사례는 의식화된 민중들이 자신이 처한 문제를 인지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해준 고무적인 예들이긴 하지만, 그것이 국가에 대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티에르 정부에 대항했던 파리 시민들이 위기 속에서 보여준 질서나 결집력은 놀라운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위기감이 사라지고 난 후,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음 세대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전국규모에도 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이러한 폐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게 러시아 혁명의 경우라고 생각되는데요. 많은 아나키스트들은 이를 국가를 이용해보려다가 국가의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인용하지만 전 그 반대라고 봅니다. 1905년에 노동자들이 보여준 자발성에 고무된 나머지 대의제 국가를 소비에트 국가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버린 혁명가들의 착각에 원인이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계급간 권력관계에만 집중한 나머지 삼권분립과 다당제 등과 같은 권력간의 견제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고민들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마르크시즘의 전통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대의제 국가를 인민의 의사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 부르주아의 위원회 정도로 간주하고 배제하고 나니, 정작 소비에트와 공장위원회는 기대와 달리 제대로 작동이 안되는 한편 권력의 중심에 남아있는건 경쟁자가 거의 없어진 볼셰비키 뿐이어서 결국 소비에트가 아닌 당이 실제 정치와 행정을 떠맡게 되었고, 이것이 일당제 독재로 귀결된 것이죠. 여기에 대해 네스토르 마흐노 같은 아나키스트들이 대항했다고 항변할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도 전후 수습을 어떻게 하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어떤 식으로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러시아 뿐만 아니라 스페인 내전의 경우를 봐도 CNT-FAI같은 아나키스트들이 그런 장기적인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즉자적인 반응만이 있었기 때문에 무질서를 가중시키고 인민전선의 패배에 일조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경우 역시 특별히 다를 건 없다고 봅니다. 현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권력의 공백이 생긴 뒤에 외교, 국방, 치안유지, 전력공급, 통신, 운송, 교역 등은 누가 담당할까요. 단기적으로야 여차저차해서 구성된 재건위원회가 담당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뒤엔 이러한 역할을 누가 지속적으로 맡아서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국가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봅니다. 소단위 공동체 차원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들도 있지만, 위와 같이 거시적 규모에서만 해결 가능한 문제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긴 어려울텐데요. 그렇다면 어떤 체제의 국가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는데, '삼권분립된 다당제 대의민주제 국가'보다 민주적인 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국가적 규모의 문제 해결을 위해선 세분화된 전문지식을 갖춘 행정관료가 필수적이므로 국가의 관료화는 피하기 어려운데, 이것이 과두정으로 귀결되는 것을 방지하고 민중의 의사가 관철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대의민주제 밖에 없고, 직접민주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수 민중의 전횡을 견제하면서도 민주적일 수 있는 것 역시 대의민주제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의민주제는 직접민주제보다 실현가능한 체제일 뿐만 아니라, 더 우월한 체제라고 봅니다.
게다가 민주적인 통제가 불가능한 기업과 시장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국가밖에 없는데, 그런 국가가 부재할 경우 그 공백에 극단적 시장주의가 침투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의회제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할 직접민주주의 체제를 모색해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러시아의 소비에트 민주주의, 리비아의 자마히리야처럼), 오히려 소수 과두세력의 우월성에 의존하게 되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아나키스트 선조들의 국가의 폭력에 대한 고찰은 존중되어야겠지만, 그들은 민중의 통치가 야기할 수 있는 전체주의의 가능성, 정치와 행정의 관계, 사법부 독립의 필요성 등과 같은 구체적 문제에 있어선 마르크스만큼이나 무관심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의 횡포를 막기 위한 시도는 필요하나, 발본적인 폐지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이스라엘의 키부츠나 일본의 마치즈쿠리, 생협운동처럼 지역단위에서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자치를 실현해나가는 건 바람직하지만, 결국 그것 역시 국가가 중추적 기능을 하고 있을 때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중앙의 대의민주제 체제도 갖추어지지 않은 북한에서 그것을 배제한 다른 체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입니다.

PS. 그리고 치안과 국가문제가 필연적 관계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국가가 있으나 없으나 범죄는 존재한다'는 명제에서 '고로 국가와 치안은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으로 보입니다.국민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폭력과 범죄에 덜 노출되어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으신지요? 국가 없이 지금과 같은 형법체계의 수립과 경찰력의 동원, 범죄예방 시스템의 유지가 가능할까요? 지역단위의 자경단과 공동체의 규약만으로 치안문제의 해결이 가능할 것 같진 않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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