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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4-09-10 20:51:06, Hit : 1019
Subject   [허영구]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의 이중성, 본질은 체제의 성격 -진보누리/우리모두


0908 진보누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노무현 대통령발언을 놓고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폐지결사반대를 외치는 한나라당, 자민련의 대치전선이 뚜렷해졌다. 물론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도 노대통령 발언 전에는 폐지와 개정으로 갈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형법의 일부조항개정이나 대체입법이 논의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을 지키는 것이 자기정당의 존립근거라는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분단과 냉전시대에 한시적인 법이었던 국가보안법은 갈수록 그 힘을 더해 독재권력유지에 없어서는 안될 도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은 권력보안 또는 권력유지법이 되어왔다. UN인권위가 폐지를 권고해 왔고 한국의 인권위원회 역시 폐지를 건의당한 국가보안법은 남북분단이라는 상황논리를 교묘히 이용한 수구 보수세력들에 의해 그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왔다. 이제 노대통령이 말한대로 박물관에나 보관되어야 할 국가보안법이 폐기되었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는 정치, 사상,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받으며 살수 있을 것인가? 국가보안법의 내용들이 형법에 삽입되거나 대체입법으로 전환되면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모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

국가보안법의 본질은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로부터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자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폐지여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소위 자유민주주주의체제의 존폐여부가 본질이다. 그러나 지금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목놓아 외치는 많은 정치권의 인사들이 진보정당과 변혁적 노동운동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국가보안법 폐지논쟁의 본질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사실 남·북한의 민족통일과 북한정권이라는 국가체제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비록 6.15공동선언에서 낮은 차원의 연방제(또는 연합)로 선언적 합의를 보긴 했지만 그 다음의 통일된 체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있다. 지금 정권의 핵심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보안법은 폐지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체제의 위협이 될 수 있는 북한정권의 문제는 한·미동맹의 강화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와 반미주의자가 운동에서는 하나의 목소리로 보일지 모르나 국가보안법 폐지로 나타날 체제문제와 관련해서는 친미적 태도를 보임으로서 자유민주체제를 유지, 강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많은 민주인사들이 고통을 당해왔다고 단정하는 것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구상에 많은(군사)독재정권은 법의 유무를 떠나 또는 법의 형태를 떠나 파쇼적 폭력을 동원하여 민중들을 탄압하였다. 국가보안법으로만 고통당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이해서 만들었다는 노동(관계)법에 의해 노동자들은 억압을 받아왔다. 노동자들이 구속되고 수배되며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데는 노동쟁의조정법이 그 역할을 했다. 또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한 집회와 시위과정에서 구속되고 수배를 당했다. 심지어는 도로교통법위반으로 또는 경찰에 쫓겨 대학 내에서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10년이 넘도록 재판을 받은 사례도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형법이 제일 무서운 법이 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법과 상법상의 제재는 노동자 민중들에게는 정말 혹독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집단적 노사관계인 노동법이 무력화되고 개별적 노사관계인 민법과 상법체계에 개별노동자들이 존재하게 되면 이는 국가보안법 못지않는 가혹한 현실에 처하게 된다. 배달호열사의 분신에서 보았듯이 손배, 가압류는 국가보안법 보다 더 무섭게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다. 국가보안법과 같은 악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핵심 내용이 형법에 포함되거나 대체입법으로 전환된다면 기존의 국가보안법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쇠파이프에 솜을 입히고 거기에 예쁜 색칠을 한다고 그 본래의 폭력성이 사리질 리 없다. 문제는 그 법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지 간에 국가 권력에 성격에 따라 그 쓰임이 다르게 될 것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될 것인가, 민중의 몽둥이가 될 것인가는 바로 체제의 성격과 관련된다. 국가보안법 폐지논쟁에 정치권과 언론들이 올인하면서 국민들도 양분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다수의 민중들은 국가보안문제 이전에 자신의 보안문제(이는 치안문제이기도 하고 경제적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소위 민생법안들은 노동자민중들의 생존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보안을 위해서는 개인의 보안을 국가가 책임질 수 없다. 그러기에 진보적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의 관심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이나 형법개정이 아니라 민중보안(생존)법을 제정하거나 강화하는 쪽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법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성격이다. 파쇼군사독재정권의 폭력은 법이고 뭐고 없는 법이다. 법치주의 내지 제도화된 법 개폐(제정)투쟁도 중요하지만 그 법들을 만들어 내는 본질적 문제인 체제에 대한 투쟁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나면 대체입법 또는 형법폐지운동에 또 얼마나 긴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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