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클랜 게시판/링크/물물교환/파일공유/아나키즘 읽기자료
잡민잡론잡설/안티 다국적기업/관리자방/English

아나키즘저널발행준비위원회/투쟁과집/투쟁과밥/군대반대운동
아나키FAQ번역프로젝트/재활센터/여고생해방전선/전쟁저항자들

View Article     
Name
  김종화 2003-01-13 06:57:43, Hit : 3974
Subject   노정권/사민주의우파정권, 사회당/유일좌파정당
한 분의 딴지걸기에 대한 저의 답변입니다.
===========

노정권은 사민주의 우파정권, 사회당은 유일좌파정당

1. 매트릭스의 꿈; 재첩국과 반도체, 노동의 종말
나는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하지만 이는 나 같은 소수의 관심사일 뿐, 시사성이 현저하지 못하는 한 토론프로보다도 못한 시청율을 기록하는 편이다. 나는 공중파의 사회고발 프로그램들에는 매력을 잃는지 오래다. 재탕, 삼탕하는 대개의 소재들은 핵심을 건들이지 못하고 사건의 나열에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 KBS 등에서 환경다큐를 방영하고는 하는데 매우 유익한 편이다.

가령 광양지역에서의 공장 건설로 인한 무분별한 해저 모래자갈채취로 섬진강 하류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 그 예다. 하동하면 재첩국이 떠오르는데 재첩은 가막조개로 한강 하류나 낙동강 하류, 섬진강 하류에서 담수에서 서식하는데 점차 재첩이 잡히는 지역이 상류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또한 역류로 인하여 인근 농토가 못 쓰게 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문제는 대안이겠다. 경제성장 우선논리가 지배적인 한, 이러한 우파의 경제성장 우선논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지 않고서는 그 모든 대안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 중도좌파, 우파를 말하면서 타협을 제시할 수도 있겠다. 보다 규제를 받는 공장 건설이 대안일 수도 있다. 나는 이러한 노력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바 내 담당은 아니었으나 환경 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이면서 노력하는 이들을 옆에서 보았고 현장에도 몇 번 가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본이 보다 규제를 수용하는 만큼 대가로 획득하는 이익이 확보되었을 때 이러한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처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상황에서 만일 이러저러한 모든 투자비가 예상되는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하다면 그 어느 자본이 투자를 하겠는가. 따라서 이러한 투자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기술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며 이를 극단화하면 규제 대신 테크놀러지가 환경문제의 대안,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렇듯 상상을 해보니 반도체 생각이 난다. 그야말로 모험적인 산업의 대표주자격이 아닌가. 엄청난 투자설비를 들이는 것인데 자칫하면 한 기업이 아닌 한 국가의 경제까지도 좌지우지하게 된다. 바로 현재 남한이 그러한 편이다. 흡사 우주복을 입은 듯한 연구실 노동자들과 미세한 먼지도 허락하지 않는 반도체 공정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가 뛰어오르고 은행 주가가 뛰어오르는 다른 한편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화하고 실업화하고 노숙화하고 가계소득이 현저히 줄어들며 빚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맞이하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에서의 현황 진단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매트릭스'에서의 꿈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실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한 간극에는 분명 어떤 타협도 허락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대하고 신자유주의 반대하면 될 듯도 싶으나 그보다는 반자본주의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떠오른다. 자연, 환경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2. 상식에 대한 맹신; 정서론, 성도덕, 자본주의, 노무현의 복지주의
우리는 종종 잘못된 상식을 아무런 회의없이 맹신하는 예가 많다. 가령 이슬람 여성들은 서구 여성에 비해 억압당하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이란에서는 여성들의 참정권이 몇 백년 전에 이루어졌으며 반대로 사민주의가 잘 되어 있는 것처럼 알고 있는 스위스의 어느 주에선 여성 참정권이 근래까지도 제한되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예를 왜 드는가 하면 스웨덴은 되고 프랑스는 안 되고 독일은 되고 이태리는 안 된다는 식의 정서론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기도 하다. 유학생이 몇 년간 그곳에 있었더라도 그 사회를 잘 모를 수 있다. 가령 내가 아는 유학생은 런던에서 공부하였는데 공부만 열심히 하다 보니 런던 명물이라는 곳을 가보지도 못했다. 또한 그가 만나는 이들이 대부분 대학사회를 중심으로 할 때 비록 대학사회를 알면 전체사회를 아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손 치더라도 핵심을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영어공부할 때도 보자면 말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말과 함께 사상, 습관도 함께 자신 속에 들어오는 것이고 보다 빨리 익히려면 이러한 사상과 습관에 보다 적응해야 한다는 사정을 볼 때, 무엇보다 똘레랑스를 강조하는 홍세화를 볼 때 - 나는 분명 그러한 점을 존중한다. 사대주의적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절대 기준화되는 것을 반대할 따름이다. - 이러한 정서, 습관, 도덕, 윤리적 잣대에는 서로 상이한 가치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각국의 정서, 습관, 도덕, 윤리적 차이를 넘어 보편성을 읽고자 할 때에는 무엇보다 각국의 정서, 습관, 도덕, 윤리적 차이를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성 문제의 경우 자유주의의 이상국이라는 미국보다 훨씬 더 자유시장적 질서로 이루어지고 있다. 스웨덴의 성도덕은 1950년대까지는 미국과 비슷하였지만 1960년대부터 양국 성도덕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미국 고등재판소 판사 리처드 포스너는 자신의 저서 '성과 이성'에서 지적하기를 이러한 성도덕을 삼단계로 구분하고 1단계를 여성 역할이 오로지 단순한 생식에만 국한되는 경우로, 2단계는 서구에서 로만 카톨릭 패권시대 이후 20세기 중반까지로 보며 여성의 역할이 집안에서의 아내 역할이 확대되어 남편의 동반자 구실을 포함한 경우로 보고 3단계는 그 이후 즉 스웨덴과 유럽, 일본과 같은 것으로 구분한다. 이때 그는 경제적 분석으로 성도덕 단계를 구분하였는데 2단계에서 3단계로 이행하는 근본적인 원인들로 유아 사망률의 저하, 출산모의 사망률 저하, 피임방법의 발달, 가벼운 취업의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여성을 가정에 묶어두는 데 따른 이득이 줄어드는 반면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으로 본다.

스웨덴 여성의 3/4가 취업한 반면 미국에선 취업이 60%를 밑돌고 있음을 지적하고 또한 스웨덴 여성 평균 임금이 남성 임금의 90%로 미국보다 1/3이 높음을 지적한다.
(나는 여기서 하나 지적할 점이 있는데 내가 경험한 바 북구 여성들은 그야말로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씩씩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산모들이 약간 과장해서 말해 애를 낳고 곧바로 샤워하고 커피 마신다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애 낳고 한달 이상을 산후조리를 해야 하는 한국 여성들에게는 놀라운 이야기일 것이다. 모두들 남성처럼 체격도 당당하고 키도 크고 힘도 센 것처럼 보였다. 짐 들어줄까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스페인, 남부 프랑스, 이태리 등지의 라틴계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키나 체격 등이 한국여성들과 그다지 차이점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여성주의 내 전략적 차이들을 발견할 때마다 이런 지역적 차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전략들이 아닌가 싶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들은 점차 한국인의 체격이 커지는 것처럼 자본주의가 전일화되면서 그에 따른 문화적 동질화가 가속화된다면 그러한 전략적 차이들은 사상될 것이다. 근래 조사에서 미국이 다른 유럽, 일본에 비해 자기표현에서는 비슷하되 보다 세속적이기 보다 종교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스웨덴의 경우 다른 유럽이나 일본처럼 종교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지적할 점은 근래의 미국을 보자면 여전히 종교적인 세가 강하나 이슬람 이후 최대의 종교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모르몬교의 경우 초기 개척시대의 윤리를 폐기하고 철저하게 자본주의와 일치시키는 세 확장 전략을 짜서 성공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미국 역시도 세속화가 가속화되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통해서 보듯 북구의 사민주의 정책이란 하부토대의 자유시장적 질서와 일치되지 않는 상부구조에서 자유시장적 질서화하는 것이 기본적 정책방향이다. 따라서 노무현이 여성인력의 취업확대로 경제성장을 도모하자라든가, 유럽 복지주의 - 좌파 운운을 피하기 위해 말만 사민주의를 쓰지 않았을 따름이다 - 운운하는 것은 기실 사민주의 정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보통 사민주의 정책을 자유시장적 질서를 상부구조에서 규제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내가 아는 한 오히려 반대로 이러한 자유시장적 질서를 강화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나는 본다. 영국 노동당 블라터가 영국 귀족의 계승권리를 부정하였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 바로 이런 것이 자유시장적 질서에 부합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전자본주의적 제도들을 자본주의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들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사민주의를 우파라고 하는 건 그다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당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을 좌파정권이 아닌 우파정권으로 정당하게 평가하는 것이야말로 현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에서 사회당을 유일한 좌파정당으로 평가하는 것 역시도 현 한국사회에서 매우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 포르노와 당파성
근래 한 케이블 다큐전문 티브이에서 포르노그라피의 역사를 방영한 적이 있었다. 포르노그라피의 역사 다큐 프로를 보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나는 영국에서 만든 다큐 프로, 특히 BBC 걸 몇 편 보지 않았으나 볼 때마다 탄복을 한 바 있어서 영국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미국에서 제작된 것을 보니 현대 포르노물은 미국이 역시 메이저임을 실감하였다.

프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근대 포르노그라피의 역사를 다룬 것이다. 주제는 포르노와 테크놀러지의 상호관계성이다. 칠십년대부터 보수적인 미국사회의 한편에서 포르노물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기존 필름보다 보다 저렴한 제작비와 확실한 수익으로 인하여 점차 헐리웃 주류에서도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 칠십년대말까지다. 당시 종전과 달리 별다른 히트작품이 없어 수익률 확보에 부심하던 헐리웃으로서는 저렴한 제작비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든 그러하지만 다른 필름보다는 포르노물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한 것은 큰 장점이다. 당장 한국 에로물이 삼사일, 일주일만에 제작되는 걸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때에 포르노전용극장 등이 활성화되기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헐리웃이 기존 포르노물처럼 하드코어로 나갈 수야 없었으므로 - 케이블티브이와 공중파티브이의 규제 기준이 다른 것처럼 - 만든 것이 소프트물이었다. 이는 아동학대, 강간 등의 소재 제한과 노출수위 조절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활성화에는 프랑스에서의 3류 포르노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 같은 작품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러한 소프트물에 대한 관심이 좌파진영에서 큰 관심을 끈 것은 왜일까? 그것은 적에 대한 효과적인 공세로서 포르노물이 훌륭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돈과 섹스가 소위 대통령 존안자료로 올라가는 것이 비단 남한만의 일이 아니다. 근래 독일 총선에서도 돈과 섹스, 즉 부패비리와 포르노 공방이 이루어진 것을 참조하길 바란다. 열악한 자금력을 지닐 수밖에 없는 운동진영에서는 들인 것보다 큰 효과를 이루어내기 위해선 이러한 포르노물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 혁명 혁명 언론들이 당시 마리 앙트와네트를 향해 저주 섞인 포르노물 비판을 가했으며 - 가령 오스트리아 창녀를 프랑스에서 추방하자~ -, 반동의 시대에는 역으로 귀족계급이 무차별적인 포르노 공세를 펴기도 하였다. 또한 히틀러는 사회주의 체제를 비난하기 위해 레닌 시대를 방탕하기 그지없는 사회로 묘사하며 독일을 지키자, 독일의 어머니들을 지키자는 구호를 주창하기도 하였다. 또한 자유주의 우파들은 세종대왕, 케네디 등의 성 스캔들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관대하면서도 맑스, 레닌, 모택동 등의 성 스캔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난하기 일쑤였다. 이런 예로 김대중을 졸라 따라다닌 김삼웅이라는 이가 있는데 이 사람이 쓴 "역사를 움직인 위선자들; 시대평론"을 참고하면 될 일이다. 여성주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이 벌인 불륜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것이 당파성을 지키는 것이기에 나쁜 남자, 생활의 발견, 오아시스에 대해서는 비난하되 결혼은 미친짓이다, 밀애 같은 건 적극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 당파성에 근거하지 않고서 포르노에 접근한다면, 혹은 대중문화에 접근한다면 이는 적 앞에서 자신의 무기를 무장해제하라는 주장 다름 아닐 것이다. 이는 국가권력에 대한 좌파의 접근방식처럼 상부구조에 대해 이해되어야 할 것인데 근본적인 지점에서의 부정이란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전략적인 지점마저도 거부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4. 포르노와 테크놀러지, 그리고 매트릭스
미국에서 에로물은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소재 제한과 단순한 스토리로 인한 단점으로 초반기 충격적 화제거리를 벗어나 시들해져가자  그리하여 헐리웃은 보다 큰 제작비로 접근하기도 했다. 보다 배경을 멋지게 하여 소재 제한과 단순한 스토리로 인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있었음에도 에로물들은 점차 인기가 시들해져 가다가 마침내 필름시대가 팔십년대에 막이 내렸는데 비디오의 출현이다.

비디오의 출현으로 인하여 남한에서 삼류동시상영극장들이 퇴조를 보이듯이 성인포르노극장들이 급격히 줄어들어들었다. 비디오의 출현은 두 가지 효과를 낳았다. 하나는 보다 수요자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이다. 즉 극장이 아닌 안방에서도 포르노물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명장면은 보고 또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다큐에서는 상호작용의 발전으로 본다. 다른 한편 제작에서도 필름보다는 비디오로 인해 제작비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필름으로 할 때는 여러 기자재가 필요하나 비디오로 하면 최소한의 스탭과 자본으로 포르노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선 남한에서처럼 미국에서도 필름 감독들의 거부감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포르노를 만들더라도 필름감독이라면 전문가집단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비디오감독이 되고서는 누구나 소정의 교육만 받으면 비디오제작을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 마치 펑크락 정신처럼 간단한 코드로 세상을 바꾸자, 누구나 음악하게 하자 - 밥줄이 끊겨서 반대를 하였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신자유주의 운운한다고 금융자본을 막는 것은 아니다. 필름을 고수하며 비디오를 거부하는 것만큼이나 우스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이내 비디오감독이나 제작자로 변신해야만 했다. (일본에서도 나날이 혁신계가 세가 약화되었기에 - 근래에는 춘투상황을 보라, 참혹하기 그지없다 - 문화계로 내몰린 전공투 세대들이 자신들의 혁명성을 수세적으로 유지하고자 소프트 포르노물에 접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프트 포르노물 제작자들이 포르노만 들어가면 소재의 제한을 전혀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자크가 초기에 포르노물을 쓴 것을 염두해 보라.)

그러나 여전히 수요자들의 요구에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었다. 수요자들은 보다 리얼한 것을 요구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씨디롬이다. 씨디롬은 게임처럼 수요자에게 일정한 판단을 하게 하여 큰 인기를 누렸는데 그러나 장선우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처럼 졸라 짜증나고 조악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게다가 비디오처럼 아직 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새로운 수요자층을 낳았는데 바로 그들이 네이더 환경정당을 적극 지지했던 대도시의 고학력 인텔리 사무정보통신 노동자층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포르노로 인하여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곳에서 엄청나게 기술력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바로 그와 같은 결과로 인터넷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오현경 포르노가 한국을 인터넷강국으로 만들었듯이 말이다. 이것이 팔십년대에서 구십년대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생활 포르노들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범람하고 있다. 누구나 포르노를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유통시킬 수 있다. 과거에는 인신매매범이 필요했고 삐끼가 필요했고 기둥서방이 필요하였다면 이러한 상황이 가속화되면 인신매매범도 필요없고 삐끼가 필요 없고 기둥서방도 필요없이, 즉 이 말은 누구도 성을 대가로 착취함이 없이 스스로가 자본가가 되어 포르노를 제작, 유통시킨다는 꿈(?)이 실현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노동자 모두가 주식회사의 주주가 되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론도 있다. 자본주의는 인신매매범, 삐끼, 기둥서방을 필연적으로 요구하며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한, 결코 사멸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민주의는 이러한 점을 강화시킬 것이며 근래의 민노당 성문제 관련 정책은 분명 이러한 점을 지향하는 것이며, 대표적 논자는 최병천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고 실천하는 세력은 정치적 영향력이 지대한 노무현 민주당일 것이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여기지만 상기한 포르노를 비롯한 성문제 대책에서 인신매매범, 삐끼, 기둥서방의 존재 여부로 논하는 방식이 마치 자본주의의 불균등발전론을 지나치게 확장시켜 종속이론을 강화시키는 것처럼 비판의 핀트가 잘못 맞추어지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현재의 인터넷이 과연 소위 수요자들의 요구, 혹은 욕망을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는가? 아니다. 이전보다 훨씬 욕구를 충족하는데 위력적이지만 여전히 크게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들이 인터넷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도 즐거운 성생활을 느낄 수 있다고 다큐 프로는 한 여성 칼럼니스트를 통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가 포르노물을 통해서 자신의 성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다큐 프로는 가상현실을 제시한다. 만일 테크놀러지가 계속 발달하여 영화에서나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가상현실의 세계가 도래한다면, 즉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이성과 원하는 장소에서 섹스가 가능하도록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제껏 포르노와 테크놀러지가 상호작용하여 서로 발전을 견인해왔던 것이 궁극적으로는 테크놀로지가 포르노 그 자체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욕망의 실현이 아닌가라고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흡사 이러한 논리 전개가 생산력과 생산관계간의 맑스적 인식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다큐는 그 관점을 철저하게 유지하였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즉 만나서 차 마시고 밥 먹고 극장가고 노래방가고 여관가는 그러한 모든 기회비용을 지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공가능성이 미지수인 것보다, 그 누구나 만일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과 원하는 장소에서 자신이 구상하는 스토리로 데이트하고 섹스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포르노가 지향하는 궁극적 포르노피아가 아니겠는가 라고 말하는 것이다. 못 생겨서, 학벌이 낮아서, 돈이 없어서, 고아여서 섹스를 못하는 이러한 제반조건들이 테크놀러지의 발달로 부차화된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이러한 세상에 만족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것은 매트릭스의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은 분명 리프킨 제레미처럼 자본주의가 보다 고도화해야 하는 조건이 필연적이다. 이러한 조건에선 기업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다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야 할 것이며, 실업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자본주의가 그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러한 불만자들을 매트릭스의 세상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남는 문제는 단 하나다.
저항할 것인가, 아니면 투항할 것인가.





No
Subject
Name
Date
Hit
5612    [펌] 새로운 아나키스트들 [9] 명래 2004/11/27  8852
5611    월드컵 [2] Ohho 2002/01/11  8621
5610      [re] 군대반대운동 게시판 조약골 2011/05/03  8367
5609    [박래군의 제안서] 새로운 사회운동, 가능합니다 돕헤드 2007/06/14  8238
5608    거리를 되찾자(Reclaim The Street) musm 2002/03/06  7238
5607    [펌]이병창/학문적 권력을 해체하자 2 ;학문후속세대의 노예화 [1] 토룡 2003/11/14  6563
5606    후루동과바쿠닌,사유재산과도둑질의비판에관한고찰^^ [4] 가수봉붕어와이중권력 2002/12/26  6311
5605    바진이 죽었네요, [2] 크로폿킨 2005/10/19  5870
5604    아나키즘의 왜곡과 '무늬만' 아나키스트(<텍스트>) -도끼의 죄선일보 비판 [17] 보스코프스키 2004/05/14  5846
5603    [펌]전세계적인 연대의 손길을 폅시다. [1] 보스코프스키 2008/01/31  5710
5602    오늘의 굳 요리 [7] 슈퍼스타 구설수 2004/04/30  5514
5601    쪽팔리지만.. [1] 은국 2003/06/21  5316
5600    한국의 모든 아나키스트들에게 고함! 사랑이랑 2012/01/30  4686
5599    아나키와자본주의의양립 [29] 붕어 2002/06/27  4623
5598    [해외 아나키스트 소식] 영국의 아나키 노동자 네트워크 [1] 돕헤드 2003/10/13  4605
5597    푸드 낫 밤(Food Not Bombs), 폭탄 대신 음식을! [6] 돕헤드 2003/12/27  4563
5596    왜 자치, 자율의 삶이 필요한가 [3] 돕헤드 2003/08/04  4545
5595    [정보] 전세계 다양한 아나키스트 단체들 웹사이트 총정리 [15] 돕헤드 2003/03/11  4525
5594    아틀란티스의 진실 [1] 이슈타르 2007/02/14  4442
5593    아나코펑크의이해-CRASS [6] 붕어 2002/12/22  4430
5592    '천황제' 폭거한 여성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돕헤드 2003/03/29  4416
5591    [꿀벌통신]food not bomb for Open`em up 붕어 2002/10/28  4397
5590    폭력론 노트, 오늘의 아나키즘 구입 안내 [1] 돕헤드 2003/04/22  4392
5589    아나키즘에 대한 웹사이트가 계속 늘어나고 있군요 [3] 돕헤드 2002/07/12  4306
5588    탱크에꽃꽂기 [1] 붕어` 2001/12/27  4297
5587    아나키즘의 새로운 뿌리찾기와 정치적 상상 [5] 오마이뉴스 2003/10/27  4225
5586    루시 파슨스(Lucy Parsons)와 헤이마켓 아나키스트들 그리고 메이데이에 대하여 [1] 돕헤드 2008/03/10  4105
5585    아나키와 아나키즘의 차이 [2] 가수봉붕어와이중권력 2002/12/23  4094
5584    엠마골드먼과상황주의자들그리고,계급전쟁에관해 [1] 붕어 2003/01/04  4040
5583    [널린노래방 진행기] 파병반대 널린노래방 82시간의 기록 돕헤드 2004/07/30  4021
5582      [re] [옮김] 질서정연한 열광?/ 노혜경 - 어딘지 중산층 지식인의 역겨움이 느껴지는 글이군요... [10] SmackTheState 2002/06/21  3998
5581    일본 아나키스트 가메다 히로시가 한겨레21에 나왔군요 dope 2002/01/05  3975
   노정권/사민주의우파정권, 사회당/유일좌파정당 [6] 김종화 2003/01/13  3974
5579    아나키즘, 그 오해와 진실 [1] 이길 2003/09/04  3959
5578    [시/김지하/야후지식검색]오적 [5] 보스코프스키 2005/11/03  3921
5577    대공분실 실적올리기 나서나 - 평화활동가 1년 전 사건 혐의 씌워 연행 [6] 돕헤드 2004/11/26  3918
5576    지난번 열린 도둑질 토론회에서 오고 간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읽어보세요! [1] dope 2002/03/21  3914
5575    [아래아한글 파일] 소식지 <흑색> 1호입니다. 전쟁저항자들 2005/06/20  3882
5574    함께 만들어가는 저항의 거점, 인포샵 돕헤드 2003/07/26  3850
5573    말레이시아 아나키스트가 아나클랜에게 보내온 편지 [7] 돕헤드 2003/09/04  3769
1 [2][3][4][5][6][7][8][9][10][11][12][13][14][15]..[141] Next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life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