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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국 2003-06-21 23:52:08, Hit : 5315
Subject   쪽팔리지만..
제 기사 올릴께요. 팔레스타인 평화 활동에 관한 이해를 위해서.


[인터뷰] 팔레스타인 평화활동 마치고 귀국한 은국 씨  


“반전평화를 몸으로 실천하는 아나키스트가 되고 싶어요”


임세환 기자 altpress@stuzine.net



지난 6월 13일(금), 팔레스타인에서 반전평화 활동을 펼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은국 씨가 귀국했다. 지난 5월 7일에 한국을 떠난 지 한달여 만이다. 은국 씨는 5월 1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세계 병역거부자 대회에 참가한 이후 19일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으로 밀입, 그곳의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반전평화활동을 펼쳐왔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세계 병역거부자 대회에서 만난 퀘이커 교도들의 도움을 받아 5월 23일 팔레스타인 자치치구인 라말라로 갔다. 그런데 내가 도착했을 때 라말라에 있던 평화활동가들은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모두 추방당한 상태였다. 라말라에서 이틀 정도 거주하고 자치치구의 다른 곳인 라블루스로 갔다. 라블루스는 이스라엘 점령군과 유태인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탄압이 일상적인 곳이다.
그곳에서 ISM(International Solidality Movement)을 만났다. ISM과 함께 귀국하기 직전까지 활동했다. ISM은 아나키스트 평화운동가들의 국제적인 비폭력 직접행동 조직이다. 스웨덴, 영국, 미국, 일본 사람들이 주축이다. 아나키스트 조직으로서의 ISM의 특징은 조직이 만장일치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어떠한 권위도 인정하지 않으며 직접민주주의에 의해서 운영된다.

△ISM의 비폭력 직접행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나
ISM은 어떠한 점령도 정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 군대가 전차를 앞세우고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로 들어와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시가전을 펼치면 ISM은 그 현장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는다. 현장에 제 3자가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이스라엘 군을 압박을 하려는 의도도 있고, 폭력이 벌어지는 현장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또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막는 검문소와 바리게이트를 치우는 일도 했다.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아무 민가에나 들어가서 군사 기지로 사용하기도 한다. 기지로 사용하는 동안에 팔레스타인 가족은 이스라엘 군대가 시키는 일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시로 얻어맞기도 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가족의 친구로 가장해 기지로 사용되는 민가에 들어가 이스라엘 군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ISM은 불법단체가 아닌가
불법단체다. 이스라엘에서 ISM으로 활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즉시 추방의 대상이 된다. 이런 활동가들이 있어서 이스라엘에 출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당국의 감시 또한 심하다. 베들레헴에 ISM 사무실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치안 당국은 이 사무실의 존재를 모른다. 회원들의 호칭도 모두 암호화된다.

△팔레스타인에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나
라블루스에 머물던 어느 날, 내가 있는 곳으로 이스라엘 군의 탱크가 들어왔다. 곧 이어 골목골목마다 이스라엘 군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발포가 시작됐다. 목표 사격을 할 때도 있는데 이 날은 경고사격만 했다. 군대가 총을 쏘기 시작하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정신 없이 숨게 된다.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자치치구의 마을 입구에 거대한 불도저로 바리게이트를 만든다. 어느 날은 ISM 사람들과 함께 또 다른 불도저를 이용해 바리게이트를 치웠다. 그리고 이스라엘 군이 또 다시 설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틀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틀 째 되는 밤, 가까운 곳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 당시에는 정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어떤 활동을 벌일 예정인가
10월 중순이 되면 팔레스타인은 올리브 수확기가 된다. 이스라엘 군은 올리브 나무를 베기도 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올리브 수확을 막기도 한다. 때문에 해마다 10월이 되면 가장 많은 평화운동가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간다. 가능하면 이 때 한국에서 여러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급진적인 평화활동을 조직할 수 있는 단체의 구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분명 나의 활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한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모아내는 활동을 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팔레스타인에서 가져온 기록들을 정리할 생각이다. 매일매일 기록한 일기를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2천여 장에 달하는 사진 정리도 필요하다.

이라크 반전평화팀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은국 씨는 이라크에서의 활동의 성과가 국내의 평화운동을 고양시킨 것에 머문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이라크 민중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전쟁 지역에서 평화와 자치를 향한 의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직접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강조한다.
매일같이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낯설다. 은국 씨의 말처럼 포화가 들리지 않는 한국에서의 평화운동은 그만큼의 긴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은국 씨의 경험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한국의 평화운동을 한 발 더 나아가게 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발행: 03/06/24  등록:  2003/06/21   read(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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