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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룡 2003-11-14 23:52:31, Hit : 6580
Subject   [펌]이병창/학문적 권력을 해체하자 2 ;학문후속세대의 노예화
학문적 권력 2 ;학문후속세대의 노예화



이왕 터트리는 마당에 학문적 권력의 문제를 철저하게 짚어 나가면서 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미 앞에서 필자는 학술진흥재단(학진)과 주류학회 그리고 대학 사이의 삼각공모체제를 폭로한 적이 있다. 이런 공모체제가 철학의 암적 발달을 추진하는 중심이다.

그런데 학문적 권력과 연관하여 또 한 가지 반드시 짚지 않으면 안 될 것은 바로 이런 학문적 권력의 노예로 전락하는 학문후속세대의 문제이다. 여기서 학문후속세대라 함은 석 박사 과정 중의 대학원생으로부터 연구원이나 강사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이들은 대체로 학진의 연구비를 받는데 중심이 된 대학교수들의 연구에 공동 연구원이나 혹은 보조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학문후속세대(이하 후진이라 약칭하고자 한다) 들에게 학진의 지원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처럼 내리는 정말로 고마운 지원이다. 대체로 생활비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이것을 지원받는 일이년 동안은 그야말로 행복한 나날들이다. 필자는 지원받은 후진들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의 꽃을 보고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해 주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에 어두운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저렇게 또 하나 탁월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철학자가 노예로 전락하는 거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다. 애써 지워버리고 그들을 축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어두운 그림자 같은 이 의구심은 먹구름 같은 목에 걸린 식은 밥덩어리 같은 분노의 심정으로 가슴을 치오르는 것이다.

필자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를 이제 말하겠다. 후진에게 주어지는 그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한번 보자. 거의 대부분은 대학교수가 그 연구의 중심을 차지하는데 공동 및 보조 연구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이다. (물론 후진들이 직접 자신의 연구주제를 제시하고 독자적으로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는 적어도 이 글에서는 예외가 된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우선 연구책임을 맡은 대학교수들의 입장을 살펴보자. 이들은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이나 가까운 강사들을 위해 압박감을 느낀다. 그들에게 연구비를 마련해주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심지어 대학원의 강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 학생들이나 강사들은 연구비를 지원 받는 교수들에게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연구비를 지원받으려는 안타까운 노력이 시작된다.

그거야 개인적 문제가 아닌가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본다면 이런 후진을 위한 연구지원 조차 학문체제에서 일정한 구조적 결과를 발생시켰다. 이미 앞에서 학진 주류학회 대학의 공모체제에 의해 학문에서 주류의 입장이 강화되었다 했는데, 주류가 학진의 연구지원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것은 대학원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그 결과 대학원에서 비주류 전공의 급속한 괴멸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주요한 것은 후진에 대한 학진의 지원의 결과로 지방대학 사립대학의 대학원은 급속하게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학진의 공모체제 하에서 주류의 입장의 강화는 서울에 위치한 서울대 및 유수 사립대학 중심의 집중적 지원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사실 학문 후속세대 지원사업을 대학원중심대학을 만들기 위한 국가의 정책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이 정도라면 굳이 필자가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의 분노는 학문후속세대에 대한 학진의 지원방식이 후진들의 영혼에 거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주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연구주제는 후진들이 본래 관심 가져 왔던 주제가 아니다. 그것은 책임교수가 관심 가졌던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후진들은 자기가 받은 연구주제를 연구하는데 진심으로 열심이 할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후진들은 지원받은 주제를 불가피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연구할 뿐이다. 열심히 전력을 기울이더라도 이는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다. 필자는 여기서 마르크스가 말한 소외 개념을 떠올린다. 노동은 자신의 유적 본질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수단을 위한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마르크스의 말이 후진들의 정말 당혹한 입장을 단적으로 드러내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후진들에게 이런 연구가 소외 정도로 그치면 그나마 낫다. 때로는 노예적 굴종을 의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서 필자가 무슨 인신적 노예를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책임교수를 끼지 않으면 안 되니까,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우려하지만, 우리 철학계에서야 모든 교수들이 인격적이므로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오히려 영혼의 굴종이다.

사실 80년대 대학원생 및 젊은 후진들이야말로 철학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세대이다. 그들은 서투르고 거칠기는 하지만 철학이 새로운 정신과 영혼으로 불타올라야 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철학이 개념의 유희가 아니라 현실을 파악해야 하며, 소수인의 몽상이 아니라 대중적 삶의 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소위 형식적 사고가 지배하는 논문적 형식을 타파하고 시대를 개념적으로 파악하려는 산문적 형태를 도입하려 했다. 그들은 현실과 투쟁하는 다른 분야의 학자들, 사상가들, 혁명가들과 연대를 맺어 철학에 생동적 힘을 불어넣으려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기존의 주류 철학계 내부의 완고한 힘에 대립했고 투쟁했다. 정신적이며 물질적 독립성이 젊은 후진들의 생명이었다. 이것은 80년대 이후 철학계에서 가장 불온한 움직임이었다. 이 수상한 움직임에 주류 철학계는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이제 후진들은 연구비지원을 받기 위해, 주류 철학계로 편입되지 않으면 안된다. 주류의 입장을 대변하는 책임교수의 연구주제를 답습해야 하며, 학진의 형식적 심사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논문을 형식화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을 받아주는 연구책임자를 찾기 위해 주류 학회의 주변을 서성거리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80년대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던 젊은 후진들의 반란은 간단히 제압되었다.

반란이 진압된 지금 철학계의 하늘은 청명하다. 그러나 그 청명한 하늘은 암적 발달의 증상으로 독소를 지닌 푸름이기 하다. 모든 것은 이제 완벽하게 시스템화 되었다. 학진과 주류학회 그리고 대학, 더구나 후진까지, 완벽하게 체계화된 이 체제가 발달시킨 것이 바로 주요 학회지에 번지는 열병 같은 논문열이다. 이 형식화된 논문, 무언가 그럴 듯하지만 공허한 논문들이 바로 그 산물이다. 이 공모체제가 파괴한 것은 무엇인가? 현실을 개념화하려는 생동적 철학 정신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정신이 사라진 철학은 대중들로부터 소외되고 결국은 대학에서까지 사라지도록 되어있다. 그러니 철학의 암적 발달이라 말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는가?

- 한국철학사상연구회(http://www.hanphil.or.k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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