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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8-12-16 20:23:33, Hit : 846
Subject   ‘항일 아나키스트’ 이회영 무대서 부활하다
원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328001.html 에 있습니다.
아나키스트들이 무대에서 뿐만 아니라 지금의 현실에서도 부활해야 하는데, 참 답답하군요.
그리스 연대투쟁이라도 좀 했으면 좋겠는데, 말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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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아나키스트’ 이회영 무대서 부활하다
연극 ‘인간의 시간’
일제때 신민회 등 창설
한겨레         정상영 기자
        
        
이회영과 형제들 삶 다뤄
이호재 등 연기파 총출동

1932년 11월 <중앙일보>(1933년 조선중앙일보로 개명 뒤 1937년 폐간) 사회면에 한 노인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가 실렸다.

“배에서 나리자 경찰에 잡혀서 취조중/ 류치장 창살에 목매죽은 리상한 로인.”

일경이 “유치장 안에서 빨랫줄로 목을 매어 자결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리상한 로인’은 고문으로 숨졌고 서둘러 화장됐다.

기사의 주인공은 이회영(1867~1932). 일제강점기 신민회와 신흥무관학교를 창설하고 만주를 무대로 독립운동을 벌이다 옥사한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그의 형제들의 치열한 삶이 연극으로 올려진다.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인간의 시간>(배봉기 작, 김광보 연출). 1908년 이인직의 신연극 <은세계>에서 시작된 한국 연극을 되돌아보는 올해 ‘한국 연극 100주년 기념사업’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한 전국 창작희곡 공모에서 당선됐다.

화제의 작품답지 않게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지난달 초부터 대학로 연습실에서 공연을 준비 중인 <인간의 시간> 팀을 지난 14일 밤 몰래 찾아갔다. 기업은행 건물 1층 연습실 문을 밀치자 고성이 삐져나왔다.

“그렇게밖에 움직이지 못해! 지금 장난하는 거야. 지금은 한겨울이란 말이야. 다시 한번 그러면 다리몽둥이를 부숴버린다!”

냉기 가득한 20평 가량의 연습실 가장자리를 배우 32명과 스태프 15명이 빙 둘러앉고 연출가 김광보(44)씨가 중앙에 서서 눈을 부라리며 젊은 배우들의 움직임을 나무라고 있다. 주인공 이원형 일가가 부유한 삶을 포기하고 독립운동을 위해 한겨울 눈보라와 삭풍이 몰아치는 서만주로 떠나는 장면이다. 한쪽에는 이호재(67), 박웅(68)·장미자(68)씨 부부 등 중견 배우들이 멋쩍은 표정으로 연출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공연을 코앞에 둔 탓인지 연출가와 배우, 스태프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있다.

이호재씨가 “한국 연극 100주년 기념 사업의 대미를 장식하는데다 독립운동가를 다루는 작품이라서 연출가와 배우들의 부담이 크다”고 귀띔한다. 그는 “잘 알려진 위인이다 보니 리얼리티가 너무 강해서 연극배우로서는 껄끄러운 배역”이라고 덧붙였다. 옆에서 길해연(44)씨가 “원래 한국 공연에서 영웅은 평면적이고 재미없는 인물이잖아요”라며 웃는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비장한 최후를 맞는 이원형의 삶과, 현대의 공간에서 그의 평전을 쓰는 작가 윤미현의 이야기가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따라서 무대와 시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접점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연출가 김광보씨와 배우들이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작품 심사평에서도 “그런 톱니바퀴가 잘 굴러가는 것만은 아니었지만”이라는 토가 달렸다.

“과거와 현재가 잘 만나지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맞물려야 하는데 대본상으로는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아요. 미치겠어요.”(김광보)

“그 시대의 인물(이원형)과 현대의 인물(윤미현)이 다르고, 또 이원형도 밀정을 잡아내려고 일부러 자신을 희생할 때의 인물이 달라. 과거와 현재, 중간 과거가 혼재되어 있어. 자꾸 넣고 빼고 하니까 짜깁기가 잘 안 돼.”(이호재)

그럼에도 연출가와 출연진의 화려한 면면에 연극계가 거는 기대는 크다. <에쿠우스> <발자국 안에서> <블라인드 터치> 등에서 세련되고 절제된 연출 기법을 선보인 김광보씨가 연출을 맡았고, 이호재, 박웅, 이남희, 길해연, 김내하, 추귀정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김광보씨가 한마디 툭 던지며 웃는다. “그동안 배우들이 많이 고생했어요. 배우들의 힘을 믿을 뿐이죠.” (02)744-7063.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한국연극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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