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에서 발췌했어요,
미국에서 집행한 마지막 교수형을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을까 했는데, 관계 당국이 생중계를 거부해서 유감이다. 만일 생중계가 이루어졌다면, 사형수를 교수대에 매다는 것은 미국 동부 연안의 시간으로 낮 12시에 행해져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뉴옥에서는 점심 시간 동안 그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중서부 지방에서는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시각에, 또 오전 9시가 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그것을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이탈리아에서라면 저녁 6시라서 직장인들이 시청하기에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저녁 뉴스 시간대에 재방송을 마련하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식탁에 앉아 있을 때 방영하는 것이다. 목뼈 부러지는 소리, 뱃살의 부들거림,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다리, 이 모든 것이 음식을 삼키는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얘기다. 전기 의자로 처형하는 경우에는, 시청자들 집집마다 계란 프라이를 하려고 렌지에 올려 놓은 팬에서 버터가 지글거리는 것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사형수가 지지직거리는 소리를 해야 할 것이다. 가스로 처형하면 볼 만한 구경거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 사전에 사형수에게 한바탕 숨을 깊이 들이마시라고 일러두면, 그것만으로도 벌써 텔레비전으로 보여 주기에 아주 적합한 관경인 데다가 곧 이어 격렬한 요동까지 벌어질 테니 말이다. 독극물을 주사하는 방법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생중계의 이점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구경거리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금세 <더 이상 볼 거 없습니다. 자, 다들 돌아가세요> 하는 식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라디오로 중계를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그 따위 이야기를 하느냐고 핀잔을 줄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긴 엉클 픽수가 도널드를 목 졸라 죽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폭력을 부추길 염려가 있다 해서 디즈니 이탈리아가 자사의 만화가들에 그런 대사를 애니메이션에 넣지 말라고 지시하는 판국에, 나의 제안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비디오 시장이 번창하면서, 가공할 무기를 사용해서 머리뼈를 부서어 골을 벽에 흩뿌리고 헤모글로빈의 급류를 분출시키는 살인 장면을 대수롭지 않게 다루는 영화들이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옛날 영화에도 인디언이나 일본군이 납으로 된 장난감 병정처럼 쓰러져 죽는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그런영화들은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서 아버지 어머니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관객에게 갖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그 시절에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 범죄가 있지 않았는가 하고 반박할 것이다.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떄의 살인은 치정에 의한 것이지 모방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순진한 사람들을 혼미에 빠뜨릴 수 있는(또는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을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이끌 수 있는)허구적인 게임과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이야기해야 하는 의무 사이에는 분명한 구별이 있어야 한다. 나는 살인 용의자가 아직 법원의 심판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그에게 신문의 머릿기사를 할애하는 그릇된 관행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자가 아이들을 납치하며 목졸라 죽이려고 어디선가 배회하고 있다면, 사람들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름들이 경각심을 가질 테니 말이다. 만일 그 사실을 제때에 알려주지 않으면 나중에 가서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형과 관련해서, 세상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져 있다. 나차럼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것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자들은 만일 비위가 약한 사람들이라면 사형 집행 장면이 방영될 때 텔레비전을 꺼도 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일지라도 죽음을 애도하는 일에는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 시간에 한 사람이 죽음을 당하고 있다면, 식구들끼리 기도를 올리든 파스칼의 책을 큰소리로 낭독하든 자기들 나름의 방식으로 동참하는 것이 마땅한 이치다. 그들은 역시 그 시간에 야비한 행위가 저질러지고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반대자들이 텔레비전을 끼지 않고 지켜본다면, 그들은 단지 사형에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그 야만적인 제도를 폐지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낄 떄처럼 말이다.
그러면 사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은 당연히 사형 집행 장면을 보야야 한다. 예상컨대 그들은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나는 충수염 수술이 정당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식사중에 텔레비전을 통해 그 수술 장면을 지켜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라고, 하지만 우리는 지금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외과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다. 우리가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인간 생명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식의 반박은 통하지 않는다.
만일 당신이 사형에 찬성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마땅히 사형수가 버둥거리고 껄떡거리고 지지직 타들어가고 소스라치고 움찔거리고 콜록거리다가 저의 저러운 영혼을 하느님꼐 되돌리며 숨을 거두는 장면을 보아야 한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더 솔직했다. 그들은 처형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표를 샀고, 죽어 가는 사형수를 보면서 미친 듯이 좋아라 했다. 당신 역시 사형이라는 최고의 정의를 지지한다면, 먹고 마시면서, 아니면 무엇이든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아해야> 마땅하다. 사형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면 마치 그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될 일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내 아내가 임신중인데 충격을 받고 자연 유산이라도 하게 되면 어쩌란 말인가?> 하고. 가톨릭 교회의 새로운 교리는 사형을 법제화할 권리가 국가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또 유산을 금하되 인공적인 경우에만 금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허공에서 다리를 버둥거리는 어떤 사내를 보다가 유산을 한다면 그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1993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