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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8-08-10 18:09:05, Hit : 849
Subject   [하승우]비민주적인, 너무나 비민주적인 사법권력(경인일보)
비민주적인, 너무나 비민주적인 사법권력

  

고대 아테네에서는 배심재판소의 배심원들을 원하는 시민들 중에서 추첨으로 뽑았고 이 배심원들 중에서 시민법정의 재판관들이 선출되었다. 당시 재판소는 단순히 법을 해석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법의 합법성을 심사하고 평결을 내리는 역할을 맡았다. 이런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재판소가 추첨제도를 통해 모든 시민들에게 공개된 이유는 누구나 권력을 가지며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공동체의 시민으로 성장해야 했기 때문이다.

2004년에 노회찬 의원은 지난 5년간 사법고시에 합격한 4,352명의 출신고등학교를 분석하면 강남구의 고등학교 출신이 234명, 서초구가 139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004∼2006년 3년간 새 예비판사의 출신 고교를 분석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역 외고와 강남 학군(옛 8학군)의 비율이 2004년 14.91%에서 2005년 23.9%, 2006년 27.65%로 증가했다. 또한 2007년 사법고시에서는 특목고 출신이 합격자의 17%를 차지했다. 이제 로스쿨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 학기에 등록금 천 만원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법률적인 판단을 전담하게 된다.

2008년 1월부터 한국에서도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법률가들이 사법적인 판단을 전담하고 있다. 한국의 사법권력은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는다. 일제 시대부터 법률가들은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되지 않고 시험을 통해 선발되었고, 그렇게 선발되었다는 이유로 전문성을 내세우며 법률적인 해석권한을 독점해 왔다.

그런데도 헌법 제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이런 보장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 심판의 권한이 독립을 넘어서 ‘독점’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동안 사법부의 민주화와 시민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기득권에 가로막혔다.

이런 독점이 심화되어 왔기에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문제를 법대로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심지어 정부도 나서서 각종 고소고발을 일삼고 있다. 이제 주먹의 시대가 가고 법의 시대가 왔으니 조금은 사회가 발전했다고 말해야 할까?

사람의 양심을 측정할 방법은 없지만 사람의 정서와 의식은 살아온 배경과 무관할 수 없고, 특정 계층과 지역으로 편중된 배경은 양심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경쟁을 통한 선발이 최소한의 민주성을 가지려면 그 기회가 누구에나 동등해야 하는데 사교육의 나라 한국에서는 그 기회마저 독점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사법권력은 ‘그들만의 권력’이다. 옛날처럼 주먹으로 치고받으면 꿈틀거리기라도 해보겠지만 어렵고 복잡한 법률용어는 저항할 의지마저 꺾어버린다. 그러니 현실은 주먹의 시대보다 더 잔인해진 셈이다.

사실상 한국에서는 재판관들이 헌법정신을 어기는 판단을 내릴 때,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항소를 하고 헌법소원을 해도 역시나 그 판단권한은 법률가들의 몫이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헌법정신마저 현실에서 잔인하게 짓밟힐 때, 재판관들은 경제를 걱정하고 법질서를 외치며 재벌 회장이나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기륭전자나 KTX의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파업 일 년을 훌쩍 넘긴 이랜드의 노동자들은 법의 도움을 받기는커녕 영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시위마저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정치권력만이 아니라 사법권력도 주요한 개혁의 대상이다.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권력은 권력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다. 사법적 판단은 사회적인 논의과정을 봉쇄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공공성과 관련된 중요한 정치적 안건은 사법적 판단이 아니라 공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사법권력이 사법폭력으로 바뀌는 순간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합의는 무너지고 그야말로 노골적인 폭력이 규칙으로 변할 것이다. 한국 법치주의는 권력과 폭력의 교차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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