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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8-06-12 23:21:49, Hit :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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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우리모두 외]폭력,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 비폭력의 역설
폭력,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2008/06/09 14:01 :: 걸어가는꿈
*
6월 7일, 종로에서 "쥐덫놓기" 1인시위를 하고 나서(사진은 사진기를 다른 사람 가방에 맡겨뒀는데 못 찾아서 나중에 업로드)
시청광장에서 문화난장도 같이 하고
인권단체 천막에서 경찰폭력 대응 카드도 접고
청소년 피켓도 들고 있고 오승희 호외 등도 나눠주고 하면 노닥거리다가
저녁에 행진을 했다.
사람이 끝도 없었다. 숭례문 어귀에서 다른 일행을 만나려고 잠시 행진 옆에 비켜서서 서있었는데,
원래 우리가 가장 뒤에 처져 있는 쪽이었는데 우리 뒤에도 사람들이 끝도 없이 꾸역꾸역 나왔다.

행진을 하면서 아수나로&나다 사람들은 "어른들이 무슨 죄냐 청소년이 지켜주자" "두발자유 체벌금지" 등의 구호도 (우리끼리만) 열심히 외쳤고
뭐 그랬다.
안국동까지 갔다가 경찰차 막혀 있어서 세종로까지 돌아왔다.
돌아와서 할 일도 없어서 맥주 마시고 컵라면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앞쪽이 매우 시끄러워져서
마시던 맥주만 마저 다 마신 다음에 세종로 중심 쪽으로 갔고,
그렇게 언론과 인터넷에서 난리를 떠는 그놈의 '폭력시위' 현장에 있었다.

있다가 나왔다.


*
폭력이라는 말은 너무나 단순하고 선명하다.
폭력시위, 평화시위. 폭력/비폭력. 폭력반대. 얼마나 간단하게 구분짓는 말들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략하고 삭제한 말들인가.

우리는 구체적인 현장에서의 수많은 맥락들과 기준들을 읽어내야 한다.

*
이 글이 누군가를 가르치려 들거나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는 글이 되지 않길 바란다.
나는 서울 광화문의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한 사람으로서 내 감정과 내 논리와 내 질문들을 제기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이 글이 누군가를 '추궁'하는 글인 것은 맞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답을 요구하는 글이다.



*
6월 7일에서 8일로 넘어가는 새벽, 세종로 사거리 현장은 소화기분말이 마치 안개처럼 떠다니고 있었고
닭장차는 온통 유리창이 깨지고 바퀴가 빠져서 주저앉아 있었다.

의료진은 소화기 분말을 맞은 사람들은 물 안 마시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어서 물을 억지로라도 마시라고 하면서 생수통을 들고 다니고 있었고
인권단체들의 인권침해 감시단은 사람들에게 물병 던지지 말라고, 물병 던진 거 주워서 경찰들이 다시 던져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다친다고 외치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쇠파이프인지 깃대를 부러뜨린 것인지 나무막대기인지를 들고 버스 안을 막고 있는 전의경들의 방패를 (심각하게, 진지하게, 깨지라는 듯이) 두드리고 있었고
버스 위에 올라가 있는 전의경들에게 호스로 물을 "찌끄리는"(이정도 표현이 적절해보일 정도로, 애처로운 물줄기였다;;) 사람도 있었다.


*
폭력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고?
그런 질문에 반드시 대답을 해야 한다면 나는 1차적 책임은 이명박에게, 그리고 경찰에게 있다고 말할 것이다.
청와대로 가는 길만 무조건 사수한다는 방침인지 뭔지,
애초에 행진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바리케이트 같은 걸로 닭장차 지붕 위까지 방어하며 세종로를 막아둔 경찰들,
그리고 전의경들을 위험한 곳에 배치해두고, 시위하는 사람들이 전의경들이 위험한 곳에 있으니 배치를 바꾸라고 아무리 가서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 '지휘관들',
소화기를 미친듯이(정말 미친듯이) 뿌리고 무조건 사람들을 막으려고만 하는 사람들...


*
사실 나는 닭장차를 부수는 게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행진하는 걸 막으려고 닭장차를 세워두는 게 폭력일지는 몰라도, 지나가기 위해서 닭장를 끌어내거나 닭장차 철창을 뜯어내고 넘어가려고 하는 게 폭력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여기서 '폭력'이라는 건 '협의의 폭력'이다. 폭력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의적인 개념이다.)
그리고 호스로 물을 뿌리는 건 정말 살수차-물대포에 맞서는 자그마한 저항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물병을 던지고(그리고 그 물병이 위치에너지까지 더해서 돌아오고-_-)
쇠파이프 등으로 직접 전의경들을 공격하고
그러는 것을 나는 견디기가 어려웠다.

단순히 이름붙여진 행위들로 폭력을 부른다는 것은 부당하다.
오히려 그 현장이 폭력적이었다고 내가 말하는 것은,
사람들(전의경들과 시위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이 감정적으로 매우 '흥분'되어 있었고, (사실 상황상으로 그럴 만도 하지만)
전의경들이 물병을 던질 때 시위하는 사람들은 온갖 욕을 다 했고 시위하는 사람들이 밧줄을 던지고 물을 뿌리고 깃대를 휘두를 때 전의경들은 온갖 욕설을 다 했고
그런 것들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 냉소하거나 욕을 했기 때문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한 민주적인 통제나 소수의 의견이 개진될 여지조차 없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적'과 '아'를 너무나 분명하고 선명하게 구별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쇠파이프로 때리고 방패로 찍는 것도 폭력이지만, 이러한 상황 그 자체가 광범위한 폭력을 구성하고 있었다.



*
그러나 폭력의 책임을 묻는 게 대체 어떤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런 상황에서-
차라리 우리가 물어야 하는 것은 이 사회가 왜 이 꼴인지부터 물어야 할 텐데

나는 촛불시위가 '변질'되었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그때 그 상황을 내 스스로 견디기 어려웠을 뿐이다.



*
나는 동기에 대해 묻고 싶다.

안국동에서 경찰버스에 막혀서 행진이 답보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민주노동당 깃발이 많이 펄럭이던 곳에 있던 사람들이 '골목으로 청와대에 가자'라고 외쳤고
나와 같이 있던 사람들 중에 두 사람도 그쪽을 따라갔다.
그때 상황이 정신이 없어서 묻지 못했지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왜 어떤 생각에서 그들과 함께 갔는지 묻고 싶다.

또한 세종로에서 상황이 점점 가열되고,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그런데도 닭장차는 끌어내려고 하고 (더 위험하다.)
경찰이 직접 진압(또는 연행/체포)될 가능성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시청으로 돌아가자고 했고 시청으로 다 같이 돌아가려고 하는데
도중에 세종로 중심에서 환성이 터지자(아마 닭장차를 끌어낸 거라고 추측한다.)
다시 거기로 돌아간 사람들이 있었다.
또, 그 사람들은 전화를 해서 시청광장으로 오라고 이야기했을 때는 좀 더 "구경"한다고 하거나 좀만 더 "보고" 있겠다고 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왜 어떤 생각에서 거기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어떤 구경을 하고 싶었는지 묻고 싶다.

항상 폭력의 최전선에서 '몸빵'을 하고 있는 동지에게, 거기에서 너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묻고 싶다.



*
폭력의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가?
폭력의 현장의 최전선에서,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거나 폭력의 한 관련자가 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가?
혹은 자극적인 어떤 폭력에 대한 흥미와 관심과 호기심 - 그것이 직접적인 '쾌'이건 일종의 '숭고'(sublime)이건, 혹은 비탄이건 - 의 충족을 욕망하고 있진 않은가?
일상과 다른 것, 색다른 것을 원하고 있진 않은가?
어떤 '역사적'(역사가 종종 폭력적이라는 것은, 폭력적인 것은 역사라는 역으로 대치된다. 역사를 구성하는 강렬한 '사건'은 종종 폭력적인데, 사람들은 종종 폭력적인 것을 강렬한 '사건'으로 오해한다.) 순간에서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기타 등등의 이유로 도망쳤다는 자책감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가? 현장에 있기 위해서인가?
무력감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폭력을 택하기 위해서인가?

나는 앞서 열거한 이런 것들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여기에서 나는 "올바르지 않은" 이란 말의 사용을 피한다.) 자기만족감 추구라고 생각한다. 폭력의 관망자, 혹은 폭력의 행위자로서 동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폭력 현장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어서 기록하는 자체에 부정적이진 않다. 그러나 그런 것들만을 두드러지게 편집하고, 그 편집된 것들을 향유하는 방식에 반대한다.)

정확히 말해서 나는 그 사람들의 동기를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이런저런 추측을 해볼 뿐이다.
나의 동기는 폭력적 현장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폭력을 '즐기려는'(여기서 즐긴다는 말은 단순한 '쾌'가 아닌 복합적인 뜻이다.) 마음이나 현장에서 도망침에서의 '죄책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대개는 그렇게 행동한다.




*
현장을 기록(혹은 기억)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다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폭력을 막기 위해서,
(그러나 그 현장에서 폭력을 막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폭력은 보통 매우 압도적인 힘으로 존재한다. 그 폭력을 막는 것은 또다른 압도적인 힘일 수밖에 없다. - 그 힘이 폭력의 형태를 띠건 좀 더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형태를 띠건. 그렇기에 우리는 다수의 거대한 힘을 원한다. 전의경들을 넘어서서 나아갈 수 있는.)
그런 이유로 그 현장에 머무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 그런 일들은 괴롭고 '끔찍'하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현장에서 구경하기 위해 혹은 좀 덜 노골적인 표현으로 보고 있기 위해 있던 사람들에게, 보고 싶어하던 사람들에게, 그러한 목적 의식이 있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모르니까 묻고 싶다.

태그 :   경찰폭력, 시위, 이명박, 인권, 촛불시위, 촛불집회, 폭력  

http://gonghyun.tistory.com/207



촛불집회의 폭력성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하면 편파적인 언론보도가 많이 줄었고 그런 언론사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라 예전처럼 긴박하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의 폭력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과거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폭력성을 우려한다는 집단들의 의견자체가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편파적이라는 점이다. 무언가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몇만 이상이 모인 집회이고 이미 그 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경력이 있는 공권력이 여전히 당시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위대의 폭력성만을 제기하는 것은 편파적이다.

심지어 그들은 과거 꼴통언론사들이 단골메뉴처럼 들고 나왔던 집회의 폭력성이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란 말까지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언명이 그럴싸해 보인다는 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폭력성의 역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실제로 그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안전'이고 '안정'이다. 이 두가지를 담보해줄 수 있다면 굳이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공원 노친네들'이 안정적으로 경제가 성장했던 다까끼 마사오 시절이나 물가가 안정적이었던 빡빡 대머리시절을 '좋았던 옛날'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 '좋았던 옛날'의 경제상황이 전적으로 미국의 원조와 3저 호황이란 대외적인 여건, 그리고 대다수 노동자들의 노동력 착취를 통한 성장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은 항상 잊혀진 채로 말이다.

'폭력성의 역설'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좋았던 옛날'의 경제가 어떤 여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왔는지를 무시하는 것처럼 폭력 역시 어떤 계기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선 아무 관심도 없다. 결과로서의 폭력, 그 자체에만 주목할 뿐이다. 단순하고도 단순한 인지방식이며 비판을 넘어 비난받아 마땅한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런 이유로 욕을 한다고 한들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내가 보증한다.

'인류의 역사는 발전해왔고 발전할 것이다'라는 믿음과 소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비관적인 소식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도 역설은 존재한다. 사람들이 폭력에 대해 이토록 즉자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한다면 상황은 악화를 넘어 비극으로 발전할 것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폭력에 대한 무감각'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실제로 존재한다. 바로 '전쟁'이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기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든 막아야만 하는 현실적인 절대 악, 그것이 바로 '전쟁'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폭력에 대해 즉각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반응인 셈이다.

'폭력'과 '폭력성'에 대한 사람들의 이 이중적인, 그러나 그다지 모순될 것없는 반응. 이 역설에 인류의 희망과 발전방향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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