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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8-05-24 14:15:44, Hit : 967
Homepage   http://www.cyworld.com/anarchism
Link #1    http://www.cyworld.com/30131893/230862843
Link #2    http://blog.naver.com/anto527
Subject   [안아키]프란츠 파농, 식민지, 대한민국
  다음은 오늘 읽은 어떤 책의 일부분이다. 이 부분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 사회의 한 단면과 일치하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농은 어릴 때부터 언어 영역을 무척 좋아했다. 개인의 언어에 드러나는 미묘한 특징은 사회경제적 신분을 좌우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 즉 식민 지배를 받는 원주민의 언어와 지배국인 프랑스의 국어, 즉 불어를 정확히 사용하는 주민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떤 것이다.
  파농은 훗날 "식민국의 문화적 표준에 적응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미궁처럼 헤어나기 힘든 미천한 처지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불어보다 더 확실한 문화적 척도는 없었다.

    - 107~108쪽, '프란츠 파농', 세상의 병을 고친 의사들, 고영하 지음, 학민사 출판, 2004년 2월 22일 초판 1쇄 발행 -


  식민국의 문화적 표준에 적응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미궁처럼 헤어나기 힘든 미천한 처지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불어보다 더 확실한 문화적 척도는 없었다고 한다. 지금 한국에서 미궁처럼 헤어나기 힘든 미천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응해야 할 문화적 표준은 미국 문화이고 미국어보다 더 확실한 문화적 척도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라고 주장할만한 논리적 근거가 희박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대한민국은 1945년에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였고, 1948년에 독립정부를 수립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때 수립된 정부는 독립정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더욱 끔찍한 것은 현재의 식민지적 상황이 많은 부분 한국인의 자발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스스로의 탐욕스러움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자존심을 암암리에 팔아넘기고, 스스로를 노예의 처지로 전락시킨 것이다.

  프랑스 군대에 자원입대한 프란츠 파농은 식민지 출신 흑인으로서 유럽 출신 백인들의 차별을 받다가 부상을 무릅쓰고 위험한 임무를 완수하여 훈장을 받았고, 그것을 통해 프랑스로부터 '프랑스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의 전쟁터에 한국군을 파병하여 젊은 군인의 목숨을 희생해도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하급 식민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인들은 그럴수록 더욱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을 칠 따름이다. 한미 FTA를 통해 자국민의 고통을 강요하면서 그 대가로 받기를 갈망하는 것은, 국회의원과 자본가들을 비롯한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그 자식들이 미국을 보다 쉽게 드나들기 위한 "무비자"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독한 편견일까?

  신라시대에 당나라로 유학을 다녀오면 국내에서 한자리 할 수 있다고 기를 쓰고 다녀오던 그때의 지식인들이나, 기를 쓰고 미국 가서 가짜 학위라도 만들어 오려는 지금의 한국인이나 천년이라는 시차가 있음에도 어찌 그리 다를게 없는가? 해골물을 마신 원효대사가 "진리는 당나라에 가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다"고 했지만, 함께 있던 길동무는 당나라행을 끝까지 고수하지 않았던가? 일주일만 미국에 머물며 달러를 지불하면 학위 공장에서 만들어준다는 가짜 증서만 있어도 한국에서 한자리 꿰차고 앉아 편히 살 수 있게 되는 "미국 학위"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프란츠 파농은 자신의 삶 중에 겪었던 정체성 혼란에 대해 성찰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사상을 확립하여 실천하며 살았다. 지금 이 땅에 그러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국의 지식인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으며, 상존하는 모순을 타파할 해결책을 찾기 위한 사상투쟁에 얼마나 자신을 투자하고 있는가? '바나나'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본질'과 '안락한 삶을 뒤쫓는 가면' 사이의 모순에 온몸으로 부딪치는 사람은 왜 보이지 않는가? 나라면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대학생은 이 문제를 고민하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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