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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8-05-24 18:20:10, Hit : 1151
Subject   에릭 홉스봄 - 아나키스트들은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사유해야 한다"
후회없는 공산주의자의 공산주의 성찰 - 사회주의 몰락한 자리 아나키즘이 채워

“마르크스주의 깨야 마르크스주의 부활” 무엇이 혁명가를 만드는가에 대한 천착

   김일주 기자  

〈혁명가-역사의 전복자들〉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쓴 <혁명가-역사의 전복자들>은 지난 세기 혁명운동을 이뤘던 굵직한 줄기들을 점검하며 “혁명과 관계하는 거의 모든 주요 주제들을 망라”한 책이다. 1961년부터 73년까지 지은이가 발표한 각종 시론과 강연문, 짧은 논문들을 주제별로 엮었다.

책은 애초 73년에 출간됐다가 지은이가 자서전 <미완의 시대>를 발표하기 1년 전인 2001년에 재출간됐다. 지은이는 재판 서문에서 “30년이 지나갔고 세계 상황은 달라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대’를 논한 그의 시론은 오늘의 현실에 비춰보아도 결코 설명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은이가 글을 발표한 기간에 일어난 ‘68혁명’(사진)은 ‘많은 예언가들을 절망에 빠뜨린 충격적인 사건’으로,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68혁명’에 대해 논평하며 그가 던진 아나키즘에 대한 성찰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의 성찰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일고 있는 다양한 대중시위와 직접행동을 이해하게 해주는 통찰력을 제공할 듯하다.

그는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자리, 대안적 유토피아가 사라진 자리에 아나키즘이 답을 제시하며 그 빈자리를 채웠다고 분석한다. 아나키즘의 ‘원시적 자생성’과 행동주의는 스탈린 사후 세계 공산주의 운동의 위기, 도저히 혁명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역사적 상황에서 혁명가들의 곤혹스러움을 뚫고 떠올랐다. 학생과 지식인들의 혁명적 불만이 아나키즘에 불을 지폈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등장했고 성공한 위대한 혁명들은 대부분 계획된 결과라기보다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되었다”며 “때로는 평범한 대중시위처럼 보이는 것에서, 때로는 적들의 행위에 대한 저항에서, 때로는 다른 방식으로 예기치 않게 급속히 성장했다”고 말한다. 물론 “중요한 공헌을 하고 싶은 아나키스트들은 자신들이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진지하게 사유해야 한다”며 따끔한 충고도 날린다.

1960년대 들어 되살아난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논평하면서도 그는 비판적 성찰의 날을 세운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의 부활은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분석의 해체”를 통해 가능했다고 강조한다. “마르크스주의가 정치적으로든 이론적으로든 산산조각 난 상황”에서, “빙하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설명뿐만 아니라 질문도 해야” 하며, “모든 해답을 가진 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마르크스주의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옮긴이 김정한씨는 “에릭 홉스봄의 장점은 공산주의자이면서도 종파주의와 명백히 거리를 두는 데 있다”며 “자신의 신념이나 운동 논리로 역사 분석을 대신하지 않고, 공산당의 오류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한계를 외면하지도 않는다. 냉전 시대에 공산주의자가 썼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철저한 반성과 성찰에 기초해 있다”고 평했다.

당대의 정치적 상황이 촉발한, 혁명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 밑에는 혁명을 점화하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끝까지 고민했던 지은이의 진정성이 깔려 있다. 90평생 ‘극단의 시대’ 한가운데를 ‘참여 관찰자’로, ‘후회하지 않는 공산주의자’로 살아온 노학자의 책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형’으로 살아 있는 이유는 ‘좌파 학자’로서의 엄격함과 진정성 덕분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왜 혁명가가 되는가?’란 물음을 천착했던 그의 답이 다음 단락에 축약돼 있다.

“혁명에 대한 헌신은 여러 동기들의 혼합에 달려 있다. 평범한 삶에 대한 욕망과 그 이면에서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실질적으로 풍요한 삶에 대한 꿈, 출구가 모두 폐쇄되었다는 느낌과 동시에 그것을 무너뜨려 열 수 있다는 느낌, 인내와 개량 혹은 점진적인 개선에 대한 호소력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절박한 느낌 등 (…) 무엇이 혁명을 일으키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혁명가를 만들어내는가에 관해 내가 말하는 바는 반복할 가치가 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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