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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2-08-11 02:51:34, Hit : 1505
Subject   단병호를 석방하라!
한겨레21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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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의 수의를 벗겨라!


나이 마흔에 늦깎이 노동운동가 길에 들어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단병호(53) 위원장. 그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다. 노동운동에 몸을 던진 이후 여섯 번째 옥살이다. 다른 노동운동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구속·수배를 밥먹듯해온 그에게 감옥은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그를 비롯해 현 정부 출범 이후 787명의 노동자들이 감옥에 갇혔다. 일주일에 3명꼴인데, 김영삼 정부 때 구속노동자수(632명)를 이미 웃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만 세 번째 구속수감됐다. 흑인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가 27년간 복역했지만, 한 나라의 노동운동 지도자를 정권 내내 감옥에 가둬놓은 국가는 그 유례가 없다. 민주노총은 8·15특사를 앞두고 그를 비롯한 1832명의 사면·복권 대상자 명단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5년 내내 갇혀 있으란 말인가


‘갇힌 단 위원장’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노동인권 이슈로 떠오른 건 이미 오래되었다. 국제노동계는 지난 1월에 이어 6월에 각국 주재 한국공관 앞에서 단 위원장 석방을 촉구하는 2차시위를 벌였다. 전 세계 225개 노총을 거느린 국제자유노조연맹(ICFTU) 가이 라이더 사무총장은 지난 6월 “세계 모든 사람의 눈이 축구공에만 쏠린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노동탄압에도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구속노동자 석방을 촉구했다. 네덜란드노총도 히딩크 감독에게 서한을 보내 단 위원장 석방을 촉구해달라고 요청했고, 국제프로축구노조연맹(FIFPro)도 김 대통령한테 구속노동자 석방을 촉구했다.

국제노동계는 한국 정부가 ‘노동’을 시민권이 있는 사회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징적인 사례로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60만 노동자가 가입한 민주노총 위원장을 ‘범법자’로 감옥에 가둬놓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노총 위원장 구속을 정당 대표자를 잡아가두는 것과 같은 것으로 여긴다. 다른 하나는 지난 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 파업농성 진압이다. 전쟁을 치르듯 새벽에 헬기까지 동원해 육해공 입체작전을 펼칠 정도로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국가로 생각한다.

단 위원장은 지난 99년 8월, 2개월의 형기를 남겨두고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광복절 특사였다. 그러나 지난해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이후 형집행정지는 취소됐고 다시 검거령이 떨어졌다. 다시 수배자 처지가 된 그는 명동성당으로 급히 몸을 피했으나, 잔여 형기만 채우면 석방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그러나 형기를 다 채우기 직전 검찰은 집시법위반 등 20여개 죄목을 덧붙여 그를 재수감했다. 당시 검찰이 요구한 △불법파업에 대한 반성문 제출 △파업을 자제하고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겠다는 약속을 거절하자 곧바로 재구속한 것이다.

지난 7월11일, 재판부는 항소심에서 그에게 1년6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기소혐의 가운데 일부가 무죄판결을 받은 데 불복해서라고 검찰은 상고이유를 달았지만, 사면·복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였다. 사면·복권을 받으려면 형이 확정돼야 한다. 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감에 따라 그의 8·15 사면·복권은 일단 불가능해졌다. 물론 언제든지 상고를 철회하면 사면·복권 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노총 손낙구 실장은 “넉달 안에 대법원 재판이 끝나고, 그때는 형기의 3분의 2 이상을 채운데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석방이 뻔하다. 한사코 넉달이라도 더 감옥에 가둬놓겠다는 발상을 하는 정부가 과연 인권대통령을 둔 정권이냐”고 되물었다.


정부와 민주노총은 영원한 맞수?


단 위원장이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민주노총과 정부의 갈등은 현 정부 초기부터 시작돼 점점 골이 깊어갔다. 일방적 정리해고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부는 탄압으로 일관했고, 50년 만의 정권교체를 누구보다 기뻐한 노동자들이었던 만큼 배신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대화와 타협을 내세우면서도 정부정책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전히 그를 가둬두고 있다고 본다. 죄목은 ‘불법 총파업 주도’지만 실상은 ‘정치적 기소’라는 얘기다. 이는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면 풀어주겠다고 당근을 던지며 압박한 데서 그대로 드러난다.

노동운동가들은 “한국에는 노사관계는 없고 노정관계만 있다”고 자조하듯 내뱉는다. 그만큼 노동운동을 정부가 통제하고, 단 위원장의 거취도 청와대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쪽은 99년 광복절 특사 이후처럼 정부가 형집행정지로 풀어준 뒤 족쇄를 채워 언제든 그를 다시 가둘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형기를 다 채우고 만기출감하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한다.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가 끝까지 적으로 남을 것인지는 8·15특사에 단 위원장이 포함되느냐에 달려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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