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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4-04-13 18:11:16, Hit : 1285
Subject   thesia 님에게 - 내가 생각하는 아나클랜의 정체성에 대하여

테시아님
제가 생각하는 아나클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현재로서는 아나클랜 게시판에서 로그인 제도 도입하자는 주장은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테시아님의 글에서 안타까운 것은 '아나클랜은 오프라인 조직이다' 또는 '아나클랜은 오프라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테시아님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 현재의 아나클랜은 그냥 '장소'일 뿐이에요. '행위자'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나클랜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인데, 테시아님은 아나클랜을 혁명행위를 하는 전위조직 쯤으로 바꾸고 싶은 의도를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테시아님이 처음 로그인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나클랜에 대해 올린 글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세요.

물론 아나클랜이 처음부터 '장소'였던 것은 아니에요. 특히 외부 언론에는 테시아님이 지금 의도하고 있는 것처럼 아나클랜이 '행위자'로 취급된 적이 아주 많아요. 무슨 회원을 가진 조직처럼 보인 적이 많았죠. 2003년 초반 반전 시위를 할 때가 특히 그랬다고 봅니다. 아나클랜을 아나키 조직이라고 이름을 팔고 다닌 사람들도 사실 있었고요.

하지만 아나클랜이 언론에 무슨 조직처럼 자꾸 보도되는 것은 실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반성이 제기되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시위에 나가서 아나클랜이라는 이름을 팔지 말자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어요. 즉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아나클랜이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말자. 왜냐하면 아나클랜은 그냥 온라인에서 아나키를 이야기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테시아님의 주장에 반대하는 것은 아나클랜을 그냥 온라인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테시아님이 로그인 제도 도입 관련 글을 올릴 때마다 피자매연대에 회원제 게시판이 있다는 것을 예로 드는데, 그것은 피자매연대라는 명확한 오프라인 조직에서 결정한 것입니다. 아나클랜은 오프라인 조직이 아니에요.

물론 테시아님이 나서서 아나클랜을 오프라인 조직으로 끌고 갈 수도 있어요. 그리고 지금 테시아님이 하는 행동들도 그렇게 보이고요.
지금 테시아님이 벌이는 행동은 온라인 공간인 아나클랜을 오프라인 중심의 활동가 조직으로 탈바꿈 시키고 온라인은 폐쇄적인 형태로 바꾸려는 것인데요, 마치 '노동자의 힘'이나 '다함께' 같은 오프라인 조직을 그 모델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시아님의 그런 의도는 존중해요. 그리고 테시아님께서 로그인제도가 적용된 폐쇄형 게시판을 만들어서 아나클랜 초기 화면에 링크 걸어달라고 요청하면 당장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그 게시판을 테시아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고요. 아니면 테시아님이 원하는 사이트를 아나클랜에 링크시켜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름대로의 역사와 자치의 질서와 동력을 갖고 있는 아나클랜 게시판을 테시아님께서도 존중해주길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아나클랜에 로그인 제도를 도입하자고 했을 때 그것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아나클랜 게시판에만 해당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아나클랜 초기 화면에 링크가 걸려있는 모든 게시판과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아요.
아나클랜 게시판 하나에 로그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사실 사람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장에라도 그렇게 할 수 있어요.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답답한 점은 테시아님의 행동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하는 것 같아 보인다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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