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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7-07-18 13:34:14, Hit : 1282
Subject   [그날이오면]인문사회과학의 부활을 위하여
인문사회과학의 부활을 위하여  



추천 :  28  이름 :  그날지기  작성일 :  2007-05-09 21:20:07  조회수 :  143    



인문사회과학의 부활을 위하여




                        ‘그날이오면’서점 후원회 회장 장경욱(변호사, 법대 87학번)







1. 대학시절의 소중한 추억




87년 대학 1학년, 입학식 날부터 좌경용공세력에 의식화되지 말라는 조언을 학교당국과 가족들로부터 듣던 그 때가 떠오른다.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진실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대학가만큼은 광주의 진실과 부활을 위한 열기가 뜨거웠다.




그 시절, 광주민중항쟁을 기록한 황석영 선생님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라는 책은 구속까지 각오한 대학가 인문사회과학서점 이외에는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전두환 군사독재 폭압적 분위기에서 혹여 인생을 망칠 것 같은 신변의 위협을 떠올리면서도 몹시 겁이 났지만 광주민중항쟁의 진실을 알아보고자 하는 열망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기에 대학가 인문사회과학서점을 남몰래 들려 그 책을 사서는 밤새 눈시울을 적시며 이불 속에서 몰래 읽었던 기억이 이제는 추억으로 떠올려진다.




그렇게 인문사회과학서점과 인연을 맺은 이후 광주민중항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국민들 속에 알리고자 하였고, 역사와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 나아가 그것으로부터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세계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인식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소중했던 시절이 대학생활의 전부였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그 때 우리들의 놀이터는 학회, 동아리, 학생회 방이었고, 녹두거리 인문사회과학서점들이었으며, 녹두거리 술집들이었다. 최루탄이 자욱한 교문과 거리에서 세상의 변화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인문사회과학서점과 함께 인문사회과학 책읽기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부단히 꿈꾸었다.







2. 대학가 인문사회과학의 쇠퇴




인문사회과학 서점과 함께 추억어린 과거 우리가 섰던 그 자리에는 우리들의 발자취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어찌 보면 세월이 흐른 이상 당연한 이치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한다 해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 있고 이는 시대 변화에 맞게 창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믿기에 서울대 앞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 서점의 위기 소식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대학사회는 세계화, 신자유주의라는 파고에 밀려 비판적 지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향유되어질 가능성과 다양성이 존중되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안이하고 표피적인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더 이상 세상을 향한 어떠한 진지한 고민도 변화의 과제도 상실한 듯 보인다. 오로지 실용적이고 기능주의적인 인생관을 바탕으로 더 좋은 직장과 보다 안락한 삶을 향한 자신의 개인적 욕망만을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듯 하다. 개인의 실력만이 인생의 왕도이기에 이를 위해 더 없이 분주한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선배로서 졸업 이후 대학의 현실을 잘 모르고 피상적으로 들려오는 소식 전부를 있는 그대로의 진실로 받아들인 나머지 자의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대학인들의 삶에 대하여 그릇된 시각으로 폄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성의 산실 대학에서 인문사회과학이 쇠퇴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사라져가고 또한 여럿이 함께 하는 학회, 동아리, 학생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굳이 통계수치를 거론치 않더라도 분명한 실체적 현실이기에 너무나 안타깝다.




인문사회과학과 함께 비판적 지성의 안목을 키워나가지 않는 그러한 곳에서 진정 대학인의 꿈이 피어날 수 있을까,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이전의 삶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비주체적이고 획일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대학이 서열화 된 학벌 지배의, 그리고 사교육이 공교육을 비정상적으로 압도하는 대학 입시 위주의 우리 사회 교육제도가 가지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이미 세상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 자신의 삶을 맞출 수밖에 없다. 주류로 불려지는 승자와 강자의 지배적 가치와 정보에서 벗어나 자신을 삶을 주체적으로 검토할 어떠한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다. 부와 가난을 대물림하는 교육제도 아래서 많은 이들이 소외되고 불평불만을 쏟아내지만 자신의 요구에 맞게 바꾸어 나갈 꿈은 꾸지도 못한다.




단지 경쟁에 내몰려 신음하며 똑같은 목표를 추구하면서 마치 젊은 나이에 벌써 인생의 전부를 성취하거나 인생의 낙오자인양 자신의 삶을 규정짓고 살아가기 쉽상이다.




더구나 대학 시절조차 주체적으로 성찰할 기회도, 다른 대안을 모색할 기회도 없이 우물 안 개구리마냥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기 그지없다.




90년대 이후 대학가 인문사회과학의 쇠퇴에 따라 대학가 인문사회과학서점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이제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서점이 전국 유일의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3. 인문사회과학 책읽기의 부활을 꿈꾸며




대학시절 ‘그날이 오면’ 서점에서 인문사회과학 책을 보며 인생과 세상의 진리를 추구하며 세상을 바꾸어 보고자 노력했던 수많은 서울대인들이 사회로 진출하였다. ‘그날이 오면’ 서점과 인연을 맺은 많은 이들이 대학시절은 물론 졸업 이후 사회생활에서도 분명 세상의 약자를 위한 자신의 주체적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성은 주체적이고, 비판적이고, 실천적이고, 진보적이다. 지성은 또한 혼자 꿈꾸지 아니하고 여럿이 함께 한다. 지성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문사회과학 책읽기이다. 인문사회과학 책을 가까이 하지 않고 주체적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인문사회과학 책을 읽고 여럿이 함께 읽고 토론하며 실천적 과제를 고민하지 않고서 비판적 지성인이라, 실천적 지성인이라, 진보적 지성인이라 자처할 수 없다.




우리 시대의 지성인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서울대 신입생들에게 전국 유일의 인문사회과학서점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서점과 함께 인연을 맺고 인문사회과학 책읽기의 부활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자신의 삶, 그리고 사회의 현실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는 인문사회과학 책읽기도, ‘그날이 오면’ 서점과의 인연 맺기도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필경 주체적, 사회적, 실천적 고민이 부족한 대학 신입생이라 하더라도 인문사회과학 책읽기를 진지하게 시작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삶과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인문사회과학 책읽기를 통한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지적 성찰은 때로는 상상력을 자극하며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켜주기도 하지만, 매우 어려운 주체적 고민과 실천적 과제를 던져주기도 할 터이다. 주체적 결단을 촉구하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에 직면하여 이를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 선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지성인으로서 거듭 태어나는 과정이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대학생으로서의 참된 삶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그날이 오면’ 서점에서 판매한 역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세상의 약자에 대한 고민과 지성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의 계기를 던져줄 ‘전태일 평전’을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다.




신입생들이 ‘그날이 오면’ 서점에서, 학회에서, 동아리에서, 여럿이 함께 인문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고 고민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청하고 싶다. 비판적 지성인으로서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되기 위해 벗들과 함께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대학 신입생들이 존재하는 한 인문사회과학 책읽기는 계속될 것이고 인문사회과학 부활을 위한 희망의 싹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인문사회과학 책읽기 부활을 꿈꾸는 벗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날이 오면’ 서점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문사회과학의 부활을 위하여 최초로 인문사회과학서점 후원회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날이 오면’ 서점을 사랑하는 작은 후원이 바탕이 되어 ‘그날이 오면’ 서점을 지키는 초석이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서점과 함께 지난날 그리고 오늘과 내일 부단히 새로운 역사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지성의 안목을 세우고 갈고 닦아 나아가고자 하는 모든 벗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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