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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3-10-04 14:03:19, Hit : 1575
Subject   "나는 절망의 땅으로 내쫒겼다"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hani.co.kr/section-001062000/2003/10/001062000200310012031055.html


나는 절망의 땅으로 내쫓겼다


청송감호소에서 또다시 단식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네 차례에 걸친 단식에 함께했던 저이기에 그들의 절박함은 바로 저의 절박함이기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8월22일 7년 4개월의 징역살이를 마치고 나온 출소자입니다. 사실 징역은 3년이지만 보호감호라는 딱지가 붙어 본형의 곱빼기도 모자라 1년하고도 3개월을 더 살고 나와 보니 아내는 언제 나올지도 모를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이혼도장을 찍고 떠나버린 뒤였습니다. 들어갈 때 네살배기였던 아들은 긴긴 세월 혼자 커버려서 이제는 키가 제 턱밑까지 미치더군요. 오랜만에 아빠를 만난 아들은 서먹함도 잠시, 다른 아이들처럼 소풍을 가자고 졸랐습니다. 꿈속에서는 매일 나서던 소풍길이었지만 저는 아들과의 나들잇길에 한참을 망설여야 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출소 후 대중 목욕탕에서 절수형 수도꼭지를 사용할 줄 몰라 한참 헤매거나 어느 구멍에 표를 넣어야 할지 몰라 더듬거리면서 전철을 타는 등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무심코 하는 일들이 저에게는 부지런히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바로 ‘사회적 저능아’가 되어 있었기에 그런 모습을 아들에게마저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소한 지 3일 만에 “이번에 가면 언제 올 거냐”며 서럽게 울부짖는 아들을 떼어놓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7년의 감옥살이 뒤에 손에 쥔 돈이라곤 3만원이 전부이기에 당장 입구멍에 풀칠할 걱정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감호소에서 취득한 8개의 기술 자격증이 있었지만 그걸로 직업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막노동이라도 할 요량으로 일거리를 찾아 공사판을 헤매고 다닌 지 8일만에 간신히 자리를 하나 얻었지만 이틀 만에 쫓겨났습니다. 보호감호 기간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는데 위험하고 시끄러운 공사판에서 ‘소리’가 잘 안 들린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후 우유나 신문을 배달해 보려고 했지만 가는 곳마다 오토바이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해야 했습니다. 결국 저는 빈털터리가 된 모습으로 추석을 맞아야만 했습니다. 물론 멋진 선물을 기대했던 아들에게도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싸구려 과자 몇 봉지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저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9월 청송보호감호소의 가출소가 있던 날, 저는 동료 출소자를 만나기 위해 감호소에 갔습니다. 143명이 자유의 몸이 됐지만 그들 중 갈 곳이 있는 출소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목발에 의지해 출소한 나이든 한 노인의 손엔 차비라도 하라며 교도관이 주머니를 털어 집어준 돈 2만원이 전부였습니다. 또 어떤 이는 쌀가마니를 이어 만든 자루에 겨울이불이며 옷가지를 잔뜩 싸 메고 나왔습니다. 당장 역 앞에서 노숙을 해야하는데, 추위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버스를 타고 함께 서울로 올라온 출소자 60여명 중에는 갈 곳도, 돈도 없는 사람은 열셋이나 됐습니다. 아는 분들이 우선 하룻밤이라도 잠을 잘 수 있는 시설을 알아보자고 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수용시설로 가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수용’은 이제 몸서리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이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 사라져갔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저녁, 나는 내가 묵고 있는 쪽방 근처의 전철역에서 어제 본 출소자 한 사람을 다시 만났습니다. 감호소에서 나온 첫날밤, 그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했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역시 영등포역에서 또 한 분을 만났습니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지만 너무나 빠른 조우에 왜 그 사람은 자유를 찾아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렇게 노숙자로 전락해야 하는가 하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부는 사회보호법이 우리 범죄자들의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사회보호법에 의해 인생이 저당잡히면서 저는 가족도, 집도, 사회에도 적응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자신감도 잃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지은 죄의 대가라면 달게 받아야겠지만 최소한의 희망은 남겨주어야 하는 게 아닌지 저는 묻습니다. 사회보호법이 계속되는 한 저희들의 절망은 계속될 것입니다. 제발 이런 참담한 날들이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조석영/청송감호소 출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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