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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갱이 푸른하늘 2003-07-26 10:37:23, Hit : 2305
Subject   한겨레21 펌) '노조탄압 한수 배우시죠'
“노조탄압 한수 배우시죠”

청구성심병원의 너무나도 잔혹한 노조 죽이기… 폭언·폭행에 시달린 조합원들 정신질환 앓기도

2003년 대한민국에서 노조활동을 하려면 정신질환을 각오해야 한다면…. 그것은 실제상황이다. 청구성심병원 노조원 절반이 병원쪽의 가혹한 탄압에 적응·수면장애 진단을 받았다. 도대체 어떻게 노조를 탄압하는 것일까.


2003년 7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노조활동을 하려면 정신질환에 걸릴 각오를 하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라거나 “정신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힐난하지 않을까.

그러나 2003년 7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노조활동을 하기 위해 식칼테러의 위협과, 똥물을 뒤집어 쓸 위험과, 정신질환의 가능성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곳이 있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는 청구성심병원(이사장 김학중)이 그렇다. 병을 치료해야 할 곳에서 도리어 환자를 만들어냈다는 사실과, 노조활동이 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는 사실 모두 충격적이다.

이 병원 노동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청구성심병원지부)이 “장기간의 노조탄압으로 조합원의 절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7월7일이었다. 이들은 집단산재 인정과 함께 이 병원 이사장인 김학중씨의 형사처벌도 촉구했다.


조합원 절반이 정신과 진료 받아




사진/ “노조활동 하려면 정신질환 감수하라?” 지난 3월5일 청구성심병원 불법 노동행위 근절 공대위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한겨레 이정용 기자)


현재 청구성심병원 노조 소속 조합원은 모두 20명. 병상 200여개, 직원 200여명 규모의 병원에 너무 적은 수치다. 지난 2년 사이에 20여명의 조합원이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조합원 수가 급격히 줄었다. 회사쪽의 조직적이고도 폭력적인 노조탄압이 원인이었다.

노조쪽은 남아 있는 조합원 20명(여성이 19명) 가운데 10명이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결과,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 적응장애’(9명)와 ‘비기질성 수면장애’(1명)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9명은 이날 서울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에 따른 요양급여 등을 청구했다. 정신질환을 이유로 집단 산재신청서를 낸 것은 산재제도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적응장애’란 감당하기 힘든 강력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응하는 데 심각한 곤란을 느끼는 정신과적 질환을 뜻한다. 흔히 이혼, 사업실패, 교통사고, 시험낙방 등이 원인이라고 알려졌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가족간의 불화나 이사, 전학 등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는 외적 상황이 벌어질 때 생긴다.

이 때문에 적응장애는 우울, 불안, 긴장, 초조, 공포, 두근거림, 소화불량, 변비, 두통, 불면, 공격적 행동, 대인관계 회피 등의 신체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사회적·직업적 기능장애가 나타나거나 몸의 이곳저곳이 아프기도 한다.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조합원들이 “병원 근처에도 가기 싫다”거나 “병원 얘기만 나오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등의 반응을 자주 보인 것도 괜한 말이 아니었다.

조합원 14명 가운데 7명을 ‘적응장애’로 진단한 배기영 박사(동교신경정신과 원장)는 “적응장애를 겪고 있는 조합원들의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할 만큼 증상이 심각했다”며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응장애로 진단받은 조합원들은 장기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기 때문에 3개월 이상의 상당한 기간 동안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벗어나 안정을 취하면서 전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며 “작업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면 치료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에서도 청구성심병원의 노조탄압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특히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는 사용자쪽의 폭력적 대응은 ‘전근대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인간적 노조활동 탄압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한 조합원은 병원 주최 수련회에서 집단폭행을 당한 경험을 고백했다. 여러 조합원들이 병원관리자나 비조합원 직원들한테서 원색적 욕설과 모욕적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병원 전체 직원들로 구성되는 ‘원우회’ 가입에 제한을 둔다든지, 같은 부서의 회식에도 참여시키지 않는 등 ‘집단 따돌림’을 공공연히 벌인 사례도 보고됐다. 이 밖에도 승진과 업무의 노골적 차별도 문제되고 있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통한 일상생활의 감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병원쪽은 심지어 노조활동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특정 과를 아예 없애버리려고 했던 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병원쪽의 답변을 듣기 위해 이병숙 행정부장(간호부장 겸임)과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취재를 거부하는 바람에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적응장애를 직접적으로 불러온 이같은 노조탄압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사실 청구성심병원의 노조탄압 역사는 길다. 1998년에는 회사쪽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여성이 대부분인 노조원들에게 식칼테러와 똥물투척 사건을 일으켜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김학중 이사장은 98년도 민주노총이 선정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사진/ 지난 7월19일 청구성심병원 노조원들이 집단산재 인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왼쪽,이용호 기자). 조합원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서를 제출하는 모습(오른쪽,한겨레 황석주 기자).



법원 판결도 속수무책… 특별감독은 힘 쓸까


노조활동 탄압의 논란 속에서 이뤄진 법적 공방에서 그동안 법원은 줄곧 노조쪽 손을 들어줬다. 노조가 병원쪽의 부당노동 행위와 관련해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병원쪽은 노조에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판결을 최근 내렸다. 대법원도 지난 7월4일 “병원 당국이 조합원들에게 노조비방 유인물을 배포하고 노조 탈퇴를 강요한 것은 부당노동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동부 서울노동청 산하 서부노동사무소가 7월22일부터 4일 동안 청구성심병원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노조쪽에서 문제를 제기한 내용 이외에도 사용자쪽이 노동법 전반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를 강도 높게 조사하는 절차가 특별근로감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서부노동사무소 관계자는 “5~6명의 근로감독관을 집중 투입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해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사업장에서 노조활동 탄압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조설립의 자유와 노조활동의 보장은 한 사회가 문명사회인지 아닌지를 가름하는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적응장애]당신도 불안에 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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