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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i 2010-04-05 01:35:16, Hit : 2396
Subject   '쏘다'가 정의다 - 백무산
'쏘다'가 정의다

                                     백무산



우연히 총 한 자루가 생겼을 때

어떡하든 나는 총을 쏘아볼 생각만 했다

칼 로는 무도 썰고 죽창으로는 콩도 심지만

총은 쏘는 일밖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장치다

그래서 '총'은 '쏘다'와 같은 말이다



'쏘다'를 볼 때마다 쏘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방아쇠처럼 기계적이다

쏠 이유는 그다음이다

존재가 '쏘다'이므로 이유는 종종 무시된다



그러나 쏘는 일은 아주 위험해서

자칫 총알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으므로

쏘는 이유와 명분에 '정의'의 이름을 부여해야 한다

이데올로기가 구성되는 과정과 같다



조용한 마을에 군사기지가 들어오는 것은

이제 생각지 않았던 전쟁을 생각하자는 말이다

'쏘다'가 손에 들려 있으므로 어떡하든

쏠 생각을 해보자는 말이다



전쟁 때문에 군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있으므로 전쟁을 생각하는 것이다

총을 든 자에게는 '쏘다'와 '정의'는 언제나 같은 말이다



세상의 어떤 침략전쟁도

정의의 전쟁이 아닌 것이 없고

성전(聖戰)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정의의 '쏘다'는 없다

'쏘다'가 정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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