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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닉 2003-04-18 13:03:49, Hit : 2809
Subject   내가 국적포기각서에 서명하는 이유
이 글은 제가 한겨레 웹사이트의 "왜냐면"에 기고한 글입니다


내가 국적포기각서에 서명하는 이유
- 매닉

    반전 인간방패로 이라크에 머물렀던 배상현씨와 임영신씨의 국적포기선언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국적포기선언의 배경에는 강대국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다른 나라의 주민들을 살상하는 반인륜적인 행위에, 한국이 또한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동참하는 것에 대한 비참함과 분노가 놓여져 있다. 인간방패로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에 가서 인종, 민족, 국가의 굴레를 모두 던져 버리고 이라크 주민들과 함께 생사를 같이한 이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선택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명 이들은 그 곳 주민들과 각 국에서 온 인간방패들과 민족, 국가, 인종을 뛰어넘어 같이 호흡하고 연대하면서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에 동조하는 국가주의, 애국주의라는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인간적 감수성을 발견했으리라.
   파병 논란과 그에 따른 이들의 국적포기선언, 또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거의 모든 담론들이 국가와 민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또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파병 찬성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고 파병 반대도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심지어 배씨와 임씨의 국적포기선언 또한 어떤 애국심을 담보로 할 때만이 정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러한 편협한 국익을 위한 행위가 타 국민을 상대했을 때에는 "그들"을 위한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중동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겉으로는 그들의 민주화를 위한 해방전쟁이라고 떠들어대는 미국의 이번 대 이라크 전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어찌되었건 전쟁의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힘없는 이라크 주민들, 그들뿐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일반화된 국가폭력의 역사를 잘 알면서도 편협한 애국심을 조장하는 위정자들에게 우리들 자신을 맡겨야만 하는가! 노엄 촘스키의 말처럼 그들에겐 국민은 없는데도 말이다.

국적포기의 의미

    먼저 실질적으로 국적포기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태어나자마나 출생신고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게 된다.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다른 국적을 취득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내가 알기론 국적 자체의 포기, 소위 무국적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예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방법 이외에는 어떤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국적이란 하늘이 내린 숙명과도 같아서 국적포기를 선언한다는 것은 현실적이라기 보다 매우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상징성에 대해서,
    첫째, 국적 포기 선언은 배씨와 임씨처럼 국가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다. '나는 평소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했으나 이번 파병으로 인해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 따라서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이 이면에는 국가의 존재란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행위를 통해 정당화된다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 존재의 정당성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조건적이라는 것이다. 배씨와 임씨의 선언에 충격을 받은 일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그들이 매국노라느니, 진짜 국적을 포기하는지 두고 보겠다느니 하는 욕지거리로 그들을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이러한 알맹이 없는 비판은 독재 정권 시대부터 전략적으로 심어져와서 이제는 그 뿌리조차 보이지 않게 깊이 박힌 무조건적 애국심을 반증할 뿐이다. 왜 국적을 포기하는가 하는 그 배경과 조건에 대한 논의보다는 국적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이고 불쾌할 뿐이다.
    둘째, 국적포기는 국가가 보장하는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배씨와 임씨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국적이 없으면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가질 수가 없다. 또 여권과 비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의 여행도 불가능하다. 언뜻 보기에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렇듯 여러 가지 권리 (노동할 수 있는 권리, 여행할 수 있는 권리 등등)를 보장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말이 권리이지 구속력에 다름이 아니다. 국적이란 근본적으로 스스로를 자승자박하고 그것을 권리라고 칭하는 모순을 내포하지 않을 수 없다. 구속력이 마치 권리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매우 배타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 자유롭게 여행할 수도 일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수십만의 이주 노동자들을 생사의 궁지에 몰아넣고 탄압하는 근거가 된다. 이렇게 소수자를 배제하고 억압해서 얻어낸 권리라면 그것이 폭력배가 한 동네를 차지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통행세를 뜯어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따라서 국적포기선언은 이러한 배타적 권리, 다시 말해 "국익"이라고 일컬어지는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국익이라는 허상

   그렇다면 너도나도 떠들어대는 국익, 이 전쟁이 부당하다는 걸 알지만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들이대는 이 국익의 정체는 무엇인가? 국익이란 정작 누구의 이익인가? 국익은 결국 모든 일반 국민의 이익으로 돌아가는가? 국익은 보통 사람들이라고 하는 택시, 버스 운전사, 길거리의 노점상, 일반 노동자들, 회사원들,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도 돌아가는가? 몇 년 전 우리는 IMF라는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구조조정과 신자유주의 정책은 필연적이고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잘리고 그 동안 군사 독재시대를 참아가며 국민이 묵묵히 일구어놓은 국가 기간 산업들이 송두리째 탐욕스런 자본의 손에 넘어갈 지경에 놓였다.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위한 이른바 노동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50 퍼센트를 넘어서게 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박봉에다 언제 어떻게 잘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 덕에 돈놀이해서 재미를 본 사람들은 그 부를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다. IMF와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심화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고도 우리는 국익을 내세우는 국가의 정책이 국민 대다수를 위한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IMF로 직장에서 잘리고 노점상을 차렸다가 다시 거리 환경미화를 이유로 거리에서조차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월드컵은 바로 국익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희생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도대체 얼마를 희생해야 국익은 바로 나의 이익으로 돌아오는가? 미군에 의해 두 여중생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희생 당하고있는 상황에서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미국과 계속 공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리의 위정자들은 말하는데,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체제 보장만이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보이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 우리의 대한민국의 정치가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다른가?

국가는 절대선도 필요악도 아니다.

    내가 서명하는 국적포기각서의 의미는 어쩌면 배상현씨와 임영신씨와 다를 수도 있다. 나는 국가와 국민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차원이 아니라 앞에 열거한 모든 이유에서 국가 존재는 필요악도 될 수 없다는 입장에 있다. 나에겐 나 자신과 나 자신을 둘러싼 이웃들이 소중하다. 나와 나의 소중한 이웃과 친구들이, 우리를 보호하고 그 이익을 보장해준다는 국익이라는 허상에 넘어가 온갖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에 동조하며 근본적인 도덕적 의지와 비폭력적 감수성을 죽이고 또 전시에는 전쟁기계의 부속품이 되어 희생되기를 원치 않는다. 나는 그동안 아나클랜(anarclan.net) 친구들과 이러한 입장에서 전쟁과 군대를 반대하고 파병을 반대해왔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들도 많이 있고 또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전쟁이란 국가가 그 폭력적 본질을 스스로 드러내는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모두들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국가의 전쟁기계를 멈추기 위해서는, 국력을 키워 전쟁을 억제하자는 차원도 아니고(이러한 주장은 미국과 똑같이 되어 "방어전쟁"을 하자는 말이다) UN과 같은 국가와 국가 차원의 협의기구도 아닌, (이미 UN은 전쟁을 억제하지 못한다.) 오직 "국민도 시민도 노동자도 나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잡민"들의 광범위한 연대만이 진정한 길이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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