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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7-15 21:04:45, Hit : 804
Subject   용산5동 19번지에 흐르는 피눈물(펌)
용산5동 19번지에 흐르는 피눈물(펌)
권용호 07-14 11:18 | HIT : 27



용산이 소란스럽다. 도심재개발의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개발사업들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은 지난 3월에 분양된 '시티 파크'일 것이다. 세계일보사 터에 들어서게 될, 지상 33-43층에 이르는 거대한 주상복합아파트 5개 동으로 이루어지는 '시티 파크'의 분양에는 300 대 1이 넘는 경쟁율에 7조 4천억원의 증거금이 몰려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바로 그 곁에 더 큰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지상 34-40층에 이르는 거대한 주상복합아파트 6개동으로 이루어지는 이 단지의 이름은 '트라팰리스'이다. 이 단지가 들어설 곳은 용산5동 19번지이다. 이곳은 말하자면 낮은 곳에 있는 '달동네'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낡고 허름한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곳이 2007년에는 서울에서 가장 비싸고 화려한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로 바뀌게 된다.

법적으로 이 건설사업은 '용산공원 남측 도시환경 정비사업'으로 추진된다. 무엇을 어떻게 '정비'한다는 것인가? 우선 '정비'란 낡고 허름한 주택들을 모두 없애고, 그런 주택들을 오밀조밀하게 이어주는 골목길들을 모두 없애고, 나아가 그런 주택들과 골목길들이 자리잡고 있던 땅 자체를 아예 모두 없애는 것을 뜻한다. 또한 '정비'란 땅을 깊고 넓게 파서 기반을 다지고, 엄청난 양의 철근과 시멘트를 써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것을 뜻한다. 결국 '정비'란 이른바 '부동산 고부가 재개발'을 뜻하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식의 재개발에는 명암이 짙게 갈린다. 땅 주인이나 집 주인은 갑작스레 돈벼락을 맞는 반면에 세입자들은 졸지에 주거공간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양쪽의 갈등은 흔히 극단적 양상을 보인다. 돈을 벌게 된 땅 주인이나 집 주인은 저항하는 세입자를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없게 만드는 걸림돌로 여긴다. 그래서 철거용역들을 불러서 강제로 집을 철거하고 세입자들을 내쫓으려 한다. 노숙자가 될 처지로 내몰린 세입자들은 이에 맞서 철탑을 쌓고 새총을 쏘고 화염병을 던진다.

이 무시무시한 투쟁을 우리는 지긋지긋하게 봐왔다. 사당동에서, 신내동에서, 도화동에서, 청량리에서, 상계동에서, 사실상 서울의 모든 곳에서 우리는 이 무시무시한 투쟁을 봐왔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이 나라에서 세입자란 어떤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 세입자는 '언제라도 노숙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물론 모든 세입자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도시환경 정비사업' 지역의 세입자를 가리킨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은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

아주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의식주'가 인간답게 살기 위한 3대 기본욕구라고 가르치고는 있지만, 이 나라에서 주거권은 있는 자들이나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차라리 주거권이라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것이 낫다. 그 쪽이 훨씬 속이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라도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일해야 한다.

동네 복판에 수백살 먹은 아름다운 은행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용산5동 19번지에서, 2007년부터는 '트라팰리스'라는 화려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단지로로 잘 알려질 그곳에서, 지난 20년 동안 서울의 곳곳에서 끝없이 되풀이되었던 투쟁이 다시금 벌어지고 있다. 대형 망치로 무장한 철거용역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집을 부수고 세입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사실 1994년에 재개발조합은 세입자들의 임대주택 입주를 약속했다. 그러나 2001년 7월에 서울시가 이곳의 토지용도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꿈에 따라 황당하게도 이 약속은 무효가 되어 버렸다.

지금 용산5동 19번지의 세입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8조 2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일반주거지역'인 경우만 세입자를 위한 임대주택을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세입자들은 졸지에 임대주택을 잃고 어딘가로 정처없이 떠나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용산5동 19번지의 세입자들은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서울시는 세입자들의 억울함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어쩔 수 없다고만 하는가?

<글쓴이 : 홍성태 (초록정치연대 정책위원,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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