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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7-17 21:16:54, Hit : 1406
Subject   자신이 밑바닥에 있어야지.
“장일순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그런 법설집이 있는 줄도 몰랐을 거고, 물론 법설집을 챙겨서 봐야 되겠다는 생각도 안 났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장일순 선생님은 드러나지 않게 가르치는 좋은 스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월 선생에 대해서는 저는 사실 별 아는 게 없지만, 어떻든 그분의 행적과 말씀에서 느끼게 되는 것은 지극한 겸손과 철저한 소박성입니다. 그분은 늘 밑바닥에 계셨습니다. 우리가 입으로 밑바닥으로 가야 된다는 소리 백 번하면 뭐합니까. 자신이 밑바닥에 있어야지.  

  해월 선생이 생존하셨던 백년 전의 우리나라 상황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어떤 점에서는 지금이 더 위기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지금부터 100년 전 왕조말기의 상황은 정말 기막힌 상황이었겠지요. 소태산 대종사님도 그렇고 민족종교들이 탄생되던 때가 이런 상황이었는데, 아마 민족의 역사적 체험에서 가장 어려운 격변기였던 탓에 그런 근원적인 가르침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기막히게 캄캄한 어둠의 시절이었으니까요. 지금 우리는 그래도 서구 제국주의가 무엇인지, 자본주의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 산업기술사회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100년 전에는 무엇이 어떻게 닥쳐오는지도 모르는 가운데서 엄청난 소용돌이를 몸으로 겪어야 했단 말입니다. 느닷없이 긴 세월 동안 의지하고 있던 질서가 어이없이 무너지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서구문물과 제국주의의 공격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었거든요. 그 때 그 캄캄한 세상에서 길을 밝혀준 분들이 그 분들인데, 생각해보면 그런 분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힘 이외 하늘의 도움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그런데 해월 선생의 가르침에는 거창한 목소리도, 추상적인 소리도 없어요. 어떤 종교처럼 높은 데서 내려다보며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인 목소리가 아니에요. 해월 선생은 밑바닥에서 사람이 하루하루를 정직하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시대의 어둠을 뚫고 역사의 어둠을 뚫고 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어요. 일상적 노동에 충실하고, 어린애들 귀하게 생각하고, 약자들을 하늘처럼 섬기고, 베짜고 부엌일 하고, 밥하는 부녀자들의 일이 곧 하늘의 일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매일같이 쫓겨다니면서도 나무 심고, 새끼 꼬고, 짚신 만들고, 마당 쓸고, 구들장 고치고, 손님 하나 하나, 사람 하나 하나를 거룩하게 여기고, 아주 일상적인 일을 정성스럽게 하는 것이 세계를 구원하고 우리가 살 수 있는 활로라고 가르쳤단 말이에요. 거창하고  요란한 소리 안 했어요. 자기가 잘 낫다고 내세우는 게 조금도 없어요. 나는 우리가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가르쳐온 수많은 민족의 스승들이나 애국지사들과 해월 선생의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해월 선생의 가르침은 강자의 논리, 부국강병의 논리, 즉 모든 전통적인 권력주의를 배격하는 데 그 핵심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극히 여성주의적인 원리에 토대를 둔 가르침이지요. 이런 점에서 해월 선생의 가르침은 진정한 개벽사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해월 선생은 이른바 하늘로부터 천어(天語)를 직접 들은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만 그 마음이 지극히 소박하고 겸손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비우라는 이야기지요. 해월 선생의 법설집은 어떤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를 낮춰서 살아라"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기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것은 허깨비라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앞서거나 남들보다 위에 서고 싶다는 권력욕망이라는 게 결국 모든 사회적 죄악과 생태적 재난의 원인인 것 같아요. 그게 원죄라면 원죄가 아닐까 싶어요. 인간과 인간을 갈라놓고, 인간과 자연세계를 갈라놓고 있는 뿌리가 바로 자기가 제일이라는 심리, 거기에 맞물려 있는 권력욕망에 있다고 할 때, 해월 선생의 가르침은 이러한 권력욕망으로부터 우리가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답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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