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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자 2002-07-16 05:09:16, Hit : 1696
Subject   홍세화 - 신종 노동탄압의 실상
신종 노동탄압의 실상/홍세화  

지난 7월11일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실천시민연대, 사회진보연대 등 12개 인권단체는 발전노조 인권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보고서는 노동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가압류, 손배소송이 신종 노동탄압의 강력한 무기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노동자들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서약서를 징구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유린한 사실도 밝히고 있다.

민주노조에 대한 불법 규정과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신체적 탄압을 주로 했던 독재시대와 달리, 김대중 정권 아래의 신종 노동탄압은 직권중재제도 등 노동 악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유명무실화시키고, 가압류와 손배소송을 통하여 일반 조합원들에게까지 물질적, 정신적 압박을 준다는 점에서 훨씬 교활하고 발본색원적이다. 김 대통령은 지난 5월 비서관 회의에서 “불법폭력 노동운동을 용납해서는 안 되지만 구속만이 최선은 아니다. 불구속 기소나 민사소송 등 여러 가지 방안에 대해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데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 등 노조지도자들에 대한 구속에서 알 수 있듯이 김 대통령의 이 발언은 구속 탄압은 그대로 둔 채 민사소송을 통한 노동운동 탄압의 길을 확고부동하게 밝혀준 셈이 되었다. 민주노총은 지도층 구속 이외에도 현재 39개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1265억원의 가압류와 손배소송을 당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김 정권의 국정지표가 오늘날 노동운동계에 구현된 모습은 ‘구시대적 구속 탄압’과 ‘신종 탄압’의 병행 발전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철도, 전기, 가스, 통신, 병원 등 이른바 필수공익사업장의 모든 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할 수 있는 직권중재제도는 ‘헌법 위의 법’이고 ‘악법 중의 악법’이다. 이를 이용한 신종 노동탄압은 다음과 같은 수순을 밟는다. 최근의 경희의료원과 강남성모병원의 파업 장기화에서 다시 보여주었듯이,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 - 파업 - 직권중재에 의한 ‘불법파업’ 규정 - 노조지도자에 대한 구속영장과 가압류, 손배소송”으로 이어진다. 이 직권중재제도에 대해 서울 행정법원 제4부는 2001년 11월16일 “아예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봉쇄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케 함으로써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게 된다”고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휘하의 발전 사업장 사용자들조차, 아니 그들이 가장 앞장서서 이 제도에 바탕을 둔 가압류를 가장 악랄하게 행하고 있다. 노조나 노조 간부에 한정되었던 소송대상을 일반 조합원에게까지, 심지어는 조합원의 보증인에게까지 확대하여 전방위적으로 재정적,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가압류를 미끼로 노조탈퇴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조합원들에게 파업의 불법성을 자인케 하고 앞으로 ‘불법 파업’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강요하면서 “보직을 받지 못한다”, “징계위 심의시 불이익을 당한다” 등 위협을 가했다. 생계 위협을 통해 굴종을 강요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짓을 마다지 않은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그들에게 누가 눈길이나 주고 있는가? 무릇 정부 부처에서도 경제부문과 사회부문은 서로 견제하여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법이건만, 산자부(장관 신국환)가 신종 노동탄압에 앞장서고 있음에도 노동부(장관 방용석)는 무반응이다. 그리고 정략적이고 보수-수구적인 야당과 언론은 반인권적 노동탄압이 일어나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정권이 사회정의 요구를 억압하는 불의의 사회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은 치솟는 울분을 삼킨다.

홍세화/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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