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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3-11-01 02:23:36, Hit : 2895
Subject   비폭력 직접행동은 무엇인가?
비폭력 직접행동은 무엇인가?

국가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는 한국인 아나키들을 국가보안법으로는 잡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말이 없다면 지금 방금 생긴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이적단체에 가입해서 반국가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행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 이적단체란 주로 북한의 노동당을 뜻하는데, 아나키는 노동당에 가입하는 것은 고사하고 위계적인 조직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형법에도 조직의 정의는 '2인 이상이며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모임'으로 나와있다. 아나키들은 보통 지휘통솔체계를 거부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모여도 법적인 의미의 조직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습게도, 아나키들이 아무리 모여있어도 조직사건으로는 잡아넣을 수는 없다는 농담도 나오는 것이다. (이 농담 역시 없다면 지금 방금 새로 생겨난 농담이다) 그렇다면 아나키들은 의미있는 정치적 실천을 어떤 방법으로 펼칠 것인가? 답은 바로 '직접행동(direct action)'이다. 즉 정치적 방법론에 있어서 아나키들은 주로 '직접행동'을 채택한다.
직접행동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기타 정치적 방법론들과 대비시켜 설명해보자. 먼저 롭 스패로우라는 사람이 쓴 '아나키 정치학과 직접행동'이라는 글의 첫구절을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직접행동은 정치적 방법론의 영역에서 아나키들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다. 개혁주의자에게는 그들이 신봉하는 투표함이 있고, 자유주의자들에게는 로비활동과 편지쓰기 활동이 있으며, 관료들은 "적절한 채널"을 통해 일을 추진하며,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전위정당이 있다면 아나키들에게는 바로 직접행동이 있는 것이다. 아나키즘과는 다른 정치적 경향을 갖는 쪽에서도 직접행동을 방법으로 채택할 수는 있지만 직접행동의 역사적 기원을 놓고 볼 때나 직접행동을 가장 적극적이고 단호히 옹호해온 사람들은 역시 아나키들이다."
http://www.spunk.org/library/intro/sp001641.html

물론 위에서 나온 것처럼 직접행동을 한다고 해서 모두 아나키라고 부를 수는 없다. 평화활동가도 생태활동가도 여성활동가도 사회주의자도 모두 직접행동을 한다. 다만 위계적이지 않은 자율적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 아나키가 다른 정치적 방법론들과 대별되는 고유한 특징이라면 그런 의미에서 직접행동은 가장 아나키적인 활동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직접행동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직접행동의 반대선상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자. 먼저 '간접행동'이 있을 것이다. 간접행동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예를 들어 투표행위를 통해 대리자를 선출하고 대리자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힘을 발휘하는 것 등이다. 직접행동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실천에 옮기는 것을 뜻한다. 또한 직접행동은 군대 등을 동원해 벌이는 '조직행동'과도 다르다. 위계질서가 명확하고 상급자의 통솔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행동의 다른 예들로는 파업을 깨기 위한 구사대의 활동이나 철거민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용역깡패 등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을 지적해 보자면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직접행동은 '개인행동'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나키를 개인주의로 치환시켜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즉 아나키를 조직을 싫어하는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정치적 경향으로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연동되어 직접행동 역시 어떤 조직적인 행동이 아니라 개인들의 행동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 예를 들면 직접행동하면 절망에 빠진 개인이 벌이는 무모한 테러 등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사실 직접행동에 대한 커다란 오해라고 볼 수 있다. 아나키가 개인주의와 등치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직접행동은 한 사람의 행동을 뜻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직접행동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일반적으로 직접행동은 소규모 그룹을 통해 이뤄진다. 이 소규모 그룹은 친교모임일 수도 있고, 동아리일 수도 있으며, 또는 한시적으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단순한 모임일 수도 있다. (직접행동의 근간이 되는 이런 모임을 영어로는 affinity group이라고 부른다) 직접행동이 가능하려면 지휘통솔체계가 있는 커다란 조직이어서는 불가능하다. 조직이 커지면 거의 반드시 위계질서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위계질서가 있는 모임에서 직접행동은 타율적인 것으로 변질되어 그 의미를 잃고 만다. 직접행동에서 중요한 것은 모임 참가자들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의견에 기반한 결정이 내려졌을 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실천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직접행동이 아나키와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이처럼 중앙집권적인 거대 조직을 분산적이고 탈중앙적인 소규모 모임들의 자율적인 연대 네트워크로 대체시키려는 아나키의 활동목표와 직접행동의 활동원리가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직접행동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가부장제 또는 국가가 없는 사회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스스로를 통치하고 지배나 위계질서는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훌륭한 방식이다. 그렇다면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직접행동을 하게 되는가? 예를 들어 5명의 직접행동 평화활동가들로 구성된 모임이 있는데, 지금 이들 앞에서 이스라엘 불도저가 팔레스타인 마을을 깔아뭉개려 들어오고 있다고 해보자. 이 모임의 구성원 '궁'은 저걸 몸으로 막아야 하며 절대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상'은 몸으로 막되 마지막 순간에는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각'은 몸으로 막는 시늉만 하다가 적당히 때를 봐서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치'는 막는 것보다는 사진 등을 찍으며 실상을 외부에 알리는 것에 주력하자고 하고, '우'는 무서우니 어서 자리를 피하자고 애걸을 한다. 이럴 경우 이 모임은 어떤 직접행동을 하게 되는가? 먼저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 충분한 토론이 이뤄진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직접행동은 소규모 모임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 사안들에 대해 일상적인 토론이 가능할 것이며, 중요한 상황들에 대해서는 미리 충분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토론을 통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서서히 의견의 접근을 이뤄나가고 마침내 만장일치로 하나의 의견을 채택해 그것에 따라 행동을 하면 된다. 이것을 위해 '60초 토론' 등의 방식을 동원해 의견을 좁혀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만약 의견의 일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구성원 전체가 하나의 직접행동으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몇 개의 직접행동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심할 경우 5개의 서로 다른 직접행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모임을 이루고 다음 직접행동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접행동에 참가하는 이런 소규모 그룹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일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직접행동이 모임들의 고립, 분산된 활동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면 서로의 상호작용에 따라 한 모임이 가진 부족한 점들을 메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은 보다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을 수 있고, 다른 모임은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므로 모임들 간의 교류는 필수적이며, 또한 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임들 사이에서는 상황을 보다 총체적이고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 모임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것이다.
활동가들 사이에서 직접행동은 주로 비폭력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은 폭력적 직접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폭력은 기본적으로 위계질서가 자리잡고 있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생긴다고 볼 때 불평등을 없애나가기 위해 직접행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폭력에 의존한다는 것부터 모순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폭력을 수반한 직접행동은 구체적으로 테러 등의 형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폭력적 직접행동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팔레스타인 땅에 강제로 들어와 자신들의 세력을 야금야금 넓히고 있는 이스라엘의 점령자(또는 입식자, settler)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최신 무기로 무장한 채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공격하고 살상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가진자들과 권력층이라는 것을 생생히 알 수 있다. 사실 억압을 받는 사람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폭력의 수단조차도 쉽게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설령 폭력의 수단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지배자들이 가진 폭력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폭력을 사용하는 것도 자위의 수단에 제한된다.
팔레스타인에서 일하는 평화활동가들이 비폭력 직접행동을 명확한 방법론으로 채택하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폭력적 조직행동과 가장 명쾌히 대비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힘을 이용해 약자를 깔아뭉개지만 가진 것이 몸뿐인 피억압자들과 이들의 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비폭력 직접행동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부에서 '비폭력은 개량 투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여러 차례 제기된다. 비폭력하면 마틴 루터 킹이나 간디를 떠올리며 이것이 투쟁이냐고 비아냥거리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비폭력 직접행동은 무저항과는 전혀 다른 말이며, 비폭력 직접행동은 어떤 저항활동보다도 적극적인 저항활동이 될 수 있다. WRI-Korea 홈페이지 (http://wrikorea.wo.to ) 자료실에 보면 Gene Sharp라는 사람이 정리한 198가지 비폭력 투쟁방법이 나온다. 이것들을 하나하나 참조해 보면 비폭력 직접행동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저항활동이 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낙서하기, 저속한 몸동작 하기, 퇴장, 침묵, 일 안하기, 예금 인출, 납세 거부, 맡겨진 일만 하기, 동맹휴업, 불복종, 단식, 토지점거, 쓰레기 투기, 행정업무에 과부하 걸기 등등.
그렇다면 이런 비폭력 직접행동들이 견고한 체제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힘으로 전화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답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여기서는 자율적 네트워크가 가진 힘에 주목하자는 말로 결론을 대신하고 싶다. 실천을 통해서 우리는 발전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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