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클랜 게시판/링크/물물교환/파일공유/아나키즘 읽기자료
잡민잡론잡설/안티 다국적기업/관리자방/English

아나키즘저널발행준비위원회/투쟁과집/투쟁과밥/군대반대운동
아나키FAQ번역프로젝트/재활센터/여고생해방전선/전쟁저항자들

View Article     
Name
  보스코프스키 2008-01-17 21:46:57, Hit : 2692
Link #1    http://eplatform.or.kr/jsp/fcolumn/fcacs03.jsp?id=20061221110548999
Subject   [이스트플랫폼]국가보안법 유감
[황상윤의 '삐딱하게 세상보기']
국가보안법 유감
2006-12-21 ㅣ황상윤/중앙대 철학과 강사  

        
  


2004년 겨울이었다. 그때 나는 여의도에 있었다. 천여 명의 동지와 함께 칼바람을 맞으며 20여 일 간 단식투쟁을 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서다. 마지막에는 물도, 소금도 끊었다. 이 일은 처연하게 아름다운 투쟁으로 내 가슴 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 당시 말도 많았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올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 때문에 비정규직 투쟁이 진행되지 않았다. 다양한 비판이 있었다. 물론 나는 이런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강력하게 투쟁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가슴에 사무치는 비판이 하나 있다. 어쨌든 우리는 패배했다는 것이다.  




그랬다. 2004년 겨울 우리는 패배했다. 우리의 목소리는 한반도 전역에서 울려 퍼지지 않았다. 우리의 목소리는 섬이었다. 여의도라는 작은 섬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국가보안법을 끝내 철폐하지 못했다. 우리가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2006년 겨울 국가보안법은 우리의 목을 겨누고 있다. ‘일심회’라는 간첩단 사건으로 국가보안법은 유령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다. 6.15공동선언 이후 최대의 간첩단 사건이라는 타이틀을 내걸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 12월 9일 오후 2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의 날 기념 국가보안법 폐지와 공안탄압 분쇄 결의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국보법 폐지를 외치는 둥근 피켓들 들고 있다. 2006.12.09 ⓒ 민중의소리



2006년에도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투쟁은 섬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 안에 갇혀 있다. 당사 안에 갇혀 이러 저러한 말들만 많다. 이 기회에 진보진영도 스스로 정화해야한다는 비판도 있다. 간첩행위를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범죄는 행위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범죄가 구성되려면 행위가 있어야 한다. 행위 없이는 어떤 범죄도 구성될 수 없다. 어떤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범죄냐 아니냐를 판별해야 한다. 검찰 측 주장에 의하면 ‘일심회’ 사건에서 행위는 이런 것이다. A가 B에게 C라는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범죄인 것은 아니다.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름을 누군가에게 알려주었다고 범죄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내가 대한민국의 수도 이름을 누군가에게 알려주었다고 범죄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내가 보수 일간지의 사설을 스크랩해서 누군가에게 전해주었다고 범죄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내가 꿈꾸는 미래 사회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누군가에게 전해 주었다고 범죄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A가 B에게 C라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범죄가 구성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단 하루라도 정보를 주고받지 않는 사람은 현대 사회에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A가 B에게 C라는 정보를 제공’한 사건의 범죄여부는 C라는 정보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행위를 했다고 다 범죄인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범죄 여부가 결정된다.




하나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어느 정당이 있다. 그 정당이 한나라당이건, 열린우리당이건, 민주노동당이건 상관없다. 더 나아가 공화당이라도 괜찮다. 그 정당의 당원명부를 관리하는 담당자가 있다. 그 담당자가 개인적인 이유로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가 첨부된 당원들의 명단 전체를 어느 광고 대행업체에 넘겼다. 범죄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발생한 범죄는 다른 것이 아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들의 인권이 침해된 것이다. 이 범죄는 개인정보 보호와 개인들의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간첩단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가안보가 침해당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가 정보를 넘긴 회사가 대한민국 광고 대행업체가 아니라, 미국 업체라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미정보국에서 운영하는 업체라도 동일하다.




국가보안법은 행위가 아닌 ‘누구’에 의해 판단한다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북한 공작원 혐의’라는 ‘누구’의 문제가 결합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개인 인권침해 문제는 사라지고, 간첩단이라는 국가 안보의 문제가 등장한다. 무슨 행위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했는지만 중요할 뿐이다.




예전에 황태성이라는 북한 공작원이 남파되었다. 그리고 북한 공작원이라는 이유로 사형 당했다. 그는 공작원으로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의 임무는 다른 것이 아니다. 그는 박정희를 만났다. 김일성의 생각을 전달했고, 박정희의 생각을 들었다. 이것이 남파된 공작원인 그의 임무 전부였다. 그리고 사형 당했다.




그가 사형당한 이유는 그가 한 행위 때문이 아니다. 그는 박정희를 만났기 때문에 사형당한 것이 아니다. 김일성의 생각을 전달했기 때문에 사형당한 것이 아니다. 박정희의 생각을 들었기 때문에 사형당한 것이 아니다. 그가 사형당한 이유는 그가 한 행위 때문이 아니라, 그가 북한 공작원이었기 때문이다. 범죄 여부를 행위에 의해서 판단한 것이 아니라, 누구냐에 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행위에 의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냐에 따라 판단하는 야만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랑 ‘무엇을 했느냐’는 더 이상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이 국가보안법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개인의 인권침해조차, 개인은 사장 시켜버리고 간첩단이라는 국가 안보문제로 둔갑시키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이젠 안녕... 제발...




국가보안법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물질적 삶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조차 지배한다. 그래서 총체적인 우리의 삶 전체를 지배한다. 국가보안법 아래에서는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구’에 의해 판단하는 야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개인의 인권침해를 간첩단이라는 국가안보의 문제로 둔갑시키는 야만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일한 진보정당이라고 자처하는 민주노동당도 예외는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검찰의 기소 사실이 전부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지 간첩단 사건이 아니다”라고 민주노동당은 말하지 않았다. “백번 양보해서 검찰의 기소 사실이 전부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 사건은 개인의 인권침해 사건을 간첩단 사건으로 조작한 명백한 공안탄압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누구는 진상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피의자들이 행위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진상조사는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간첩단과 국가안보라는 국가주의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는 일이다. 그랬을 때만이 개인의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자리할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생겨날 것이다.




개인의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자리할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확보되었을 때만이 진정한 진상조사도 가능할 것이다.



황상윤 45jung1004@hanmail.net


http://eplatform.or.kr/jsp/fcolumn/fcacs03.jsp?id=20061221110548999




No
Subject
Name
Date
Hit
5490    비폭력 직접행동은 무엇인가? 돕헤드 2003/11/01  2802
5489    희귀병 환아의복요약 의료보험 적용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세요 死生決斷 2007/10/02  2789
5488    軍(군)내 동성간 성추행 심각 [8] 조타로 2002/09/25  2784
5487    some tips about this message board dope 2001/12/20  2783
5486     세르게이 드라구노프 2008/06/04  2772
5485          [re] 대북전단 관련한 논제 박훈인 2011/05/25  2765
5484    freeschool table at rave? [1] nancy 2001/12/30  2763
5483    최보은의 충격선언 "박근혜 찍는 것이 진보" [19] dope 2002/03/16  2762
5482    여고생해방전선의 나아갈 길 School Girl Liberation Front 돕헤드 2001/12/22  2738
5481      [re] freeschool table at rave?[해석]-translation2korean bung어 2001/12/31  2730
5480    히모리씨의 죽음 Manic 2002/04/17  2719
5479    Hey dopehead 이정상봉 2001/12/23  2713
5478    인터넷내용등급제는 인터넷에서의 정보접근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보사회의 국가보안법입니다 돕헤드 2001/12/22  2700
   [이스트플랫폼]국가보안법 유감 [1] 보스코프스키 2008/01/17  2692
5476    a small anarchist's dream dope 2001/12/24  2683
5475    직접행동이란 [3] 매닉 2003/01/13  2682
5474    [최원][리뷰] 그래도 여전히 나는 윤소영 교수를 존경한다! 보스코프스키 2008/06/27  2680
5473    [추천] 자본주의의 대안, 참여경제 '파레콘' 돕헤드 2003/09/08  2664
5472    매월 마지막 일요일 저녁 7시 용산참사 현장 레아에서 아나방 모임을 합니다 [1] 아나방 2009/08/03  2660
5471    one of my slogans [10] dope 2001/12/27  2660
5470    이번 일요일 새벽 아나클랜 접속이 잠시 중단됩니다 [3] dope 2002/01/05  2647
5469    우리동네는 아직도 오란-씨를 팔아 [4] 승희 2002/01/03  2647
5468    김선일 [4] 아낰 2004/06/23  2632
5467    어제밤 꿈에. [4] 은국 2003/09/18  2623
5466    하긴 각자 놀기엔 아나키즘이 아까우니까.. 승희 2001/12/23  2620
5465    우리의 허기, 여기서 채우자 dope 2001/12/27  2606
5464    [컬티즌에서 퍼옴] 다마와 해바라기 dope 2002/04/11  2583
5463    혹시 이곳에... [5] 바카 2003/02/14  2564
5462    some kinky things. bung-oh 2002/01/02  2564
5461    평택 대추리 빈 집 꾸미기 사진. [2] jerrybuilt 2006/07/03  2547
5460    "아우또노미아는 전 인류적 대안이다" 오마이뉴스 2003/09/18  2545
5459    [펌] 자유학교 모임 안내 Freeschool meeting info dope 2002/01/05  2544
5458    그리고 통합게시판이란거 Ohho 2001/12/20  2534
5457    새해엔 무국적자가 되고 싶어요 [6] dope 2002/01/02  2532
5456    재생 A4용지 구입에 대하여. [3] 조각조각 2008/05/14  2529
5455     [1] 판다 2003/12/01  2525
5454      [re] new free school-[translation] [5] bung어 2001/12/31  2520
5453    인간 쓰레기 그리고 독재? [6] 아낰 2004/03/21  2511
5452    효순이 미선이와 김선일 [12] 2004/06/24  2505
5451    6월 15일 투쟁대회 일정 [1] 돕헤드 2002/06/14  2499
Prev [1][2][3] 4 [5][6][7][8][9][10][11][12][13][14][15]..[141] Next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life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