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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22 22:17:14, Hit : 997
Subject   야만적이고 예술적인 용산참사 현장 - 철거된 가게 앞 텃밭, 새싹이 돋았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원문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77859&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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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이고 예술적인 용산참사 현장 - 철거된 가게 앞 텃밭, 새싹이 돋았다  
[용산, 우린 떠날 수 없다 ⑤] 무너진 용산을 '마을'로 만드는 레아 사람들

09.07.22 16:41 ㅣ최종 업데이트 09.07.22 16:41  권박효원 (10zzung)



  
▲ 13일 오후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맞은편 골목으로 고등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철거용 임시벽에는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 등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있다.
ⓒ 권박효원  용산참사


  
▲ 빈 가게에 차려진 '아빠의 청춘 용산포차'. 철거된 가게들의 그림과 주인들이 메뉴판에 그려져있다.
ⓒ 권박효원  용산참사


  
▲ 4월 23일, 용산 남일당 건물 옆으로 주민이 걸어가고 있다.
ⓒ 권박효원  용산참사


안 가본 사람에겐 의외겠지만,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일대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주변 건물을 둘러싼 철거용 임시벽(펜스)에는 열사들의 얼굴이 벽화로 그려져 있고, 꽃도 나비도 그려져 있다. 한쪽에는 거울이 붙어 있어 용산을 지나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 버리고 간 침대 매트리스에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좀 더 뒤편으로 가면, 빈 포장마차집이 있다. 이곳도 재미있다. 입간판에는 '아빠의 청춘 용산포차'라는 상호가 새로 적혔다.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메뉴판 대신 '류모텔', '참야콘 왕냉면', '나리네 반찬' 등 사라져간 가게들의 이름과 그 주인들이 그려져 있다.

서울 도심인데 텃밭도 있다. 지난 6월 10일 문화예술인 행동의 날에 아스팔트를 뒤집고 흙에 직접 채소를 심었는데 그 다음날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를 뽑아버려서 지금은 화분에 기른다. 열무·상추·고추·오이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서 매일 물도 주고 잎도 솎아준다. 잘 자란 채소들은 철거민들이 따먹는다.

이같은 '아름다운 철거현장'의 중심에는 레아미디어센터가 있다. 남일당 건물 바로 뒤편에 있는 이 건물은 고 이상림씨가 운영하던 호프집인데, 지금은 용산을 오가는 활동가들이 '접수'했다. 이름은 '미디어센터'지만, 활동가들의 회의실도 되고 손님들의 수다방도 되고 기자들의 프레스센터가 되기도 한다. 카페도 되고 방송국도 되고 미술작업실도 된다. 7월 10일부터는 용산참사 부상자들이 미술치료 과정에서 그린 그림이 벽에 걸렸다.

벽화·텃밭·카페... 다시 태어나는 레아호프

레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뭐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다. 운동은 하지만, 기존의 '활동가'처럼 특별한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도 하거나 음악도 만들지만, '예술가'가 주된 직업은 아니다. 레아미디어센터에 상주하는 사람도 있고 오가는 사람도 있지만 따로 '지킴이'로 역할을 정한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만난 조약골씨는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용산 활동가의 딱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람은 일단 음악인이다. 그런데 천성산지키기 활동도 하고 한미FTA 반대투쟁도 하고 파병반대운동도 했다. 안티삼성운동도 하고 평화운동도 하고 환경운동도 한다.

요즘에는 주로 '피자매연대'에서 대안생리대를 만들다가 지난 4월 초 용산 레아미디어센터에서 '촛불방송국' 라디오 DJ로 살면서 생리대 재료 일체를 레아로 옮겨왔다. 철거민 인터뷰, 영어방송, '시국수다회' 등 요일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주5일 방송을 하는데, 모든 게 '라이브'이다 보니 현장의 몸싸움 소리, 경찰버스 시동 소리가 섞이는 방송사고가 다반사다.

긴 머리에 피어싱, 손톱을 예쁘게 물들인 검은색 매니큐어. 얼핏 철거민 어르신들과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조약골씨는 지난 2006년에도 '대추리 지킴이'가 되어 농민들과 함께 살았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노래로 직접 CD를 굽고 라벨을 붙여 '평화가 무엇이냐'는 제목으로 음반을 만들었다. 용산에는 조약골씨 외에도 이렇게 대추리 지킴이로 살았던 젊은 활동가들이 많이 와있다.

활동하는 사람이 겹친다는 점 외에도 대추리와 용산은 공통점이 많다. 두 곳 다 국가 권력에 의해서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가 파괴되었다. 젊은 활동가들이 들어와 주민들과 함께 땅을 지키면서 현장을 예쁘게 치장했다. 대추리에도 방송국과 찻집이 들어섰고 대추분교 벽에는 벽화와 벽시가 그려졌다.

그러나 아주 똑같지는 않다. 결정적으로 공간의 위치가 다르다. 대추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거주하는 마을이었고, 강제대집행 등 공권력 투입이 될 때 빼고는 경찰이 들어오지 않았다. 반면 용산에서는 남일당 건물을 따라 24시간 경찰버스가 상주하고 골목골목 용역업체 직원들이 돌아다닌다. 철거가 강행될 때는 물론이고, 매일 촛불미사 때마다 크고 작은 몸싸움이 계속된다.


  
▲ 용산 '레아미디어센터'에서 라디오DJ로 활동하는 조약골씨.
ⓒ 권박효원  용산참사


  
▲ 지난 2006년 5월, 철거가 진행중인 대추분교. 창문에 그려넣었던 팽성읍 주민들의 초상화가 깨진채로 바닥에 일그러져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래도 이곳의 활동가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마을'을 꿈꾼다. 조약골씨가 운영하는 촛불방송국 '언론재개발'은 매일 방송을 내보내는데, 인터넷에도 띄우지만 스피커를 통해서도 방송이 나간다. 농촌에서 이장님이 하는 마을방송과 같은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인터내셔널가'가 울려퍼지는 '불온'한 스피커와 대한민국 경찰이 2~3m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진풍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역시 '대추리 지킴이' 출신으로 이곳에서 미디어활동가이자 설치미술가로 활동하는 박도영씨(레아 안의 모든 기계 수리도 도맡는 '잡역'이기도 하다)는 "용산은 도시라서 '마을'의 맛은 약하다, 그래서 카페도 만들고 용산을 지나는 사람들이 레아에서 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바람대로 레아에는 손님이 많다. 철거민이나 사회운동 활동가, 민중미술가들도 오지만 일반 시민들도 온다. 술 한 잔을 걸치고서 새벽에 레아를 찾아서 이런저런 시국토론을 하는 손님들도 있다.

용산에서 대추리까지... 야만은 계속되지만

조약골씨는 약골이 아니다. 카메라와 마이크, 전화를 들고 있다 보니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밤에 걸리면 죽는다"는 협박도 받았고, 실제로 맞아본 적도 있지만 용산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용산에 있는 게 가장 편하다고, 이곳을 떠나있으면 '누가 다치지 않을까'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용산을 가리켜 "자본주의 국가체제의 많은 문제 중 핵심이 이곳에 있다"고 말했다. 용산은 '재벌의 이익을 위해 서민과 중산층의 생존권은 무시되는 체제, 여기에 반대하면 국가가 나서서 목숨까지 빼앗아버리는 야만과 폭력의 체제'를 노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야만이 슬퍼서 조약골씨는 참사 100일에도, 150일에도 많이 울었다. 특히 지난 150일 희생자 유가족이 경찰과 대치하다가 쓰러져갈 때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운 적이 없을 정도로" 울었다. 그는 사실 '용산참사 6개월' 행사기획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아직도 시간은 참사가 일어난 1월 20일에 멈춘 것 같은데, 벌써 반년이나 됐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그도 모르진 않는다. 그래서 그는 용산을 '새로운 사회운동의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노동·통일·여성·생태 등 '부문'을 벗어나지 못하던 기존의 운동을 용산에서 만나게 한다는 것이다. 도시텃밭운동은 생태와 빈민이 만나는 것이고, 촛불방송국은 미디어와 지역운동이 만나는 것이다.

조약골씨는 "사명감으로는 안 된다, 운동은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40년을 용산에서 살다가 망루에서 불타죽은 철거민이 마지막까지 쓸고 닦았던 호프집은 이렇게 젊은 활동가들 손으로 '재미있는 사회운동'의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 13일 오후 용산 '레아미디어센터'와 남일당 사잇길로 경찰들이 걸어오고 있다.
ⓒ 권박효원

출처 : 야만적이고 예술적인 용산참사 현장
철거된 가게 앞 텃밭, 새싹이 돋았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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