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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국(펌) 2009-02-22 11:50:07, Hit : 900
Subject   어쩌다 나는 감옥에 가는가
어쩌다 나는 감옥에 가는가

은국                          

초등학교 때 의무적으로 국군아저씨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나라를 지켜주시느라고 고생이 많으세요. 힘내세요. 라고 썼다.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군인아저씨는 늠름하고 씩씩한 우리의 수호자였다. 이러한 생각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이왕 군인이 되려면 가장 강하다는 해병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열아홉 살 때 받은 군대 신체검사에서는 1급을 받고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나라에서 보증하는 튼튼한 1급 남자였다.

엉뚱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모범생이었던 내가 대학교 때 선배들을 따라가서 본 집회는 큰 충격이었다. 전경들과 몸싸움을 하다니! 그들은 경찰이 아닌가? 저래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집회를 다녀와서는 이불 속에 들어가서 몸을 벌벌 떨었다. 대단한 범죄를 저지른 듯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학생 운동을 시작한 후로 공권력은 언제나 나와 반대편에 있었다. 그들은 법질서를 지킨다며 해고당한 노동자와 농민, 철거민,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몽둥이와 방패로 끝없이 진압했다. 법과 공권력은 언제나 가진 자들의 편이며 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나라는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전투경찰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했지 병역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당시 내 머리 속에는 “가장 억압받은 자에게 가장 먼저 연대하라”는 말이 항상 빙빙 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임질 수도 없는 거대한 이야기이지만, 나는 그 말에 매료되었다. 2003년 3월, 그 말은 나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까지 가게 했다. 그 때 바그다드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막기 위해 전 세계의 반전 운동가들이 몰려들었는데 나도 그 중의 하나였다. 침공이 시작되더라도 끝까지 이라크에 남아있겠다고 다짐했지만, 미국의 선전포고가 발표되고 난 후 나는 바그다드를 빠져나왔다. 침공이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이라크에 머무르는 것보다 한국에 돌아와서 전쟁 반대와 한국군 파병 반대 여론을 만드는 것도 차선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끝까지 이라크에 남아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 부끄러웠다.  

그리고 침공이 시작되었다. 집들은 무너져 내렸고 사람들은 마구 죽어갔다. 총에 맞아 죽고 폭탄에 터져 죽고 건물에 깔려 죽었다. 나는 TV을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도망쳐 나온 곳에서, 도망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이 학살을 멈출 수 없었고, 심지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조차도 막을 수 없었다. 국익을 위해서 미국의 날강도질에 후방 지원을 하다니. 이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범죄행위였다. 그 때 나는 마음먹었다. 이런 전범국의 나라에서 병역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나는 부조리한 세상을 바꿀 아무런 힘이 없지만, 적어도 이런 부조리를 강화시키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라크 파병을 선택한 이 나라 정부는 나에게 국방의 의무를 요구할 권위를 잃어버린 것이다.

같은 해 5월, 나는 팔레스타인에 있었다. 이라크 반전 운동을 계기로 국제 평화 운동에 눈이 떠지게 된 것이다. 한 달간 머무른 팔레스타인에서는 죽음은 항상 나와 가까이 있었다. 마을에서는 늘 곳곳에 이스라엘 저격수들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고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는 검문소에서는 여권을 요구하며 총을 들이밀었다. 장전된 총에 조준되어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오줌이 지리고 온 몸이 얼어붙어 숨쉬기가 어려운 공포였다. 한 밤 중에는 폭탄이 떨어져서 땅이 흔들렸고 탱크소리와 장갑차 소리, 총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팔레스타인은 거대한 홀로코스트 수용소였다. 수 십 년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스라엘은 나치에게 그들이 당한 그 방식 그대로 팔레스타인을 압살해가고 있었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이 내가 팔레스타인에서 돌아와 가지게 된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현재까지의 나의 결론은 “모든 권력의 집중은 악이다.”라는 것이다. 예전의 나치나 지금의 이스라엘의 공통점은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누가 가지고 있던지 간에 매우 위험한 것이며, 필연적으로 상대적 약자를 지배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따라서 나는 모든 권력의 집중을 반대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무조건적인 비폭력주의자는 아니다. 폭력은 맥락적으로 판단되어야하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는 필요하다. 군대의 원칙적인 존재 이유 역시 나라를 방어하는 것이었지만, 예전의 베트남 파병, 그리고 지난 이라크 파병은 나라를 방어하는 본연의 임무를 떠난 범죄행위였다.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는 정부가 국방의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 또한 지금과 같은 한국의 군사력 확대주의는 평화가 아니라 무력 충돌과 전쟁 위험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병역 거부가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나라를 위험하게 만드는 범죄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지만, 나는 군사력 축소가 전쟁을 방지하는 진정한 길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러한 신념에 따라서 병역을 거부한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나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사람들과 군사력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들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론이 나와 다른 것뿐이다. 하지만 그들과 다른 나의 신념에 따른 행동에 대해서 실형을 선고하는 지금의 법은, 민주사회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개인의 사상과 신념의 자유를 억압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동의할 수 없는 강제 징집과 감옥행 중에 한 가지만을 고르라는 하는 것은 협박에 가까운 국가폭력이다. 이러한 협박에 굴하지 않는 것은 내 자신과 이 사회 모두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선택일 것이다. 또한 나는 생명을 보살피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군사력 확대를 반대하고 모든 종류의 전쟁을 거부하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2009.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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