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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코프스키 2009-03-24 14:52:06, Hit :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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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성대신문]신채호, 한국적 아나키즘을 이야기하다
신채호, 한국적 아나키즘을 이야기하다
2005년 09월 10일 (토) 00:00:00 이은성 기자 stylepear@skku.edu
   
 
   
 

한국의 아나키즘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단연 신채호다. 나라를 잃은 1920년대, 수많은 서양사조의 물결 속에서도 아나키즘은 시대적 요구와 맞물려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아나키즘을 신봉하던 수많은 아나키스트들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거의 대부분 잊혀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은 당당하게 국사교과서에 ‘아나키스트’라는 닉네임과 함께 실려 있다. 이것은 신채호가 한국의 아나키즘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적합한 인물인지를 잘 알려 준다.

본래부터 신채호가 아나키즘에 심취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원래 조선이 계몽해서 힘을 기르는 것이 일본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초기에 신채호가 저술했던 수많은 저서들, 이를테면 이순신전이나 을지문덕전 등은 역사의 중요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영웅을 통한 강한 국가의 모습에 집중했다. 이는 자유인 위에 존재하는 강권을 부정하는 아나키즘의 사상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그러나 신채호는 후에 들어서 ‘자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강권을 없애야 한다’는 아나키즘으로 사상의 뿌리를 변경시켰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자강론의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강론은 약한 자는 병들어 없어지고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우승열패의 원리를 담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당연시할 수 있다면 조선을 지배하고 있었던 일본의 행위 역시 정당화될 수 있다는 모순점을 갖게 된다. 이런 자강론의 한계점에 부딪히게 된 신채호는 가장 절대적인 명제인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아나키즘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신채호의 사상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상가는 러시아의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이다. 그는 종전 진화론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해왔던 ‘모두는 서로가 맞서 싸운다’라는 상호항쟁의 의식이 ‘자연에서 개체들이 서로 도와가며 생존한다’는 상호부조의 관점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상호부조론은 곧 식민지 조선이 갱생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로 충분한 것이었다.

또 모든 자연인을 천성적으로 타인에게 지배받지 않으려는 아나키적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으로 인식하는 아나키즘적 사고는 당시 일본 제국주의라는 강권에 휘둘리고 있던 민중들의 봉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알맞은 사상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신채호 아나키즘의 시작은 조국 독립을 위한 방법론적 차원에서 차용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듯 민족주의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던 신채호의 아나키즘은 서양의 아나키즘 연구가들에게는 매우 색다르고 변형된 형태로 비춰졌다. 영국의 학자인 크럼은 “한국의 아나키즘은 민족주의로 인해 변질됐다”고 평가했다.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를 꾀하는 것은 하나의 권력을 생산하려는 시도일 수 있고, 아나키즘의 기본이론에서는 부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어떤 국가를 막론하고 근대사에서 민족주의를 빼놓고 사상을 바라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서중석(사학) 교수는 “신채호는 우선 극단적인 강권정치를 행하던 일제의 지배에서 민족해방을 이룬 후에 범세계적인 아나키즘의 이상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채호에게 있어 아나키즘은 제국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지만, 혁명을 통해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권력정치를 없애기 위한 그의 이상적 목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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