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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pe 2002-06-03 23:54:04, Hit : 1240
Homepage   http://dopehead.net
Subject   [펌] 왜 성폭력은 사라져버렸을까?
전학협 여성위원회 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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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성폭력은 사라져버렸을까?


(이 글은 지난 전학협 출범식에 여성위원회가 준비해와서 게시했던 기획 자보의 내용입니다.)


1. '성폭력'은 사라져버렸다.

"미국 놈들의 물건이 크다고 부러워하지 말자. 양년들의 젖탱이가 크다고 부러워하지 말자. 우리는 작아도 잘 할 수 있다!"

지난 5월 3일 경희대에서 있었던 '美!쳐보자 페스티벌'에서의 사회자 발언이다. 이 발언은 얼마 전까지도 운동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수없이 올라온 인터넷상의 글들. 그러나 그것은 성폭력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아니었다. 조직 대 조직으로서의 신경전이 더욱 부각된 논쟁이었다. 예컨대 '성폭력 발언이었음은 인정하나, 우리 조직에게 책임은 없다'는 것과 이에 맞서 '조직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조직적으로 반성하고 대책을 강구하라'는 논리들이 팽팽하게 맞섰다. 자조직과 타조직이라는 이분법 속에서 성폭력 혹은 반여성주의적인 문화에 대한 비판과 반성은 퇴색되어 갔다. 결국 논쟁 속에 남은 건 '여성' 또는 '성폭력'이 아니라 '조직'이었다.

비단 조직 대 조직의 논쟁으로 불거지지 않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학협에서 전학협 회원의 성폭력 사건을 공개했던 경우를 돌이켜 보자. 정작 성폭력에 대한 자성과 반성폭력의 결의보다는 '과연 전학협이 회원의 성폭력 사건을 공개할 자격이 있는가'에서부터 '○○(가해자)는 조직에게 살해당했다', '운동하는 사람을 제명한다는 것은 조직적 범죄다'까지, 수많은 얘기들이 통신을 장식했지만, 정작 그 속에 '성폭력'은 없었다. 피해자가 얼마나 상처받는지, 피해자의 치유를 전학협이 어떻게 도울 것인지,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실천이 필요한지는 그저 작은 목소리를 냈을 뿐이었다. '성폭력'은 그야말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2. 그들은 왜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가?

"그들은 언제나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 물건의 크기에 대해 잠깐 농담을 했기로서니, 노동자를 노동형제라고 불렀기로서니, 동지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키스 좀 했기로서니,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가? 그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사소한 문제에 과도하게 집착한다고.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자. 그런 문제가 '사소한 문제'라는 것은 누구의 정의인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중요한 문제'인지 '사소한 문제'인지 규정하는 이는 누구인가? 즉, 누가 규정의 권력을 쥐고 행사하는가? 단언컨대, 결코 여성은 아니다.

성폭력의 문제에서 그것을 사소한 문제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은 결코 성폭력의 피해자들인 여성들이 아니다. 실상 직접적으로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람들, 오히려 가해자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성폭력 문제를 '사소한' 문제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이다. 규정의 권력을 쥐고서 다른 이들의 상처를 멋대로 재단하며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히는 짓은 이제 그만!


3. 가해자이기 이전에 당신의 동지!

"가해자는 누가 뭐래도 끝까지 나의 동지다. 그는 가해자이기 이전에 나의 동지이므로, 우리가 신경써야 할 점은 그가 자신의 잘못을 진정 반성하도록 조직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다시 한번 멋진 운동가로 우리의 품에 돌아올 수 있기 위하여."

많은 운동사회 내 성폭력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와 동등한 권리를 갖는 '동지'로서의 위치를 절대 잃지 않는다. 언제나 강조되는 부분은 '가해자도 동지'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비해 '피해자도 동지'라는 더 중요한 사실은 잊혀진다. 이는 피해자가 '동지의 가해'를 쉽게 용서하리리는 안이한 생각의 반영이며, 대부분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조직 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의 안타까운 반영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성폭력 사실을 공개하는 피해자는 '동지적 애정'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운동사회 내 성폭력 사건들을 폭로한 100인위원회는 '프락치'로 몰렸던 것이다. 가해자는 가해자이다. 그는 나와 나의 동지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자이며, 동지적 신뢰를 무참히 파괴한 자이다. '가해자도 동지'라는 생각은 조직 보위 논리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4. 누구를 위하여 여성은 해방되는가?

"왜 나랑 자는 게 싫은 거지? 너의 순결 이데올로기 때문은 아닌가? 진보적인 여성운동가가 아직까지 그런 순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으면 어떻게 하는가? 나는 프리섹스주의자인데 너는 왜 그렇게 고루한가? 섹스가 너에게 그토록 큰 의미이고, 처녀막이 그렇게까지 집착해야 할 대상인가? 그러고서도 네가 여성운동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요즘 운동사회 내 성폭력의 한 가지 특징은 이렇게 진보 담론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여성운동에 관심이 있는 여성운동가에게 접근하여 같이 자자고 말한다. 싫다고 거부하면 왜 싫은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리고 결국은 그 여성운동가로 하여금 자신이 대단히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성공적으로 그녀를 착취한다. 작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이한별' 사건은 이러한 진보 담론을 이용하여 여성운동가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운동사회 내에 존재하고 있는 막연한 프리섹스주의 혹은 순결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부는 여성해방론의 등장과 함께, 여성주의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가해자들의 성적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운동가들이 '순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보수적인 운동가'로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왜 여성운동가가 성에 있어 진보적인지 아닌지를 남성들에게 검증받아야 하는가?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여성이 해방되어야 하는가?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를 노리고 프리섹스주의를 운운하는 성폭력 가해자의 성적 쾌락을 위해? 진보적인 체하는 남성들이 주창하는 프리섹스주의란 성폭력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5. 우리는 결코 침묵할 수 없다!

운동사회 성폭력은 일상에서 보여지는 성폭력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끈끈한 신뢰가 존재하고 있던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피해자의 상처가 더 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운동사회 내 피해자가 보이는 심리적 특징은 근친 성폭력 피해자와 비슷하다. 아버지나 오빠로부터 당한 성폭력과 비슷한 상처를 입기 쉽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만큼 가해자는 피해자가 신뢰하는 운동가였으므로. 게다가 사건을 공개하여 가해자가 제명이라도 당할라치면, 마치 아버지를 살해한 것과도 비슷한 자기 혐오에 빠지게 된다. '나만 없었더라면 그가 성폭력을 저지를 일도, 조직으로부터 제명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라고 자책하며 운동을 떠나버리는 피해자가 우리 주위에 아직 많을지도 모른다.

폭력은 그 자체로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오직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다. 모든 억압적 사회구조에 의한 부당한 폭력에 반대하고, 보편적 인간해방을 위해 투쟁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성폭력이란 결코 침묵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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