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클랜 게시판/링크/물물교환/파일공유/아나키즘 읽기자료
잡민잡론잡설/안티 다국적기업/관리자방/English

아나키즘저널발행준비위원회/투쟁과집/투쟁과밥/군대반대운동
아나키FAQ번역프로젝트/재활센터/여고생해방전선/전쟁저항자들

View Article     
Name
  돕헤드 2009-01-06 17:15:44, Hit : 2269
Subject    1월 6일 병역거부를 선언한 우공의 병역거부 이유서
병역거부 이유서


군대는 전쟁을 생산하는 기구입니다.

자유인이냐 수인(囚人)이냐? 이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선택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절박한 질문입니다. 우리는 전지구적 전쟁이 항상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2009년 1월 초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전쟁 중이라는 소식이 들립니다. 우리는 지난 20세기를 전쟁의 세기로 기억합니다. 1,2차 세계대전 이외에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국지적인 전쟁들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21세기도 전쟁의 세기로 기억하게 될지 모릅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무역빌딩에 대한 테러공격 이후 미국 정부는 이라크를 침공했습니다. 국내외 양심 있는 언론인, 지식인, 문학인들이 이라크에 대한 미국전쟁의 참상을 전해주었습니다. 이것은 또 하나의 끔찍한 전쟁입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전쟁에서 적(敵)은 이라크라는 국민국가나 테러행위를 한 자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이 전쟁이 ‘악’에 대한 전쟁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악이라니요. 누가, 무엇이 악인가요? 악을 규정하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그렇기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정부가 전쟁을 일으킨 이후 미국 내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이나 이슬람인들이 ‘악’으로 규정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악’과 같은 추상적인 것이 적으로 정의되는 순간 다른 국가와 국민뿐만 아니라 내국민도 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적은 국민국가 안팎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게 됩니다. 이렇듯 우리는 언제라도 국민들이 (정부가 규정한) 적이 될 수 있는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 전쟁의 당사자입니다. 2003년 한국 정부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미국 정부가 일으킨 전쟁에 국익의 이름으로 파병을 결정했고, 의회에서 이것이 통과되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국회 앞, 도심에서 연일 집회를 열었지만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정부는 고(故) 김선일 씨가 납치되었음에도 파병 결정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부는 국민들을 ‘잠재적 테러행위자들’로 여기며 지하철에서 쓰레기통을 치우고, (도무지 정의할 수 없는) ‘이상한’ 사람들을 신고하라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 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이 모습은 미국 정부가 내국민에게 보인 태도와 너무 흡사합니다.
저 또한 전쟁과 파병에 반대하는 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으며, 대학 학생회 집행부로서 전쟁반대 일일휴교 집회를 준비하고 연일 거리로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국군은 파병되었습니다. 또한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되어 미국 정부의 거짓이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와 파병에 찬성한 사람들은 사과하지 않았고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분노할 일입니다.
군대는 이러한 전쟁을 준비하는 국가기구입니다. 실제 전쟁이 발생하지 않아도 군대는 전쟁이 발생했다는 가상의 전제 위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군사훈련을 실행합니다. 그렇기에 군대는 ‘전쟁을 막기 위한 기구’가 아닙니다. 군대는 전쟁을 생산하는 기구입니다. 저는 이러한 군대에 입영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전쟁의 시대’라는 감옥 속에서 수인(囚人)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절박하고도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전쟁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전쟁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전쟁은 민주주의의 즉각적인 유보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전쟁과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전쟁에 참여를 결정한 한국 정부는 모두 헌법을 위반했습니다. 왜냐하면 불가피한 최후의 방어가 아닌 전쟁은 모두 침략전쟁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전쟁은 ‘예방과 선제 공격’임을 명확히 했기에 더욱더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전쟁이 침략전쟁이 아니라면 무엇이 침략전쟁입니까? 그럼에도 이 위헌 결정에 대한 책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정부는 헌법을 위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훼손시켰음에도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한국의 헌법은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않고 항상 미뤄진 상태일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침략전쟁에 참여했음에도 아무런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의미의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 정부의 군대에 입영할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절박한 선택입니다.


민주주의는 제헌권력입니다.

지난 2004년 8월 26일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의 판결과 2004년 7월 15일 대법원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 번 유예되었습니다. 저는 ‘국방의 의무’가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한다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국가주의적 판결에 깊은 상심에 빠졌습니다. 이런 판결이 지속된다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자유는 항상 국가주의적 판단에 의해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헌법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제정되어 성문화된 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을 만드는 국민들의 행위 아닐까요? 한국의 헌법 제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여 헌법을 만드는 원천으로서의 권력, 즉 제헌(制憲)권력이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제정․성문화된 헌법은 항상 이 제헌권력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요? 재판부는 헌법 제39조 1항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조항에 근거하여 이 점도 중시한 것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도 국민의 양심의 자유보다 우선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요? 국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국방의 의무도 국가도 사라지기 때문에 항상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가 아닌가요? 이것이 민주주의의 원리가 아닌가요?
최근 저는 또 한 번 참담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국방부의 발표입니다. 2008년 12월 24일 국방부는 실질적으로 ‘대체복무제도 백지화’ 발표를 하였습니다. 국방부는 헌법재판소, 대법원, 국가인권위원회의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권고도 무시한 채 대체복무제도 백지화 발표를 하였습니다. 설문조사 과정을 거친 발표라고 하였지만 최근 언론기사에 의하면, 국방부는 설문조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복무제도는 개헌을 하지 않고서도 추가 입법을 통해서만 도입할 수 있는 제도이며 외국의 다양한 대체복무제도와 그 도입 과정에 관한 사례들이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습니다. 이런 기초적인 제도조차도 한국에서는 도입될 수 없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아직 한국의 민주주의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한편으로는 오늘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더 많은 고민과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할테지요.

이상이 부모님이 흘리시는 눈물에 제 가슴이 찢기는 것 같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병역거부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아마 이 고통은 지난 수십년 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한 분들과 그들의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그밖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같은 것이겠지요. 부모님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수십년 간 쌓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고통들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한 걸음이 민주주의로 가는 즐거운 한 걸음이라고 믿습니다.


2009년 1월 6일 화요일




No
Subject
Name
Date
Hit
5330    매일아침 스무번씩 반복암송하면 무병장수하고 불로불사한다 [1] 死生決斷 2007/10/02  2270
    1월 6일 병역거부를 선언한 우공의 병역거부 이유서 돕헤드 2009/01/06  2269
5328    진보넷 10주년 기념 티셔츠 돕헤드 2008/11/10  2267
5327    정말 그럴까? -시애틀 추장 이야기. 중독자 2002/03/06  2263
5326    아나방, 나방들의 찬란한 날개짓을 꿈꾸며 우리는 용산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3] 2009/08/03  2261
5325    켄 로치 감독 관련 글은 영화에 있어서의 아나키(즘)적 유통 방식이 무었인가를 ... [9] 보스코프스키 2008/02/28  2261
5324     [한국 인권행동]군대의 것은 군대로 보내라! 보스코프스키 2008/03/14  2260
5323    G8 관련 일본 입국 거부당한 동영상 카라 2008/04/01  2259
5322     [프레시안]경찰, 민생엔 늦장 대응, 집회엔 과잉 대응 보스코프스키 2008/03/31  2254
5321    320 이라크와 함께하는 평화문화제 "전쟁은 이제 그만!" 피자매연대 2010/03/18  2253
5320    지금이 아나키스트들이 나설 때라고 생각합니다. [5] 촛불하나 2008/05/26  2253
5319    오늘 아나키스트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들 정리 [4] 2009/06/30  2252
5318    [로쟈의 저공비행]크로포트킨 읽기 보스코프스키 2010/01/10  2251
5317      [re] 6월 30일 아나키스트 모임을 하는 이유 [10] 문화파괴 2009/06/26  2249
5316    학벌주의 극복의 대안들 - 김동춘 토론회 [3] 학벌없는사회 2002/07/17  2248
5315     (펌)[성명] 인터넷의 토론이 국가보안법 위반? -전지윤씨의 기소는 부당- [3] 조각조각 2002/06/21  2248
5314    철학사적인 질문하나 드리겠습니다 [4] 모가비 2009/12/26  2245
5313    [jkphoto/책사람]아나키즘 - 개념정리 / 난 얼마나 아나키스트일까? & 중요문장 스크랩 [5] 보스코프스키 2009/01/09  2244
5312    조세희, "젊었을 때 아나키즘에 빠졌던 것 같다" [8] 돕헤드 2008/12/23  2242
5311      [교보문고]도서의 대형 표지이미지 & 누리꾼 서평... [1] 보스코프스키 2008/03/03  2239
5310    6.30. 홍보영상 만들어보기.. [1] 준비팀(혹은 개인) 2009/06/23  2239
5309    안다,니들열받는거. [32] 붕어 2002/11/07  2239
5308    독립영화에 참여하여 출연해주실 백인 남자 두분을 찾고 있어요 [1] 노원 2008/03/25  2238
5307    "11월까지 철군문제를 잊고 지낼 수 있는가?" 흩어진 투쟁의 마음 다시 모으며 단식하는 김재복 수사 [1] 돕헤드 2004/08/30  2238
5306    [새온]이명박의 거짓 과 착각 보스코프스키 2008/09/24  2237
5305     punkcock 님. 공동체 '산안마을'입니다 [1] 뿐이 2002/07/03  2236
5304    [네이트도서/YES24]혁명의 탄생 - 근대 유럽을 만든 좌우익 혁명들 [2] 보스코프스키 2009/07/14  2235
5303    한 많은 한탄을 한강에 뿌리리 eclipse 2002/01/11  2235
5302    평택 가는 길. 요이 2009/08/02  2234
5301    푸르딩 이야기 듣고 와봤습니다 [2] 김종화 2002/11/15  2234
5300    켄 로치 감독을 아나키스트로 볼 수 있는가? [3] 보스코프스키 2008/02/25  2231
5299    약골~ [4] 폿킨 2008/06/03  2229
5298    신성한 똥 [4] dope 2002/04/09  2227
5297    외할아버지 돌아가시다 uhhm 2009/09/08  2225
5296    학생행동연대의 탄핵정국 관련 성명서 [1] 2004/03/17  2225
5295    너무억울해요..이글도 여기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1] 死生決斷 2007/10/02  2223
5294    구타 못견뎌 사병 분신자살…해병대 6일동안 숨겨 [5] 상봉 2002/05/29  2223
5293    [안아키]아나키스트는 기준을 반대한다! [4] 보스코프스키 2008/05/29  2222
5292    용산, 풍동, 철거민 인디포럼 2009/04/19  2221
5291    [Daum 도서]혁명가 역사의 전복자들 보스코프스키 2008/09/26  2221
Prev [1][2][3][4][5][6][7] 8 [9][10][11][12][13][14][15]..[141] Next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life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