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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돕헤드 2006-08-18 22:03:23, Hit : 2212
Subject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비폭력으로 맞서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53731

국가폭력의 현장에서 비폭력으로 맞서다
[릴레이 기고] 내가 대추리에 들어와 사는 이유, 그 첫 번째 이야기
    조약골(dopehead) 기자    


대추리, 도두리에 살고 있는 황새울 지킴이들이 '내가 지킴이로 살고 있는 이유'를 연재합니다. 이 글은 그 첫번째 글입니다. <편집자 주>



▲ 2006년 8월 1일 평택 대추리와 도두2리 주민들이 대추리 평화예술동산에서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700일째 촛불행사를 가졌다.  

ⓒ 문만식

내가 이 마을에 들어와 살면서 황새울 지킴이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제일 잘 알고, 홀아비 사정은 홀아비가 제일 잘 안다고 하지요.

대추리, 도두2리 주민들의 사정을 잘 알고 함께 싸우기 위해 저도 이 마을에서 함께 살기위해 들어온 것입니다. 이 마을을 지켜야 평화가 오니까요.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는 아예 마을 주민이 되기로 한 것입니다.

평택시 팽성읍은 드넓은 평야가 펼쳐진 곳입니다.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곳이어서 한낮 기온이 30℃를 훌쩍 넘어도 아스팔트와 자동차 그리고 콘크리트 건물들이 점령한 대도시에 비해 그리 덥지 않습니다.

얼마 전 제 친구 한 명이 대추리로 들어오기 위해 평택시내에서 버스를 탔는데, 초행길인지라 자신이 없었나 봅니다. 마침 버스 뒷자리에 앉아있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이 버스가 대추리 가냐고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이렇게 말했대요.

"대추리는 없어졌는데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추리, 도두리 싸움은 이미 끝난 것 아니냐, 거기 사람들 이미 다 이주해나가지 않았느냐.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땅에도 사람들이 삽니다.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려는 미군의 새로운 전략적 목표를 위해 강제로 고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돈으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곳, 대추리



▲ 지난 5월14일 오후 경기도 평택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18정신계승, 군부대철수, 평택미군기지 확장 재검토, 평화농사 실현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주민들이 경찰의 진입에 대비해서 대추리 입구에 어린이 장난감으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들은 농사를 지어 온누리 사람들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이지요. 이미 두 번이나 쫓겨난 적이 있는 이들에게는 한이 맺혀있는 목숨과도 같은 땅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얼마인지 돈으로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면 주민들이 뿌리를 박고 살아온 이 땅 역시 값어치를 매길 수 없습니다.

자신의 숨결을 땅에 불어넣으며 살아온 제 이웃들은 70살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지만 오늘도 새벽 5시가 넘으면 들판에 나가 피사리를 하고, 약을 치고, 논에 물을 댑니다.

요즘엔 마을 곳곳에 있는 텃밭을 갈아 김장 배추를 심고 계십니다. 며칠 전 복날 저녁에는 삼계탕과 보양식을 먹기 위해 좀 넓은 집에 마을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웬걸, 그곳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다리를 접고 포개 앉아 복작거리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맛나게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영감을 얻어 '사람들이 살아요'라는 노래를 만들었고, 미군기지 확장을 막고 고향 땅을 지키기 위한 팽성 주민들의 700일째 촛불행사에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사는 땅이고, 작물들이 자라나는 땅입니다.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는 땅이고요, 애벌레가 풀잎을 갉아먹는 땅입니다. 이 흙에 씨앗이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새싹이 올라와 햇빛을 받고 자라면 열매가 열립니다. 인간은 그것을 먹고살아갑니다. 그리고 모두가 이것을 나누어 먹습니다. 이 오래된 순환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구조입니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영원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땅에 미사일이 들어서고 전투기가 내려앉으려고 합니다.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이고 이 살육의 순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파괴의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을 없애기 위한 출발점, '황새울'



▲ 지난 5월14일 오후 경기도 평택 대추리 평화공원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18정신계승, 군부대철수, 평택미군기지 확장 재검토, 평화농사 실현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집결한 4천여명은 인근 본정리에서 경찰에 저지를 당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인간들이 만들어낸 지뢰와 열화우라늄 폭탄, 탄도미사일, 핵무기는 우리들이 없애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그 출발은 바로 이곳입니다. 황새울을 지키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전쟁을 없애나가기 위해 나는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전쟁을 일으켜온 자들,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자들, 침략하고 살육한 자들에게 똑똑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들의 야만의 역사는 이제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음을 말입니다.

극악무도한 그들의 폭력을 우리는 몸이 부서지고 피를 흘리면서도 잠재울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그 무엇으로도 막지 못하는 생명의 흐름이라는 것을 믿으며, 오늘도 외롭고 고달픈 삶을 마무리하고 고단한 몸을 누입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이래 힘을 가진 자들과 거대자본이 결탁해 자행해온 국가폭력을 찬찬히 하나하나 되짚어봅니다.

노동허가제가 도입되어 이주노동자들은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연행되고 강제 추방되고 있습니다. 20분 더 빨리 가겠다는 욕심에 고속전철이 통과할 긴 어둠의 터널을 아름다운 천성산에 뚫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만들겠다는 허영심에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었습니다.

전쟁 막으려 황새울의 '주민'이 되다



▲ 국방부가 평택 대추리 일대 주택에 강제철거를 위한 소송을 내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이 7월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강제철거 중단을 요구하며 항의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생명들이 보금자리를 잃고 쫓겨났고, 죽어갔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에게 국가란 괴물과도 같은 것일까요? 벼랑 끝으로 내몰린 농민들과 건설노동자들은 길거리에 모여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그런데 이 국가는 어떻게 했습니까? 경찰력을 동원해 흠씬 두들겨 패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결국 목숨까지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땅을 빼앗아 철조망을 쳐놓고 군대를 상주시킨 이 정부는 이제 마을을 파괴하고 집을 부숴 주민들을 내쫓으려고 합니다. 미국의 군대를 위해서 말입니다. 국가의 폭력은 지금 그 극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미 제동력을 상실했다고 나는 판단합니다. 나는 바로 그 현장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사람의 몸으로 태어났기에 천성산의 도롱뇽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새만금의 백합이 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 낮은 생명들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권력과 자본이 행사해온 폭력을 막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황새울의 주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지킴이로 들어온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노래를 부른 내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보금자리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은 것은 사람이나 도롱뇽이나 백합이나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 몸을 던져 마을 주민들과 함께 그 폭력을 막아보려고 합니다.

평화 염원하는 모든 이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야

밤 10시에도 새벽 2시에도 평택 미군기지에서 발진하는 비행기 소음에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습니다. 전투기 굉음으로 시달려온 세월을 밭을 일구며 느끼는 보람으로 견뎌온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지켜온 마을의 집 한 채 한 채에는 다 긴긴 이력이 들어있습니다. 그 집들이 모인 이곳에 이제 곧 저들이 동원한 경찰과 철거용역반이 마을을 파괴하러 들어온다고 합니다. 참으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습니다.

대추 초등학교를 파괴했던 그 무지막지한 폭력이 다시 온다고 해도 마을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비폭력으로, 평화의 힘으로 맞서고자 다짐하고 있습니다. 분노한 생명들의 아우성으로 말입니다. 이 마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야만적인 폭력에 제동을 거는 것이며, 한반도에 몰아닥칠 전쟁의 위협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것입니다.

군대에 맞선 비폭력의 가치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야 합니다. 나는 걸어서 10분이면 끝을 가볼 수 있는 조그만 마을에 살고 있지만, 이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세계 최강의 군대도 어찌해볼 수 없는 커다란 힘이 생긴다고 믿고 있습니다. 내가 이 마을에 들어와 사는 이유는 어쩌면 그 힘을 믿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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