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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pe 2002-04-09 13:33:19, Hit : 2562
Homepage   http://dopehead.net/
Subject   신성한 똥




더럽다고? 엽기라고?‘신성한 똥’

똥이 신성하다고? 더럽고 지저분하고 구린내가 나는 똥이 신성하다고?


제정신 가진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똥을 신성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런 대상은 모두 금기로 삼는다. 죽음과 근친상간, 성행위, 신성한 신령의 세계에 접하는 것은 인간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에 금기가 되었다.


똥을 비롯한 인간의 배설물 역시 금기의 대상이다. 똥은 소화하지 못한 음식 찌꺼기가 다시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깨끗하게 씻고 다듬고 정성을 들여 준비해 먹은 음식이 우리의 몸을 지나면서 가장 혐오스럽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똥과 오줌으로 변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신진대사 현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하나의 신비이다. 그에 따른 배설 행위 역시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래서 똥은 근친상간이나 시체와 마찬가지로 가장 큰 금기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다. 아무도 똥을 만지거나 먹으려 들지 않는다. 똥을 만지거나 먹는 것만 금기가 아니다. 똥이란 낱말을 입에 올리는 것도 역시 금기이다. 그런 금기를 깨는 사람은 용기있는 사람이다. 오늘날에도 똥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는 일은 여간한 배짱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신성한 똥’의 저자인 존 그레고리 버크는 금기가 지금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고 준엄했던 19세기 말에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똥에 대해 스스럼없이 책 한 권을 쓰고 있다. 책의 내용은 범인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이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주니족의 오줌춤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유럽의 광인 축제로 넘어가서 달라이 라마의 배설물 숭배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인류가 얼마나 똥을 혐오의 대상으로 느끼는 동시에 신비하고 신성한 것으로 보는가에 대해 놀라움을 갖게 된다.


축제의 신성한 봉헌물로 바쳐지는 똥과 오줌을 이용한 정화(淨化) 의식, 똥이나 오줌을 재료로 한 신비의 영약(靈藥) 제조법, 음식으로서의 똥과 오줌, 오줌으로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풍속, 똥과 오줌에 얽힌 마법과 주술, 변소의 역사 등 실로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똥에 대한 이런 엽기적 사실을 드러내주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똥과 오줌에 대한 이런 괴기스러운 풍습은 미개인들에게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상식을 보기 좋게 뒤엎어 버리는 데에 있다. 물론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인디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지만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 그리스, 로마는 물론 중국과 인도, 근대의 유럽까지 똥에 대한 기이한 풍습과 제의는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이 책은 주제가 똥이라 해서 변태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엽기성 책이 아니다. 오히려 프로이트가 독일어 번역판의 서문을 쓸 만큼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똥을 잘 말렸다가 음식의 양념으로 요긴하게 쓴다는 부분에서는 정상인이라면 모두 엽기를 느끼긴 하겠지만 말이다.


/유재원/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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