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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2002-07-23 17:51:34, Hit : 1714
Subject   한국적 인간관계/ 이명원
한국적 인간관계/ 이명원


어느 날 문학평론가가 꿈이라는 한 대학생이 나에게 이런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은 도대체가 문학적 감식안이라는 게 없는 사람 같다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 평론가들이 탁월한 작품이라고 평가한 것들을 읽어보았는데, 자신으로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읽었다는 작품들을 나도 읽어보았는데, 사실 나 역시 그와 동일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그런 작품집의 해설이나 책 뒷면의 추천사들을 읽어보면, 마치 덕담에 굶주려 있는 사람들처럼 그 문장들이 화려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흔한 말로 `주례사 비평’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출판사의 직원이 평론가들은 대단히 뛰어난 상상력의 소유자들 같다는 말을 나에게 한 적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평론가들의 해설을 읽다보면 어떤 작품이든 문제작이 아닌 게 없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하기야 나 역시 어떤 평론가들의 글을 읽으며 감탄할 때가 있긴 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한 작가의 소설집과 그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읽으면서도, 그 놀라운 수사학에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착잡한 심경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 해설에는 소설가를 `영매’라고까지 표현한 문장도 등장했는데, 아무리 되풀이해 작품을 읽어도 왜 이런 표현이 등장해야 되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른바 `주례사비평’이라고 명명되는 평가의 인플레이션 현상은 그 언어적 과잉이 강화되면 될수록 작품을 `농담’으로 만든다. 그런데 오늘날의 문학시장, 더 넓게 보아 출판시장은 이 언어의 인플레이션이 과포화한 상황에 이른 것 같다. 이것은 오직 나만의 생각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대다수의 문인들이 이러한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현상은 이러한 현실을 개탄했던 그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비판했던 그 관행을 반복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는 점이다(나는 이 부분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올려본다). 물론 여기에는 이런저런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런고 하니, `한국적 인간관계’ 때문이란다. 문단이라고 하는 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인지라, 이런저런 친교관계 때문에 그런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판단에 그 `한국적 인간관계’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실상은 바람직한 차원에서의 `친밀성’의 교류로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문학적 가치평가를 둘러싼 평가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추동하는 것은 `친밀성’과는 상관없는 문단에서의 `입지 세우기’라는 문제와 관련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마치 사회 일반에서 학연·혈연·지연을 통해 인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개인적 욕망을 손쉽게 충족시키려는 `연고주의’의 폐해와 다름없는 것이 아닐까. 가령 한 젊은 비평가는 “실로 한국문학은 지금, 지연·학연·문연 및 기타 관계가 뒤얽혀 창출되는 지독한 염병을 앓고 있다”는 비관적인 진단도 피력한 바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한국적 인간관계’로 표현된 그것은 차라리 `정략적 계약관계’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숨겨진 지뢰가 여기저기서 터지듯, 난리도 아닌 모모 게이트의 주인공들도 그 타락의 출발점은 형님, 아우 하는 그 `한국적 인간관계’에서 시작되었고, 대통령 아들들의 그 한심한 농간들도 그 끈끈한 `한국적 인간관계’에서 출발하였고, 이른바 요즘 문제가 되는 연예계 비리라는 것도 보나마나 `한국적 인간관계’의 소산이었을 텐데, 도대체 그것을 참다운 의미에서의 `인간관계’로 볼 수 있을까. `한국적 인간관계’가 이런 것일진대, 오히려 우리는 `독립적 개인’으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명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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